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라인` 20억 진실게임..누구 말이 맞나

경영권 매매 계약 놓고 논란 가열
기가텔레콤·지세븐소프트 연루
  • 등록 2006-01-09 오전 8:24:05

    수정 2006-01-09 오전 11:26:49

[이데일리 이진우기자] 한 모델양성 전문업체를 사이에 두고 코스닥 상장회사 두 곳이 사운을 건 '진실게임' 을 벌이고 있다.

논란의 대상은 지난해 12월말 기가텔레콤(064720) 최대주주의 지분을 60억원에 사들여 경영권을 인수한 '모델라인엔터테인먼트'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지세븐소프트(035830)가 60%의 지분을 사들여 경영권을 인수한 업체이기도 해서, 결국 '지세븐→모델라인→기가텔'의 구조로 지세븐소프트가 기가텔레콤을 간접 인수한 셈이 된다.

그러나 모델라인 측이 지난 5일 “지세븐소프트와의 경영권 양수도 계약은 이미 파기됐으며 모델라인의 현 경영진은 지세븐소프트와 무관하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지세븐소프트에는 주주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쳤고, 지세븐소프트가 6일 공시를 통해 경영권 인수 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상황은 크게 꼬였다.

양측의 주장은 기본적인 사실관계에서부터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모델라인 측은 지세븐소프트가 당초 매각대금 27억원 가운데 6억원만 지급하고 잔급을 내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지세븐소프트는 26억원이 이미 건네졌다고 반박하고 있어 어느 한쪽의 횡령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과연 어느 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 "6억만 받았다" vs "26억 줬다"..사라진 20억원은?

모델라인엔터테인먼트는 1979년 설립된 업체로 업계에서는 보기 드물게 업력이 긴 회사다. 모델을 양성하고 패션쇼 등을 기획하는 사업을 진행해 온 회사로 차승원, 권상우, 이소라 등 유명 연예인들이 이 업체를 거쳐간 모델로 알려졌다.

이 회사가 증권시장에 알려진 것은 지난 9월2일 지세븐소프트가 이 회사 주식 60%를 30억원에 사기로 했다고 공시하면서부터다.

지세븐소프트의 공시에 따르면 지세븐소프트는 9월2일 계약당시 모델라인의 최대주주 이재연 사장에게 25억원을 계약금조로 지급하고 잔금 4억원을 9월23일 지급하기로 했으나 양측의 합의로 연기했다. 이후 10월 26일 모델라인 주식가치를 재평가해서 매매대금을 30억원에서 27억원으로 변경하고 잔금 1억원은 11월8일에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11월 9일 모델라인의 감사과정에서 이재연 사장에게 4억8600만원을 대여한 사실이 뒤늦게 나타나 이 돈을 반환할 때까지 잔금지급을 미루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이것이 시장에 공시를 통해 발표된 지세븐과 모델라인의 마지막 거래기록이다.

그러나 모델라인 측의 주장은 이와 다르다. 당초 계약금은 25억원이 아닌 6억원 뿐이었으며 그동안 지세븐 측이 허위공시를 해왔다는 것이다. 이재연 모델라인 사장은 이런 사유를 들어 지난해 12월13일 지세븐소프트에 지분매매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연 사장이 6억원밖에 받지 않았다는 증거로 모델라인 측이 제시한 문건은 지난 10월21일자로 작성된 지불확인서다. 이 서류에는 지세븐소프트가 10월31일까지 4억원을 지급하고 11월11일까지 10억원을 지급키로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는 것.

이재연 모델라인 사장 측에 따르면 당초 지세븐소프트와 이재연 사장은 60%의 지분을 30억원에 사고 파는 계약 외에도 나머지 40%의 지분을 20억원에 매매하는 ‘부속합의서’라는 이면계약을 맺었다. 이 이면계약이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맺어진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불확인서가 지분 60%를 팔기로 한 본계약의 잔금지급 확약서라면 ‘6억원만 받았으며 잔금 24억원이 남았다’는 이재연 사장 측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되지만, 확인서 내용 중 11월11일까지 지급키로 한 ·10억원이 ‘40%의 지분을 팔기로 한 부속합의서’에 따른 또 다른 계약의 잔금이라면 이 지불확인서는 본계약의 잔금은 4억원 뿐이라는 지세븐 측의 주장을 입증하는 근거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의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모델라인 측은 지세븐소프트의 반박공시로 논란이 가열되기 시작한 6일 지세븐소프트에 공문을 보내 허위사실을 공시하는 등 범법행위를 통해 모델라인의 명예를 훼손한 것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한편 지세븐소프트 측은 “9월2일 25억원을 이재연 사장 계좌로 송금한 은행송금확인서를 보관하고 있으며 이런 서류를 금감원에 모두 제출했다”며 돈을 받지 못했다는 모델라인의 주장을 일축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할 경우 법적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진실게임 결과 따라 지세븐-기가텔 둘 중 하나는‘휘청'

