|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학고재갤러리 본관에서 국내 첫 개인전을 여는 중국의 화가 궈웨이가 자신의 작품 ‘무제 12’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김용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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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미국의 권투선수 타이슨이나 공산주의 이론가인 프리드리히 엥겔스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들의 이미지를 붓질로 덮어버리면 특정한 개인은 사라지고 알 수 없는 누군가로 변한다. 그런 총합이 바로 인류다.”
중국의 쓰촨성 청두 출신의 화가 궈웨이(56)가 국내 첫 개인전 ‘인간(人)에서 인류(人)로’를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학고재갤러리 본관에서 8월 14일까지 연다. 1989년 층칭의 쓰촨미술학원 판화과를 졸업한 궈웨이는 쓰촨성을 중심으로 일어난 ‘상흔미술’의 선두주자로 평가받는 작가다. 1989년 베이징의 중국미술관에서 그룹전을 시작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과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 등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상흔미술’은 중국의 문화혁명 이후 정부가 주도한 선전·선동미술에 동참하지 않았던 사조를 뜻한다. 전체주의와 애국을 강조한 문화혁명 시기의 예술에 동조하지 않고 오히려 문화혁명으로부터 파생한 인간성의 파괴와 극단적인 교조주의에 반기를 들며 개인의 내면을 파고들었다. 이런 이유로 궈웨이는 문화혁명의 상처를 예술로 승화했다는 평가를 받은 동시에 1980년대 후반 이후 컨템포러리아트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중국 현대미술 작가들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 궈웨이는 2013년 이후 작업한 높이 3m에 달하는 ‘무제14’를 비롯해 회화작품 28점을 선보인다. 얼굴을 도드라지게 강조한 작품에는 권투선수 마이크 타이슨이나 엥겔스처럼 쉽게 유추할 수 있는 인물을 비롯해 작가의 주변에서 늘 마주치는 이웃들의 표정이 들어서 있다. 이들을 그는 강렬하고 힘이 넘치며 즉흥적인 붓질로 담아냈다.
개막에 앞서 전시장에서 기자를 만난 궈웨이는 “평범한 사람뿐만 아니라 누구나 알 만한 사람들의 이미지를 차용해 유명한 사람도 결국 붓질 속에 감춰지는 인류의 한 부분임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산주의든 자본주의든 인간에게 상처주는 부분은 적잖다”며 “이번 작품 중에는 중국의 공산주의 안에서 자본주의가 뿌리를 내리면서 변해가는 도시와 사람의 모습을 담아낸 그림이 많다”고 덧붙였다.
덕분에 작품 속 인물들의 표정은 밝고 활기차다기보다 어딘가 우울하고 냉소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궈웨이는 “밝고 활기차 보이는 사람이라도 어느 한순간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내면이 우울함을 드러낼 때가 있다”며 “그런 순간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우정우 학고재갤러리 학예실장은 “중국의 상흔미술과 한국의 민중미술은 국가의 권력이 극대화한 시기에 발현해 국가가 탄압한 예술이란 공통점이 있다”며 “다만 한국의 민중미술이 독재권력에 대한 저항정신을 사실적 필치로 강렬하게 표현했다면 상흔미술은 ‘슬픔과 아픔’에 초점을 맞춰 사실적이면서도 감성적 부분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 궈웨이 ‘무제 14’(사진=학고재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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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궈웨이 ‘무제 12’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초상을 토대로 작업했다(사진=학고재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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