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규제하니, 지역주택조합으로 몰리네

서울 지주택 총 68곳 중 작년 16곳 신규 추진
정비사업에 비해 규제 덜해 '대안'으로 부각
재건축 등 정비사업 무산지역도 '지주택' 선회
“사업 더 늘어날 듯...토지 확보 가능성 따져야"
  • 등록 2020-03-10 오전 5:00:00

    수정 2020-03-10 오전 5:00:00

[이데일리 박민 기자] 서울 송파구 송파동 ‘송파역 지역주택조합’(가칭)은 단독주택 재건축사업을 추진해오다 장기간 사업 지연으로 정비구역에서 해제되자 지난해 ‘지역주택조합’ 방식으로 주택사업을 재개했다. 은평구 역촌동 ‘구산역에듀시티 지역주택조합’도 비슷하다. 기존 ‘역촌2주택재건축정비구역’이 토지 등 소유자의 요청으로 정비구역에서 해제되자 개발을 찬성하는 토지주들 중심으로 사업 방향을 ‘지역주택조합’으로 틀어 조합원을 모집하고 있다.

서울 지주택 총 68곳 중 16곳 신규 추진

서울 도심에서 조합을 결성한 뒤 직접 땅을 사 아파트를 짓는 방식의 ‘지역주택조합’(이하 지주택) 사업장이 지난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단독주택 재건축제도가 폐지되면서 대안으로 나온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지난 12·16 대책을 통해 활성화 대책이 나오긴 했지만 가로구역 면적 등 사업 조건 제약으로 사업성이 낮다는 평가가 많다. 여기에 재건축·재개발 등의 정비사업은 각종 규제가 가해지지만 지주택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해 대안으로 급부상하는 분위기다.

지주택은 일정 자격 요건(무주택자 또는 전용 85㎡ 이하 1채 소유)을 갖춘 조합원들이 모여 본인이 직접 살 아파트를 짓는 건축 방식이다. 빈 땅이 없는 서울에서는 오래된 주택을 허물거나 낙후한 지역을 밀고 아파트를 짓는 재건축·재개발과 비슷한 형태로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다만 정비사업과 달리 사업절차가 ‘조합원 모집신고→조합설립인가→사업계획승인→착공→사용검사→조합해산’ 순으로 간결하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 내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사업장은 총 68곳이다. 이중 지난해 새롭게 지주택 사업을 시작하며 조합원 모집 신고를 한 곳만 16곳에 달한다. 전체 23.5%를 차지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모집 신고 조건을 갖추지 않은 상태의 추진 단계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지주택 사업장은 더 많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사업을 시작한 곳은 은평구가 가장 많다. 신규사업장 16곳 중 6곳(37.5%)이 몰려 있다. 은평구 관계자는 “은평구는 노후한 단독, 다가구, 다세대 등의 밀집지역이 많아 개발 수요가 많다”며 “재개발이나 가로주택정비사업보다 지주택 개발이 더 쉽다고 판단해 이를 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체 사업장 수로 따졌을 땐 동작구가 서울에서 지역주택사업이 가장 활발하다. 전체 68곳 중 21곳에 달한다. 이어 송파구(8곳) 은평구(7곳) 강서구·광진구(6곳) 순이다. 동작구 역시 은평구처럼 낡고 오래된 저층 단독주택 밀집지역이 많아 대규모로 재건축을 할 수 있는 ‘지주택’ 사업을 추진하는 곳이 늘고 있다는 게 동작구의 분석이다.

특히 최근에는 재건축·재개발 등의 정비사업을 추진하다 무산된 곳도 지주택 사업으로 선회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해부터 조합원 모집에 나선 동작구 상도동 ‘(가칭)상도장승배기 지역주택조합’도 지난 2015년 정비예정구역에서 해제된 지역에서 출발했다. 일대는 과거 재건축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단계에서 사업이 장기간 지체돼 결국 무산된 바 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지주택 더 늘 듯…“토지 확보 가능성 따져야”


서울 내 정비 사업 여건이 이전보다 어려워지면서 지주택 사업을 고려하는 곳이 늘고 있지만 조합 가입시 토지확보 가능성 등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아파트를 건설할 땅을 미리 확보한 상태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게 아니라 조합원이 가입시 낸 돈으로 사업부지를 매입하며 진행하다 보니 그 과정에서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서울 전체 68곳 지주택 사업장 중 성동구 옥수 지역주택조합, 노원구 월계동 지역주택조합 등은 지난 2003년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이후 10년 넘게 사업이 멈춰선 상태다. 2017년부터 3년째 사업이 제자리걸음인 곳은 모두 15곳에 달한다. 장 본부장은 “사업 지연으로 건축비 상승, 금융 이자 등이 발생하고 최악의 경우 사업이 무산되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돈을 날릴 수 있어 조합원 가입시 이를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정부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오는 7월 24일부터 조합원 모집신고 후 2년 이내 설립인가를, 설립인가 후 3년 이내 사업계획승인을 받지 못하는 경우 총회를 통해 사업종결처리를 할 수 있게 했다. 이 제도는 기존 지주택 사업장도 소급 적용된다. 아울러 최초 조합원 모집 신고 시 ‘토지사용권원’(승낙서)을 50% 이상 확보하게 하고, 조합 설립 인가 신청 때엔 15% 이상 ‘토지 소유권’을 갖도록 제도를 강화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주택 사업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확보를 위해 모니터링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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