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폐인의 날’ 4월 2일, 사랑과 이해로 격려해야”

김용직 한국자폐인사랑협회장·변호사 인터뷰
대법관 도전 꿈 접고 자폐아 권익보호에 매진
“낙인효과 큰 ‘자폐’ 용어, 명칭 변경해야”
4월 1일 ‘세계자폐인의 날’ 행사 개최
  • 등록 2023-03-31 오전 6:00:00

    수정 2023-03-31 오전 6:00:00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이 땅에서 더 이상 ‘자폐장애 자식들보다 하루 늦게 죽기를 원한다’는 부모님들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되기를 세계자폐인의 날을 맞이하면서 다시금 상기해 봅니다.”

김용직 한국자폐인사랑협회장·변호사
법무법인 케이씨엘의 김용직 변호사는 30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세계자폐인의 날’을 맞이하는 소회를 풀어놨다.

김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를 나와 1978년 제22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동력자원부에서 사무관 생활을 하다 1980년 사법시험에 도전해 합격(연수원 12기)했다. 하지만 2001년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 부장판사를 끝으로 대법관의 꿈을 접었다. 김 변호사는 자폐성 장애인 아들을 위해 2006년 한국자폐인사랑협회를 설립해 17년째 회장을 맡으며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각종 법과 제도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사실상 자폐인 권익보호와 향상을 위한 대부로 활동해왔다.

김 변호사는 “자폐성 장애는 그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몇 안 되는 유형의 아픔”이라며 “원인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스펙트럼 장애로 범주화해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마음의 고통만 더해 주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천사들이 스스로 폐쇄적인 것은 아니고, 비장애인들이 그들에게 다가가지 못한 것에 소통이 안 되는 것임에도 자폐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낙인효과도 커 적당한 명칭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갖고 있다”며 “강호제현의 관심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세계자폐인의 날(4월 2일)은 2007년 UN 총회에서 제정된 국제기념일이다. 김 변호사는 “다른 장애인 날도 있는데 이렇게 굳이 ‘자폐증 인식의 날’을 또 제정한 것은 그만큼 자폐성 장애인이나 그 가족들의 삶이 너무나 힘들고 피폐하기 때문에 그것을 완화하고 격려하기 위한 것”이라며 “4월 2일로 지정한 것은 사랑과 이해의 ‘4’와 ‘2’를 암시한 것으로서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까지도 들고, 우리가 그 어느 나라보다 성대하게 세계자폐인의 날을 거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다”고 했다.

그는 “세계적인 건축물들이 참여해 파란 불을 밝히는 ‘Light It Up Blue’ 글로벌 캠페인이 우리나라에서도 서울시청, N서울타워, 인천국제공항 등 여러 랜드마크 건축물에 파란불을 켜서 자폐성 장애에 대한 관심과 보호를 요구하는 데 동참하고 있어 그 의미가 커져 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자폐인사랑협회가 주최하는 올해 세계자폐인의 날 행사는 4월 1일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에서 열린다. 김 변호사는 “조선시대의 사형터이었고, 얼마 전까지 쓰레기 하치장으로 이용되던 터 위에 세워져 부활의 의미까지 있는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에서 행사를 갖게 되어 그 뜻이 더 깊다는 생각이 든다”며 “시민 여러분께서 자폐성 장애 작가들의 해맑은 작품을 접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만끽하고, 또 아낌없는 격려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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