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엽 KAIST 특훈교수 "시스템 대사공학으로 인류 현안 해결에 기여할 것"

국내 과학자 중 노벨상에 최근접한 과학자 중 한 명으로 꼽혀
미생물로 화학 물질 등 생산하는 '시스템대사공학' 창시자·세계적 석학
"나보다는 내 제자들이 연구 확장해 노벨상 받았으면"
  • 등록 2019-05-01 오전 6:00:00

    수정 2019-05-01 오전 6:00:00

[제주 서귀포=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만드는 데 5초, 사용하는 데 5분, 분해되는 데 500년’. 일회용 플라스틱 얘기다. 전 세계가 ‘플라스틱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 중인 가운데 우리나라도 지난해 8월부터 커피숍과 패스트푸드 매장에서의 플라스틱 컵 사용을 전면 규제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대형마트와 대형슈퍼마켓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도 금지하고 있다.

이상엽 KAIST 특훈교수. 사진=과기정통부.
국내 과학자 중 노벨상 최근접 과학자 중 한 명으로 평가 받아…‘시스템 대사공학’ 창시자

이처럼 전 인류적 문젯거리로 떠오른 썩지 않는 플라스틱을 착한 플라스틱으로 만들고 있는 이상엽 KAIST 특훈교수는 “기후변화, 식량·에너지·플라스틱 문제 등 인류가 당면한 여러 문제를 푸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피력했다.

국내 과학자 중 노벨과학상에 가장 근접한 과학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이상엽 KAIST 특훈교수는 최근 제주 서귀포시 중문동 ICC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미생물학회 창립 60주년 국제학술대회’ 기간 중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인류에 도움이 되도록 시스템 대사공학 연구에 매진할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시스템대사공학’이라는 분야를 창시해 지속가능한 친환경 화학제품 제조라는 새 지평을 열어가고 있는 이 분야 세계적 석학으로 평가 받는다.

시스템 대사공학은 간단히 말하면 각종 화학 물질 생산에 적합하도록 미생물의 유전자를 최적화하는 것을 말한다. 그동안 석유화학 공정으로 얻던 유용한 화학 물질들을 미생물 배양을 통해 생산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미생물의 대사 회로를 인위적으로 디자인해 우리가 원하는 물질을 효과적으로 얻는 기술이 대사공학”이라며 “이 대사공학을 다른 학문과 융합함으로써 보다 체계적으로 미생물 대사를 재설계하고 목표 물질의 효율적 대량생산을 추구하는 학문이 시스템 대사공학”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가 미생물을 이용한 시스템 대사공학을 통해 개발한 물질은 친환경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휘발유, 디젤, 인공배양육 원료 등 다양하다. 이 교수는 매우 효율적으로 오일과 다양한 천연물도 만드는 데 성공했으며 조만간 국제 저명 논문에 게재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게재일까지 엠바고(보도 유예)가 설정돼 있다며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지만 새로운 물질을 개발했다는 자부심이 깊이 느껴졌다. 이 교수는 “인간은 한정된 삶을 살다 가겠지만 화석연료는 아무리 아껴 써도 향후 500년 뒤엔 지구 상에 없다”며 “태양은 우리에게 에너지를 주지만 화학물질을 제공하진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며 시스템대사공학은 결국 인류의 삶을 지금처럼 풍요롭게 해줄 하나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화석연료 고갈에 상관 없는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생물화학산업을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것이 이 교수의 포부인 셈이다.

