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의 트위터 인수가 M&A 시장에 끼치는 악영향

[위클리M&A]
트위터 63조원에 인수한 머스크
인수 이후 회사 후폭풍 일파만파
이메일 해고에 공화당 지지까지
"M&A 이미지 나빠질까 걱정이다"
  • 등록 2022-11-12 오전 10:00:00

    수정 2022-11-13 오전 12:06:56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를 두고 말들이 많다. ‘괴짜’ 성향의 부호가 자신이 매일같이 드나들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인수하는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인수금액만 440억 달러(약 63조억원)에 달하는 트위터 인수를 두고 잠잠하던 글로벌 M&A(인수합병) 시장이 달아오르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트위터 인수를 바라보는 시장 관계자들의 평가는 예상과는 꽤 거리가 있다. 일각에서는 “시장에 도움이 될 것 하나도 없다”며 박한 평가를 내린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가 시장에서 차가운 외면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 인수를 마친 28일(현지시간) 기존 트위터 임원이었던 파라그 아그라왈 CEO 등 3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사진=로이터)
시작부터 꼬인 트위터 인수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는 올해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차곡차곡 트위터 주식을 매입하던 그는 지난 3월 트위터 주식 9.1%를 26억4000만 달러에 인수하며 회사 최대주주가 됐음을 트위터에 알렸다.

트위터 이사회에 입성한 머스크는 지난 4월 회사를 430억 달러(주당 54.20달러)에 인수하고 사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속력 없는 제안을 내놓기에 이른다.

머스크의 인수 제안에 주가는 이튿날 10% 넘게 빠졌다. 주주들 사이에서는 ‘적대적 M&A 아니냐’거나 ‘혹시 모를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가 돌았다. 그러나 한 가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지구에서 손꼽히는 부자가 트위터를 60조원 넘는 가격에 산다는 제안을 주주들 입장에서 뿌리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같은 기간 머스크의 그럴듯한 인수 이유도 이어졌다. 그는 “트위터가 언론의 자유를 위한 전 세계적 플랫폼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소통의 자유는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의무이며 재산을 불리려는 목적은 없다“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나쁘지 않았다. 매일 트윗을 남기는 글로벌 부자의 트위터 인수는 나름 포장하면 ‘덕업일치’라며 낭만적으로 봐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본격적인 문제는 이 지점부터 시작한다. 머스크가 무난하게 흐르는 듯 하던 트위터 인수를 없던 일로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올해 7월의 일이다. 머스크는 트위터가 가짜 계정과 스팸 계정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거절한 것이 인수 포기의 주된 사유라고 밝히기도 했다.

머스크는 트위터 측에 당초 제시했던 인수 가격의 30% 인하를 요구했다가 퇴짜를 맡았다는 사실이 외신보도로 알려지기도 했다. (사진=AFP)
서서히 피어나는 불길한 조짐

사실 머스크는 지난 5월부터 트위터의 가짜 계정 현황을 문제 삼으며 계약 파기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분위기를 몰아갔다. 트위터는 전체 계정에서 차지하는 가짜 계정 비율이 5% 미만이라는 입장이었으나, 머스크는 이를 믿을 수 없다며 입증 자료를 제시하라고 트위터를 압박했다.

난데없는 M&A 노쇼(No Show·계약 미이행) 조짐에 트위터는 계약 이행 강제 소송을 예고했다. 미국 법조계에서도 머스크가 의도한 대로 계약을 끝낼 수 없으며 오랜 기간이 걸리는 법정 싸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재판에서 지는 쪽이 내야 할 자금이 만만치 않았다. 머스크와 트위터가 4월 체결한 인수 계약서에 따르면 어느 쪽이든 계약을 위반할 경우 위약금으로 1조2000억원을 내기로 했다. 인수 무산은 둘째 치더라도 재판에서 지면 1조원 넘는 돈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결국 머스크는 지난달 트위터를 인수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식었던 인수 의지에 돌연 불이 붙었다기 보다는 재판에서 질 게 뻔하다는 평가를 고려한 결정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후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머스크는 트위터 측에 당초 제시했던 인수 가격의 30% 인하를 요구했다가 퇴짜를 맡았다는 사실이 외신보도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예기치 못한 대혼란의 시작

트위터를 인수한 머스크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지각 변동을 몰고 왔다. 파라그 아그라왈 전 CEO 등 기존 경영진을 인수 직후 쫓아냈고 전체 직원의 50%를 일괄 해고하는 등 냉혹한 ‘칼바람’ 경영에 착수했다.

