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LH사태 투자우회로'..정체성 잃어버린 상호금융

  • 등록 2021-03-17 오전 6:00:00

    수정 2021-03-17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땅 투기를 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 대다수가 3기 신도시 인근 단위 농협에서 대출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상호금융에 대한 비난이 격화하고 있다.

상호금융은 지역으로 내려갈수록 막대한 위용을 자랑한다. 지역농협만 해도 전국 968개에 이른다. 시중은행 중 가장 점포가 많은 KB국민은행(1018개, 지난해 6월 기준)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조합원은 점점 고령화에 시달리고 있고 도시로 이동하는 수도 늘고 있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2014년 235만명에 이르던 농협 조합원은 2018년 214만명으로 감소했다. 조합원이 줄어들자 상호금융의 수익성이 악화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상호금융은 수익성을 위해 조합원 밖으로 눈을 돌렸다. 상호금융에서 대출을 받을 땐, 반드시 조합원이어야 하거나 농어민이어야 한다는 조건은 없다. 금리 차이만 있을 뿐이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힘든 이들은 상호금융을 악용했다. 게다가 은행보다 느슨한 규제를 받는다는 점도 한몫했다. 상호금융은 담보인정비율(LTV)이 시중은행보다 높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은 약하다.

이미 상호금융의 주요 수익원은 준·비조합원으로 넘어갔다. 2018년 6월 말부터 2020년 6월 말까지 단위농협에서 조합원 대출은 9.8% 증가했지만 준조합원의 대출은 11.1%, 비조합원의 대출은 12.8%씩 늘었다. 특히 특산물 판매 등이 어려운 경기도 인근 상호금융은 비조합원에 대한 금융사업에 더욱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상호금융이 법을 위반해 대출한 구체적인 의혹은 없지 않느냐고 말한다. 하지만 상호금융의 정체성인 호혜성을 넘어선 것은 분명하다. 상호금융의 기본이 조합원이어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계절이나 자연환경 등의 영향에 따라 자금 융통이 흔들리기 쉬운 농어민 조합원들이 서로 돈을 모아 돕는 게 기본 취지다. 각종 예외와 자율성은 모두 ‘상부상조’의 정신이 배경이다. 상호금융이 ‘상호’보다 수익성에 방점을 두는 순간, 상호금융은 일반 금융권과 다를 바가 없어진다. LH 사태에서 투기 우회로가 돼버린 상호금융이 스스로 돌아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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