이 교수는 현재 인류의 큰 재앙 중 하나로 다가온 폐플라스틱 문제에 대해 “현재의 플라스틱 문제가 생긴 것은 값이 싸고 썩지 않는다는 두 가지 특성 때문”이라며 “지난해 8월부터 극약처방으로 마트 등에서 비닐봉지 가격으로 50 원을 받는 행위는 결국 사람들에게 사고와 행동 방식을 바꿔나가는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상엽 KAIST 특훈교수. 사진=KAIST.
“25년간 ‘연구’를 ‘여가’라 생각하고 살았다”…연구 열정·제자 사랑 ‘가득’

이 교수는 친환경 플라스틱의 다음 타깃은 패션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옷도 수십년을 입는 사람은 없고 몇 백년을 놓고 보면 결국 옷도 현재 폐플라스틱과 같은 문제를 일으킨다”며 “글로벌 리더그룹에서는 이미 패션의 친환경화를 추구하는 선도적 아이템들을 개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지난 1월 미생물에서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경로를 총 정리한 ‘바이오 기반 화학물질 합성지도’를 개발ㆍ완성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카탈리시스는 이 교수의 연구 결과를 표지논문으로 게재했고 지도를 전 세계에 무료 배포했다. 생명공학자 뿐만 아니라 바이오ㆍ화학 관련 기업들도 이 지도만 활용하면 주요 화학물질의 다양한 합성 경로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 교수는 “ 싱가포르에서 발간하는 ‘아시안 사이언티스트’지에서 이 지도를 ‘바이오화학의 구글맵’으로 칭했는데 이 말이 좋아 우리도 이걸 갖다 쓰기로 했다”며 웃었다. 이어 “네이처 카탈라시스에서 내게도 50장을 보내줬는데 절반은 이미, 달라고 조르는 연구자들에게 나눠 주고 몇 부는 과기정통부 등에 전달해 주고, 나머지 절반은 잘 보관하고 있다”며 “다만 화학물질 구조가 하도 많다 보니 몇 가지 수정할 사항이 있어 학술지에 정식으로 수정 요청을 해 놓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학자로서 세계적으로 뛰어난 연구 업적을 이룬 이 교수는 정작 노벨상 수상에 대해선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25년간 연구실에서 제자들과 좋은 연구를 많이 했지만 제가 직접 받을 수 있을 것 같진 않고 나중에 제자들이 받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정책은 압축적인 경제성장 전략에 따라 선도적 연구와는 거리가 먼 추종적 연구개발(R&D)에만 매달려 왔기 때문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높은 연구·개발(R&D) 예산과는 별개로 원천기술 연구는 있을 수가 없었다”며 “시스템대사공학이 완전히 자리를 잡고 제자들이 이것을 활용해 뭔가 근본적인 것을 만들어낸다면 이 분야에서도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인터뷰 내내 자신의 연구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했다.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공헌하고 있다는 사명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 교수는 “지난 25년간 ‘연구’를 ‘여가’라고 생각하며 살았다”며 “다만 요즘은 주말을 포함해 일주일 내내 연구실에서만 생활한 모습들이 제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회고했다. 요즘은 주말 같은 경우 반나절 정도씩은 아내와 영화도 보고 책도 보며 여유를 조금씩 갖고 있다는 이 교수는 “연구에 몰두할 수 있게 집안일을 100% 전담해 준 아내에게 고마움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과학자 이전에 교육자로서의 직분에 더 무게를 두며 제자들에 대한 감사함과 사랑도 표현했다. 이 교수는 “연구실이 25주년을 맞았는데 내 밑에서 석사와 박사를 한 제자들이 75명 정도되고 그 중 약 30명은 교수 생활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내 제자들이 각자 굉장히 훌륭한 연구를 맡아 하고 그것을 모아 놓은 것이 이상엽 교수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상엽 교수는…

-1964년 서울 출생

-서울대 화학공학과 졸업(1986년)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대학원 화학공학 석·박사(1991년)

-KAIST 공과대학 생명화학공학과 교수(1994년~)

-KAIST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2007년~ )

-미국 공학한림원 외국회원

-미국 국립학술원 외국회원

-KAIST 연구원 원장

-세계과학학술원 펠로우

-세계경제포럼 글로벌 미래위원회 생명공학위원회 공동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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