지세븐소프트와 모델라인 이재연 사장 사이에 주고받은 돈의 액수가 이처럼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는 이유는 진짜 잔금이 얼마였느냐에 따라 지세븐소프트의 모델라인 지분 인수 계약이 유효한 지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지세븐 측 주장대로 잔금이 1억원만 남은 상태에서 대표이사 대여금 문제로 잔금지급이 미뤄진 것이라면 이재연 사장 측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기는 어렵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모델라인 측 주장대로 계약금 6억원만 지급된 상황에서 잔금지급을 계속 미룬 것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게다가 모델라인이 지난해 말 기가텔레콤 지분을 인수하고 우회상장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상황이 더 복잡해졌다. 지세븐소프트의 입장에서는 모델라인을 인수하지 못한다면 어렵게 준비한 신규사업 진출이 좌절되는 것은 물론이고 모델라인에 건네진 것으로 되어있던 회삿돈 20억원이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찾아내야 하는 부담도 지게 된다. 또 그동안의 허위공시에 따른 제재도 감수해야 하며 지난달 모델라인 측의 계약 파기 통지 사실을 공시하지 않은 부분도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지세븐소프트의 모델라인 인수 계약이 유효하다면 불똥은 기가텔레콤 쪽으로 튄다. 기가텔레콤은 이번 논란의 직접적인 당사자는 아니지만 공교롭게도 모델라인의 새 주인에 의해 피인수되면서 소용돌이에 휘말린 상황이다. 모델라인의 경영권이 당초 계약대로 다시 지세븐소프트에게 넘어간다면 기가텔레콤의 ‘피인수’나 모델라인의 ‘우회상장’ 자체가 번복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기가텔레콤은 최대주주가 현재 주력사업의 수익성이 불투명하다는 판단을 하고 보유지분을 처분한기로 한 상황이어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는 작업이 난항을 겪을 경우 투자자들의 실망매물이 쏟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를 먼산 불구경 하듯 바라보기 어려운 입장이다.

◇ 계약 당사자 쏙 빠지고 대리인들만 설전

이번 사건은 겉으로 보면 매우 복잡하게 보이지만 결국 받았다는 사람과 보냈다는 쪽의 은행계좌만 확인하면 매우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다.

그러나 양측의 설전만 오가며 회사간의 법적공방으로 비화될 조짐이 보이는 이유는 계약 당사자인 모델라인 이재연 사장과 지세븐소프트 오영훈 대표이사가 모두 경영권을 넘기고 뒤로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2일 최초 계약을 맺은 당사자는 지세븐소프트의 오영훈 대표이사와 모델라인 이재연 대표이사지만 오영훈 대표는 지난해 11월1일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고, 이재연 대표도 지난해 11월말 여상민 현 대표이사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현재 지세븐소프트는 오영훈 전(前)대표에게 당시 상황을 ‘인수인계받은’김환교 사장이, 모델라인에는 이재연 전 사장에게 당시 정황을 ‘전해들은’ 여상민 사장이 ‘각자 아는 대로’ 주장을 펴고 있는 상황이다.

모델라인의 현 경영진 측은 “지세븐소프트가 27억원중에 26억원이나 이미 지급했다면 석달이 넘도록 모델라인에 관리직원도 파견하지 않고 경영권을 다른 쪽이 인수해가도록 내버려뒀다는 게 말이나 되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지세븐소프트 측은 “모델라인 측이 계약해지 통보를 12월13일에 했지만 그보다 보름이나 앞선 11월말 이미 지세븐소프트의 동의 없이 경영권을 다른 곳에 넘기고 유상증자도 강행해버렸다”며 받을 돈을 다 받고 나서 대표이사 대여금이 문제가 되자 잔금문제를 트집 잡아 계약을 파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양측의 주장에 모두 모순점이 있다며 뭔가 공개되지 않은 다른 사실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기업 인수합병(M&A) 컨설팅 업계의 한 관계자는 “30억원짜리 계약을 하면서 아무 보장도 없이 계약 당일에 25억원이나 줬다는 주장도 납득이 가지 않지만 6억원만 받고도 지세븐 측이 25억원을 줬다고 수차례 공시하는 것을 무시하고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모델라인 측도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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