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25주년]마늘 분쟁부터 사드까지…한중 관계 위기의 순간들

90년대 '허니문' 거쳐 2000년부터 크고 작은 갈등
中 동북공정·이어도 등 큰 의미의 영토분쟁 많아
사드 여파로 3년새 밀월→최악 관계 롤러코스터
  • 등록 2017-08-23 오전 5:00:00

    수정 2017-08-23 오전 5:00:00

노무현 전 대통령과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이 2006년 베이징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둘의 임기 중 양국 교역량은 급속도로 커졌으나 동북공정을 둘러싼 갈등으로 내홍을 겪기도 했다. AFP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1992년 8월24일 한중수교는 우리에게 큰 변화를 안겨다 줬다. 한때 전쟁까지 치렀던 적대국에서 동반자 관계로 성장했다. 중국은 북한이란 혈맹을, 한국은 대만이란 오랜 우방을 포기하는 어려움도 겪었고, 수교 협상도 극비리에 이뤄지는 우여곡절도 겪었지만 그 과실은 그만큼 컸다. 양국 정부는 1998년 ‘협력동반자’에서 2003년 ‘전면적 협력동반자’를 거쳐 2008년 ‘전략적 협력동반자’로 양국 관계를 격상해 규정하기도 했다.

꽃길만 걸었던 건 아니다. 1990년대 ‘허니문 기간’은 이렇다 할 갈등이 없었다.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은 전성기를 이뤘고 중국 역시 한국의 기술력을 흡수하며 ‘윈윈’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갈등이 불거졌다. 2000년 마늘분쟁을 시작으로 2002년 동북공정, 2012년 이어도 갈등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수교 후 첫 한중갈등은 마늘분쟁이었다. 한국은 값싼 중국산 마늘 수입 탓에 국내 농가 피해가 확산하자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 조치를 했다. 30%이던 관세를 3년 동안 315%로 10배 넘게 올렸다. 중국은 한국산 휴대폰과 폴리에틸렌 수입을 중단하며 보복에 나섰고 한국은 결국 같은 해 마늘 관세율을 이전과 비슷한 30~50%로 낮추면서 분쟁이 마무리됐다.

한 중국 근로자가 2010년 안후이성 허페이의 한 시장에서 마늘을 정리하고 있다. AFP
중국이 벌인 역사 왜곡 프로젝트 ‘동북공정’(2002~2006년)은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됐다. 중국 학술기관 중국사회과학원이 동북 3성(헤이룽장성·랴오닝성·지린성)과 함께 고구려와 발해 역사를 자신의 역사로 편입하려 한 것이다. 반중 감정 속에 정부는 2004년 교육부 산하 고구려연구재단을 설립했다. 2006년 동북아역사재단도 출범했다.

분쟁까지는 아니었지만 2012년엔 이어도를 둘러싸고 잡음이 나왔다. 이어도는 마라도로부터 149㎞, 중국 퉁다오로부터 247㎞ 떨어진 수중 암초다.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중일 갈등이 한창이던 그해 3월 중국이 이어도 관할권을 주장하며 감시선·항공기 정기순찰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우리도 장신썬 당시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하며 반발했다. 양국은 그해 10월 “한중 간 영토문제는 없다”며 문제를 일단락했으나 양국 간 배타적경제수역(EEZ) 협상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어 갈등 요소로 남아 있다. 올 1월에도 중국 군용기 10여대가 이어도 근처의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 인근을 비행하며 우리 공군 전투기가 긴급 출격하는 등 긴장 분위기를 연출키도 했다.

그러나 이들 갈등은 모두 단기간에 그치거나 최소한 소강상태가 되며 잠잠해졌다. 양국 경제적 교류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그에 따른 이익 또한 막대했기 때문이다. 또 14개국과 국경을 맞댄 중국으로서 영토 분쟁은 일상다반사이기도 했다. 중국은 현재도 인도와의 국경을 비롯한 전역에서 크고 작은 마찰을 빚고 있다.

최근 3년 한중관계는 극단적인 롤러코스터를 탔다. 2013년 취임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14년 이례적으로 옛 혈맹 북한 대신 한국을 먼저 찾았다. 2015년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시 주석이 톈안먼(天安門) 망루에 나란히 서서 중국 전승절 열병식을 지켜봤다. 같은 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도 공식 발효했다. 한중 밀월 시대 개막이라는 기대 섞인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지난해 주한미군의 한반도 사드 배치는 밀월이라던 한중관계를 한중 수교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갔다. 한미가 지난해 2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이유로 사드 배치 논의를 시작하자 중국은 자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 훼손을 이유로 거세게 반발했고 결국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으로 이어졌다.

경북 성주에 배치된 주한미군 사드 모습. AFP


사드 배치에 따른 갈등은 지금까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한중관계 위기란 게 많은 전문가의 분석이다. 지금까지의 갈등은 양국 간 문제였다면 사드는 세계 2대 강국(G2)인 미중 갈등의 양상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훌쩍 커버린 중국은 대국굴기(大國堀起, 대국으로 우뚝 선다는 뜻)란 기치 아래 미국과 본격적인 동아시아 패권 경쟁에 돌입했다. 여기에 돌발적인 도발을 일삼는 북한 문제까지 얽혀 있어 상황은 더 복잡하다.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는 지난 17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5차 한중 공공외교포럼 축사에서 “사드 문제는 한중 수교 25주년 동안 우리가 맞닥뜨린 가장 어려운 문제”라며 “우리가 한반도 평화와 지역 번영이란 큰 원칙에 따라 문제를 해결한다면 두 나라는 다시 건강한 발전 궤도로 돌아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올 5월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기점으로 양국 관계가 건강한 발전 궤도에 오르리란 기대감도 나온다. 미국 내 중국 매체인 시노-유에스닷컴은 지난 4일 한중 수교 25주년 특집 분석 기사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과의 관계 복원을 중시하고 있다”며 “그의 당선 이후 한중 관계의 회복이 기대감은 커진 상황”이라고 복수의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박근혜(왼쪽 2번째) 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3번째)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4번째) 중국 국가주석, 누르술탄 나자바예프(1번째)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함께 2015년 9월3일 중국 베이징 천안문광장 망루에서 2차대전 승리 70주년을 기념한 열벙식을 지켜보고 있다.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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