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온화장, "술 취해 샤워후 전기 매트에서 자다간 3도 화상"

저온화상 환자 80%가 3도 화상, 피부이식수술 받아야
  • 등록 2014-01-01 오전 6:00:00

    수정 2014-01-01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청소부 일하는 이동구(62)씨는 며칠 전 깜짝 놀랄 일을 겪었다. 밤새 추위에 떨며 일한 후 동료들과 함께 술을 한 잔하고 집으로 돌아와 전기장판 위에서 잠이 들었는데 깨어나 보니 장판에 엉덩이 한 쪽이 달라붙은 것이다. 깜짝 놀라 화상전문병원을 찾았더니 ‘심재성 3도 화상이라며 피부이식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는 것. 그는 몇 년째 전기장판을 사용해온데다 온도도 높지 않았기에 의아했다. 별다른 통증도 없었고 부위가 크지도 않았기에 더 놀랐다.

15년 동안 생리통으로 고생해온 김영자(여·30)씨. ‘조금이나마 효과가 있을까’ 싶어 좋다는 약은 다 먹어봤지만 차도가 없었다. 뜸이 생리불순과 생리통에 좋다기에 재료를 구입했고 직접 배꼽 아래에 뜸을 떴다. 뜨겁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효과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참아야 할 것 같았다. 모두 끝나자 뜸을 떴던 곳에는 동전만한 물집이 생겼다. 며칠이 지나자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고 화상전문병원을 찾았다가 의사로부터 ‘수술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48도서 5분, 68도서 1초만 닿아도 피부 손상

사람들은 흔히 고온에서만 화상을 입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물이 끓는 온도인 100도의 절반도 안되는 48도에서도 충분히 화상이 발생한다. 데이지 않을 것 같은 온도에 화상을 입는 것이 바로 ‘저온화상’이다. 화상은 100도의 액체나 물체에 스치기만 해도, 68도에는 1초, 48도에서는 5분간만 접촉해도 생긴다.

저온화상은 1년 중 추위가 시작되는 11월 중반부터 환자수가 급증한다. 그냥 생활하기에는 쌀쌀하지만 그렇다고 보일러를 틀자니 비용 부담이 큰데다 추위가 심하지 않아 전기장판 또는 온수매트만 깔고 생활하다 화상을 입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화상환자가 찾는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에는 쌀쌀해지는 11월부터 1월까지 저온화상으로 입원하는 환자수가 가장 많다. 특히 추위가 예년보다 일찍 시작된 올해 11~12월은 전년대비 20% 가량 늘었다.

허준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화상외과 교수는 “날씨가 추워지면 몸을 녹이기 위해 술을 한 잔 마시고 잠자리에 드는 어르신들이 있는데 술을 마시면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어 깊은 잠에 빠지므로 저온화상을 입을 확률이 크다”고 강조했다.

◇방심하는 찰나 상처 면적은 좁지만 피부 괴사까지

저온화상은 낮은 온도에 오랜 시간 노출되는 특성상 고온에 의한 화상보다 상처 면적은 좁지만 깊이는 깊다. 이 때문에 저온화상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의 80%가 3도 화상이다. 3도 화상은 피부 표피와 진피 모든 층이 화상을 입은 것을 말한다.

엉덩이나 허벅지와 같이 전기매트에 접촉하는 부위에 잘 생기고 피부가 괴사해 하얀 색상을 띤다. 감각이 없을 뿐 별다른 통증이 없어 자신이 화상을 입었는지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러한 이유로 며칠이 지난 후 병원을 찾는 이 대다수다. 치료는 깊은 상처 때문에 80% 이상이 피부이식수술을 필요로 한다. 예상치 않은 온도에 데여 씻을 수 없는 상처까지 남게 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저온화상을 입었을 때 스스로 할 수 있는 응급치료는 없다. 그 사실을 인지했을 때는 이미 화상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찬물로 환부를 식히는 쿨링마사지도 화상을 입은 후 2시간 이내에만 효과가 있어 무용지물이다. 피부 감각이 없거나 색이 하얗게 변했을 때는 저온화상을 의심하고 화상전문병원을 찾아야 한다.

허 교수는 “고온화상은 누가 봐도 상태가 심각해 빠른 시간 내에 병원을 찾지만 저온화상은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이 때문에 병원을 찾으면 이미 진행이 끝난 경우가 흔하다. 저온화상은 온도가 높지 않다는 이유로 방심하다 오랜 시간 노출돼 깊은 상처를 남긴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매트 위에 두꺼운 요 한 장만 깔면 저온화상 예방 끝!