해고 방식도 문제가 됐다. 해당 직원들에게 해고 이메일을 일괄 발송하는 방식을 택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회사를 나가라’는 이메일을 받은 직원은 전체 임직원의 절반인 3700명에 이른다.

평소처럼 자신의 업무용 노트북을 펼친 직원들은 상상하지 못했던 해고 메일을 받는 경험을 했다. 일부 직원들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방금 노트북 접속이 끊겼다”는 트윗을 남기기도 했다.

남아 있는 직원들에게 내려진 첫 지시는 ‘재택 근무 금지’였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전날 트위터 직원들에게 보낸 첫 번째 단체 메일에서 재택근무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한 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모든 직원이 사무실에 출근해 매주 최소 40시간 이상 근무할 것을 지시했다.

급기야 머스크는 미국 중간선거를 하루 앞둔 7일(현지 시각) 특정 정당에 가입돼 있지 않은 무소속 유권자들을 향해 공화당에 투표하라고 촉구했다. 트위터 인수 이유를 두고 “소통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던 말을 본인 스스로 지키지 못한 셈이다.

보다 못한 미국 주요 광고주들은 트위터 광고를 잠정 중단했다. 핵심 임원들이 줄사표를 내고 회사를 떠나자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로부터 공개 경고를 받기도 했다.

썰물처럼 빠져나간 광고주에 핵심 인사마저 떠나면서 트위터는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 10일 임직원들과의 전화회의에서 트위터의 현금흐름이 좋지 않다며 파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도 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명 SNS 기업의 손바뀜이 일어났음에도 미국이나 국내나 해당 상황을 반기지 않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아무리 이해해도 시장에 악영향

최대한 냉정하고 차분하게 상황을 해석해보자. 회사 인수 이후 직원 감축이나 구조조정 등의 과정은 아주 이례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회사 재도약을 위해 M&A 이후 인원을 줄이거나 회사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뜯어고치려고 한다. 새 주인도 거액을 들여 회사를 산 것이기에 대대적인 변화 과정 자체를 마냥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런데 머스크의 행보는 우려를 사기에 충분하다. 달콤한 제안을 앞세워 회사를 인수하겠다더니 돌연 인수를 하지 않겠다 나선 것도 그렇고, 법리 공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그냥 사겠다고 한 것도 개운치 않다. ‘좀 깎아주면 안 되냐’는 말은 덤이다.

인수 이후 풀어놓은 급진적인 행태도 문제다. 기록적인 감축도 감축인데, 방식이 너무 촌스럽다. 회사 성장을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고군분투하던 직원들에게 건네는 마지막 인사가 ‘이메일 한통’이라면 트라우마로 남을 법 하다. 문자 메시지로 ‘우리 헤어져’라고 말하는 설익은 이별 방식과 다를 바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명 SNS 기업의 손바뀜에도 미국이나 국내나 해당 상황을 반기지 않는 모습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가 업계에 끼치는 악영향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다. 최대한 그의 발언을 그대로 옮기면서 끝맺음을 할까 한다.

“어디서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머스크가) 저열하고 못된 것은 다 하고 있다. 나중에 어떤 결말을 낼 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하는 행동을 보면 문제가 많다. 자칫 잘 활동하고 있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나 대기업들까지 동일시하며 색안경을 끼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꽤 오랜 기간 구축해온 시장 이미지에 찬물 끼얹은 것 같다. 가뜩이나 올해 자본시장 분위기도 우울한 데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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