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대한민국은 과학입니다"

  • 등록 2022-01-03 오전 6:15:00

    수정 2022-01-03 오전 6:15:00

[이우영 한국기술교육대 교수]‘과학(Science)’의 의미를 소비자에게 적절히 소구(訴求)하면서 성공적인 마케팅을 이끌어낸 카피가 있었다. “○○는 과학입니다.” 기업의 이미지는 물론 제품이 가져야 할 본질, 즉 품질과 신뢰성에도 ‘과학’이 주는 긍정적인 의미망을 확산시키면서 ‘고객 지향의 제품’이라는 확신까지 주었던 광고 사례였다.

‘과학’의 사전적 정의는 ‘실험과 같이 검증된 방법으로 얻어 낸 자연계에 관한 체계적 지식체계’이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진실에 기초하여, 편견이나 왜곡 없이 검증되고 계측된 사실 그 자체를 과학이라 배웠다. 그래서 보편적으로 올바른 과학은 편향된 이념이나 선동에 휩쓸리지 않는다.

그러나, 때로 과학을 앞세워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단체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자신의 신념을 고집하여 과학 본연의 순수한 의미를 왜곡하는 ‘탈진실(Post Truth)’ 사례도 있다. 왜곡된 과학은 과학 전반에 대한 그릇된 편견을 갖게 하거나 나아가 사회를 혼란과 갈등으로 몰고 가는 위험을 수반한다.

2008년 한미 FTA 체결로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시위를 촉발한 광우병 사태는 과학이란 무늬로 위장한 탈진실의 대표적 사건이다. ‘사드(TAHHD) 사태’ 또한 과학적 진실을 외면한 채 사회적 혼란을 부추겼던 사례다. 레이더가 내뿜는 전자파가 불임이나 암을 유발하여 그 일대가 ‘죽음의 땅’이 되고 성주 참외는 유해 전자파로 ‘사드 참외’가 될 것이란 괴담까지 퍼졌다. 아무리 정부가 해당 분야 전문가 입회하에 객관적 측정 결과가 법이 규정한 기준에 적합한 수준임을 밝혀도 반대진영의 비과학적 억지 논리에 휘둘렸던 사례였다. 월성원전 1호기의 삼중수소 유해성 논란 역시 비슷하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과학과 기술의 진정성을 존중하고 진흥했던 시대는 언제나 융성하였고 백성의 삶이 편안하였다. 최근에 국가지정 보물로 지정된 해시계 ‘앙부일구(仰釜日晷)’는 세종 16년인 1434년 장영실, 이천, 이순지 등이 왕명에 따라 제작하여 궁궐과 관공서에 널리 보급되었고, 태양 그림자로 시와 날, 절기를 두루 파악할 수 있도록 하여 과학을 통해 백성을 향한 애민정신(愛民精神)으로까지 나아갔다.

‘과학’이 중요한 이유는 학문 그 자체로서의 의미 외에도 과학적 사고방식에 기반한 합리적 공감능력, 즉 ‘사이언스 리터러시(Science Literacy)’ 역량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사이언스 리터러시’는 사회적 갈등 해소를 위한 토론과 숙의의 과정에서 참과 거짓, 그리고 상식과 비상식을 구분하는데 필수적인 역량이다. 또한, 대한민국이 건국 세대, 산업화 세대 그리고 민주화 세대를 거쳐 새로운 ‘지식생산 세대’로 가기 위한 독창적 아젠다, 즉 ‘근거기반 정책(Evidence Based Policy)’을 수립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사회적 자본이다.

지난 29일, 한해를 마감하며 전해온 뜻깊은 과학기술 소식 하나가 임인년(壬寅年) 새해를 밝히고 있다. 제주에서 국내 최초로 청년 과학도가 창업한 기업이 대학과 손잡고 쏘아 올린 ‘민간과학로켓’이 그것이다. 비록 강풍으로 인한 기상 여건으로 본격 궤도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국민에게 희망과 자부심을 주는 작은 울림이 되었다. 더욱이 올 8월에 우리가 만든 우주탐사선 발사에 성공하면 우주탐험을 향한 여정의 첫발을 내디딘다.

이제는 국민 개개인의 소득, 또는 삶의 질과 같은 가치를 넘어, 공공성과 투명성, 개방성, 상호 신뢰와도 같은 사회적자본을 바탕으로 더 높은 공공의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우리가 바라는 ‘열린 공정사회 선진국’은 경제 강국이 아닌 ‘과학 선진국’에 있다는 믿음이다. 이념과 진영을 초월한 ‘과학의 순수함’과 ‘과학적 리터러시’는 결국 ‘과학이 승리한다.(science will win)’는 사회적 공감대로서 더욱 중요성이 높다. 그런 면에서 새해 임인년(壬寅年)을 ‘지식생산 국가’의 원년(元年)으로 삼고, 첫 슬로건을 ‘대한민국은 과학입니다’로 하면 어떨까 제안하고 싶다. 대한민국은 과학과 합리에 바탕을 둔 미래로 다 함께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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