저온화상을 야기하는 것으로는 겨울철 많이 사용하는 전기매트와 전기장판이 있다. 최근 전자파가 없다는 이유로 많이 구입하는 온수매트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영하의 실외에서 오랜 시간 바깥 활동을 하다 실내로 들어오면 따뜻한 아랫목부터 찾는다. 몸이 꽁꽁 얼었기에 온도가 높은 곳에 누워도 뜨겁다는 것을 잘 느끼지 못한다. ‘조금 더 따뜻했으면???’ 하는 마음에 전기매트나 온수매트의 온도를 높인다. 얼었던 몸이 녹으면서 나른해져 잠이 드는 경우도 많다. 뜨거운 온도에 놀라 깨면 다행이지만 깊은 잠에 빠지면 상항이 달라진다. 피부가 익어 감각이 무뎌지고 다시 피부가 타는 일이 벌어진다. 특히 술을 마셨거나 수면제를 먹었다면 저온화상을 입을 확률이 더 높아진다. 항히스타민제가 들어있어 깊은 잠을 유도하는 감기약도 그렇다.

예방법은 간단하다. 전기장판이나 온수매트 위에 두꺼운 요 한 장만 깔면 된다. 이불로 열이 분산되고 살이 장판 또는 매트와 직접 맞닿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다. 믿을 수 있는 제조사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저렴하다는 이유로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은 제품을 사용했다가는 화재로 이어지기 쉽다. 2011년부터 2013년 10월까지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전기장판 관련 상담 중에서도 화재?화상이 52건으로 전체의 28.6%로 가장 많았다.

특히 최근에는 전자파가 없다는 점에서 온수매트를 구입하는 사람이 늘면서 중소업체의 시장 진출이 대거 늘었다. 제품 구입 시 단순하게 가격만 따지기보다는 AS가 확실한지, 장시간 사용하거나 이동할 때 전원이 자동으로 차단되는 기능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또 전기난로 사용 시에는 최소 1m 이상 거리를 두고 사용한다. 저온화상은 한 자세로 오래 노출될 때 생기는 만큼 간지러우면 온도를 조절하거나 자세를 바꿔야 한다.

허 교수는 “전기장판 위에 아무 것도 깔지 않고 누우면 접촉한 피부에 열이 밀집돼 온도가 더 올라가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조직이 괴사되면서 신경이 손상돼 감각이 없어진다”며 “전기매트 위에 이불 한 장을 깔면 온도가 분산돼 저온화상이 생기지 않는다. 난방기구와 용품의 안전수칙을 숙지하고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머니에 넣은 핫팩이 씻을 수 없는 상처의 원인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핫팩이나 손난로,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즐겨하는 뜸도 마찬가지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핫팩과 손난로는 최고온도가 63도에 달한다. 68℃의 물체나 액체에 1초만 닿아도 화상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위험한 물체인 것이다.

특히 이들 제품은 추운 야외에서 주로 사용하는 만큼 주머니에 넣은 채 활동하다 보면 뜨거움을 종종 잊는다. 핫팩이나 손난로를 수시로 옮기며 사용하면 상관없지만 주머니에 넣고 오랜 시간 있다 보면 추워서 다리의 감각이 없어진 것인지, 핫팩이나 손난로로 피부가 익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를 수 있다.

전기난로도 마찬가지다. 추운 환경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책상 아래에 전기난로를 두고 사용한다. 그 거리가 멀거나 시간이 짧으면 상관없지만 가깝고 움직임 없이 2~3시간 동안 연이어 사용하면 화상을 입는다. 전기난로의 열선 모양과 같은 거뭇거뭇한 자욱이 다리에 생긴다.

뜨겁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참아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뜸이나 찜질기. 이 두 가지는 치료 목적으로 흔하게 사용돼 많은 사람들이 ‘약발을 받기 위해서는 참아야 한다’며 인내하다 화상을 입는다. 특히 뜸을 뜨다 배꼽 아래에 구멍이 뚫린 사례가 많고 찜질로 허리 부위에 화상이 생기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김영자 씨가 대표적인 예로 뜸으로 인한 저온화상환자수가 적지 않다.

허 교수는 ”‘어떻게 사람이 뜨거운 것을 느끼지 못할 수 있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이러한 사례가 굉장히 흔하다. 뜨거움으로 인해 간지러웠던 경험을 누구나 한번쯤 했을텐데 그것이 바로 통증의 약한 단계이다. 그 단계를 넘어서면 ‘내가 적응했나 보다’하지만 사실은 저온화상으로 발전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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