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빅뱅 출신 가수 승리(본명 이승현)씨의 강남 클럽 버닝썬과 경찰과의 유착 의혹 논란에 관련한 수사가 연예계와 정계 등 전방위를 향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수 정준영(30)씨가 승리씨가 포함된 카카오톡 단체채팅방 등에 여성들의 영상을 몰래 찍어 유포했고 그룹 FT아일랜드 출신 가수 최종훈씨는 경찰의 도움을 받아 음주운전 혐의를 면했다는 내용까지 드러나 국민적 공분을 샀습니다.
특히 이번 사건은 경찰을 비롯한 연예계와 재계, 정계 등 고위층들이 연계된 권력형 비리일 것이란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버닝썬 게이트', '승리 게이트'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고 있습니다. 이에 지난 14일 승리씨와 동업자였던 유리홀딩스 유모 대표, 정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으면서 수사 역시 급물살을 타고 있죠.
이처럼 급박한 전개가 가능했던 건 이들이 이야기를 주고 받은 단체체팅방 메시지 내용이 공개됐기 때문입니다. 다만 일각에서 이와 관련한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공개된 카카오톡 메시지가 형사소송법이 규정한 '독수독과(毒樹毒果)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거론되기 때문이죠. 독수독과 여부를 둘러싼 법리 해석 다툼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비위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이번 한 주를 뜨겁게 달군 버닝썬 사건의 쟁점, '독수독과'란 키워드로 풀어보았습니다.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 인정 안 해...美 연방대법원에서 유래
'독이 있는 나무에는 열매에도 독이 있다'. 한자어 해석 그대로 직역하면 이렇습니다. 독수독과란 고문이나 불법 도청 등 적법하지 않은 절차로 수집된 증거에 의해 발견된 2차적 증거 자료는 증거능력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론으로 1920년 미국의 '실버톤 사건'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판례에서 유래했습니다. 당시 연방대법원은 '강요에 의해 살인범행을 자백받아 수집한 증거는 그 증거가 위법한 절차로 수집된 것이기에 증거능력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동의 없이 복구한 카톡도 "중대하고 유일한 증거면 인정될 것"
앞서 정씨의 카카오톡 메시지는 방정현 변호사가 한 사설 휴대폰 수리업체에서 복구한 것을 익명의 제보자를 통해 전달 받아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하면서 공개된 것입니다. 방 변호사는 제보자로부터 받은 이 메시지 내용을 권익위에 '공익신고' 형식으로 비실명 대리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이에 휴대전화 복구를 맡았던 해당 업체를 수사자료 확보 차원이라며 지난 13일 압수수색했습니다.
이 때문에 압수수색을 당한 복구업체 직원이 익명의 제보자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고, 이 제보자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받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실정입니다.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그의 비밀을 외부에 알리는 행위가 개인정보보호법이나 비밀침해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의 소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렇게 되면 정씨의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도 위법한 형식으로 수집된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증거 능력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가 있는 겁니다.
이에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는 증거 능력을 인정받고자 정씨의 휴대폰에서 카카오톡 메시지 원본을 확보하려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지만 해당 메시지가 발송된 시점이 3년 전인 2016년이라 폐기돼 소실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가수 용준형씨와 최종훈씨, 이종현씨 등 정씨와 메시지를 주고 받은 동료 연예인들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씨의 자백만으로는 증거 능력을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형사소송법 제310조는 '피고인의 자백이 그 피고인에게 불리한 유일한 증거가 될 시 유죄의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정씨의 동의 없이 복원·유출된 카카오톡 메시지가 증거 능력을 가질 수 있을지, 휴대폰 수리업체 직원의 복구 사실이 위법 행위가 될 수 있을지 여부가 중요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다만 국내 형사소송법의 독수독과 원칙에도 예외는 있습니다. 해당 방식으로 수집된 증거가 사건의 진실을 판단할 중대한 유일한 증거일 때죠. 전문가들은 정씨의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이 이 때문에 독수독과 원칙의 예외에 해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유민형 변호사는 "정씨가 범죄 사실을 부인하는 과정에서 정씨 측 변호인이 압수수색이나 당사자의 임의제출 등 형사소송법이 인정하는 증거 확보 방식을 따르지 않았다고 문제 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복원한 휴대폰 수리업체 "공익신고 인정 못 받으면 처벌"
반면 이번 메시지의 신고가 공익 제보로 인정 받지 않을 시 복구 작업을 진행한 휴대폰 수리업체 직원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개인정보를 본인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넘기는 행위가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직원이 공익신고자로 인정된다면 처벌을 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공익신고자보호법 제 14조는 '공익 신고자의 범죄 행위가 발견될 시 그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문제는 정씨의 혐의가 공익신고로 인정될 수 있는 법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이 명시한 공익침해행위 대상 법률에 정씨의 혐의가 될 수 있는 형법과 성폭력처벌법은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정씨와 관련해 제기된 혐의 중 공익신고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정도입니다.
변호사들은 "정씨의 동영상에서 약을 먹여 기절한 여성과의 성관계 장면이 있다는 등 마약법 위반 혐의가 소명될 경우 공익제보가 가능한 유형에 해당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공익신고로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스냅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