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투자 부족해 "생산차질" 우려가 현실로

"시설 모자라 수출주문 절반도 못대요"
  • 등록 2003-12-07 오후 5:38:29

    수정 2003-12-07 오후 5:38:29

[조선일보 제공] 지난 4일 오후 충북 음성군 동부아남반도체 제2공장. 복도를 사이에 두고 공장 내부의 양쪽 풍경은 매우 대조적이다. 한쪽은 고가의 반도체 장비가 빽빽히 들어서 있고 그 사이를 방진복 차림의 여직원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지만, 다른 한쪽은 장판지만 덩그러니 깔린 채 텅 비어 있다. 동부아남반도체 권기주 과장은 “주문은 폭증하고 있는데 제때 시설투자를 하지 못해 주문량의 절반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부아남반도체는 3~4년 만에 온다는 반도체 대박을 기대하며 들떠 있다. 월 7500장의 웨이퍼(반도체 원료)를 가공하는 이 공장은 지난 5월부터 주문이 폭주, 휴일도 없이 공장을 24시간 풀가동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네덜란드 필립스 등 세계적인 전자업체에 휴대전화기용 반도체칩을 공급하기로 계약을 체결, 탄탄한 고정거래선을 확보했다. 이들 기업에 본격적으로 제품을 공급하면 매출이 단번에 2배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 그런데도 경영진들은 고민에 빠져 있다. 동부아남은 당초 올 연말까지 총 2만장 규모의 웨이퍼 가공능력을 갖출 계획이었으나 제대로 투자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계 대출에만 열을 올렸던 은행은 동부그룹의 지원 요청에 “반도체 경기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번번이 퇴짜를 놨다. 게다가 증권가에서는 “동부전자 때문에 동부그룹까지 망할 것”이라고 혹평했고, 신용평가기관은 작년 말 동부그룹 전(全) 계열사의 신용등급을 강등시켰다가 최근에야 원위치로 돌려놨다. 최헌기 부사장은 “지금 은행권에 1조2000억원의 자금 지원을 요청해둔 상태”라면서 “지금부터는 투자를 얼마나 빨리 하느냐가 성공의 열쇠”라고 말했다. 이천에 있는 한 자동차부품 업체는 수도권 공장 증설 규제에 막혀 수출 호기를 제대로 살리지 못할까 발을 구르고 있다. 자동차용 첨단제어장치를 생산하는 이 회사는 올 들어 작년보다 매출이 30% 이상 급증, 추가 설비가 시급하지만 공장 증설이나 용적률 규제에 막혀 꼼짝도 못하고 있다. 이 회사의 김모(45) 이사는 “공장 안에 직원들이 차를 세울 곳도 없다”면서 “주문이 더 늘어나면 정말 중국으로 공장을 옮기든지 해야 한다”고 걱정했다. 세계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우리나라의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자동차와 반도체 등 주력 제품의 수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증가하면서 내수침체로 시름을 앓고 있는 우리 경제에 숨통을 틔워 주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올해 내내 우리 경제에 주름살을 지웠던 투자 부진이다. 실제로 휴대전화기용 LCD(액정화면)나 플래시 메모리 같은 일부 부품은 품귀 현상까지 빚고 있어 자칫 완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휴대전화기 제조업체 팬택의 노순석 상무는 “휴대전화기용 LCD(액정화면)를 일본에서 수입해 쓰고 있다”면서 “지금 같은 추세라면 내년 상반기 중 업계 전반적으로 LCD 부품난을 빚을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MP3(디지털 음악파일) 제조업체인 레인콤도 연초에 비해 생산량이 2.5배나 늘어났지만 핵심부품인 플래시 메모리를 확보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레인콤 양덕준 사장은 “플래시 메모리 공급량이 전체적으로 수요의 60% 선에 그치고 있어 디지털카메라나 MP3 제조업체들은 비상이 걸린 상태”라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 같은 투자 부진이 장기적으로 우리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위축시킬 우려가 높다고 밝혔다.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국내 600대 기업은 올 상반기 중 실제 투자계획의 80% 정도만 집행했으며, 특히 매출 1조원 이하의 중견업체들은 올해 전체 투자 규모가 작년보다 무려 30%나 감소한 상태다. 전경련 이승철 조사본부장은 “IMF 이후 기업들이 주가나 수익성 등 단기 경영성과에만 집착, 장기적인 투자를 꺼리고 있다”면서 “하지만 세계 경제가 본격적인 활황국면에 접어들 경우 우리만 뒤처질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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