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미디어 전성시대②] 먹판 끝판왕 허팝 '1인방송' 만들기

제작현장 따라가 봤더니
동영상 1편 만드는데 3~10시간 걸려
마이크·조명·자막까지 '나홀로 작업'
"만든 음식요? 혼자 다 먹는 게 원칙"
  • 등록 2015-08-28 오전 6:16:30

    수정 2015-08-28 오전 7:33:21

서울 마포구 서교동 다이아TV 스튜디오에서 1인 창작자 허팝 군이 자신이 요리한 ‘피클라면’을 한 입 크게 물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허팝은 갖가지 음식을 활용한 다양한 실험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연예인 못지 않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동영상이 20만~30만번 조회되고 1만건 이상의 수많은 댓글이 이어지는 ‘유튜브 스타’다(사진=한대욱기자 doorim@).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그냥 진짜 혼자 노는 건데 되레 돈도 벌고 수십만명의 팬도 생겼다. 이런 반응이 아직도 신기하다.”

지난 24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 앞 ‘다이아TV’ 스튜디오 현장. 동영상사이트 유튜브에서 활약 중인 나이·이름 미상의 ‘허팝’(별칭) 군이 촬영준비로 한창 분주하다. 허팝의 방송콘셉트는 음식실험. 갖가지 먹거리를 가지고 실험을 하거나 기상천외한 음식을 만들어 먹는 ‘먹방’ 관련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는 1인 창작자다. 그가 1인 방송을 시작한 지는 불과 1년. 호기심에서 출발한 게 전업이 됐다. 올 3월 잘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낸 그는 4월부터 CJ E&M과 파트너관계를 맺고 1인 방송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유튜브 정기구독자(고정 시청자) 수도 넉 달 전 수천명에서 26만명(27일 기준)으로 불었다. “모객 걱정은 하지 않는다. 그냥 재미있게 놀면 몰린다.” 혼자 노는데 왜 열광하는 걸까. 그래서 허팝의 동영상 제작과정을 슬쩍 들여다봤다. 말 그대로 ‘허팝 탐구’다.

1인 창작자 허팝군이 ‘콜라 분수쇼’를 벌이며 즐거워하고 있다. 콜라 분수는 콜라 뚜껑과 몸통에 적당히 구멍을 뚫고 아이스티를 그 안에 넣으면 3초 후에 콜라가 분수처럼 솟구친다. 인터넷 상에서 이름과 나이는 밝히지 않은 채 허팝으로 활동 중이다(사진=한대욱기자 doorim@).
△1인 다역…‘혼자놀기’ 진수

이날 주제는 ‘피클라면’. 피자 먹다 남긴 ‘피클’을 활용해보자는 취지다. 준비물은 라면 2개와 인스턴트 피클 4통, 냄비 1개, 완성음식을 담을 그릇 1개다. 재료를 모두 준비하면 적당한 위치에 카메라를 놓고 만드는 과정을 촬영하면 그만이다. 물이 끓으면 수프를 제외한 양념과 면발을 넣고 삶다가 면발을 건진 후 접시에 담아 피클과 섞어주면 끝. 혼자서 콘텐츠 기획부터 연기·진행·촬영은 물론 편집·유통(업로드)까지 도맡는다.

“처음엔 카메라 한 대로 시작했는데 최근에 100만원대 캠코더와 20만원짜리 액션 캠코더 총 3대로 찍는다. 다양한 시선에서 한 번에 찍을 수 있어 수월해졌다. 비싸고 많은 제작기기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

동영상 1편을 제작하는 데 소요시간은 주제에 따라 3~10시간. 8할을 영상촬영에 소요한다. 흡족한 영상물이 만들어지면 편집과정을 거친다. “편집은 독학으로 배웠다. 나중에 CJ E&M과 작업하면서 음향·마이크·조명 작동은 물론 편집 프로그램 활용법에 대해 제대로 교육받았다. 이제 편집에 도가 텄다.”

적절한 타이밍에 자막을 넣고 음악을 삽입하는 게 관건이다. 허팝 군은 “그냥 지나치던 예능 방송의 자막을 꼼꼼히 보고 나중에 적용한다. 음악은 저작권 때문에 유튜브에서 유튜버에게 제공하는 200여개 곡을 사용한다”며 “음식을 망쳤거나 도입부분, 하이라이트에 나오는 곡 등을 폴더별 총 10여개로 나눠 필요한 음악을 덧입히는 식”이라고 귀띔했다.

허팝이 제작한 250여개 동영상 가운데 큰 화제를 모았던 ‘37ℓ짜리 초대형 푸딩 만들기’(맨 위쪽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와 ‘풍선껌 100개로 풍선 불기’, ‘문어 1마리 통째로 들어간 밥통 타코야끼’ 영상의 한 장면(사진=허팝 유튜브 캡처).
물보다 많이 먹는다는 ‘콜라’가 그의 주 메뉴다. ‘콜라 60병을 욕조에 붓고 뛰어들기’부터 ‘콜라랑 아이스티(립톤) 같이 넣어 마시기’ ‘설탕 1㎏으로 달고나 만들기’ ‘문어 1마리 통째 넣은 밥통 타코야키’ ‘계란 180개·우유 2만 2000ℓ·설탕 4㎏의 37ℓ 초대형 왕푸딩 만들기’ 등 소재는 늘 파격적이고 실험적이다. 재료비도 월 수백만원. 만든 음식은 다 먹는 게 원칙이다. 주재료가 음식이다 보니 어쩌다 남기기라도 하면 “음식 낭비다” “북한 애들 생각해라”는 의식 댓글부터 육두문자, 악성댓글, ‘싫어요’가 들끓는단다.

“공연기획이 전공인데 이론이 전부였다. 처음에는 여행기 영상을 제작해 올리려고 했는데 호기심이 발동했다. 지난여름부터 어릴 적에 궁금했던 것들을 실험한 영상을 하나둘 올린 게 발단이 됐다.” 한달에 1회, 한주에 1회 업로드한 것이 하루 1회로 늘었다. 구독자도 하루 평균 2000명씩 는다.

1인 방송의 생명은 ‘신속·재미’. 지루하면 구독자도 없고 수익도 생기기 어렵다.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생쇼’다. 그런데도 그가 1인 방송을 하는 이유는 뭘까. “그냥 즐겁다. 모든 것이 가능하다. 궁금한데 막상 못해본 것, 어느 분야든 가리지 않고 대신해주는 데서 오는 쾌감이 있다. 호기심 해결사다.”

수입은 동영상을 올리면 붙는 광고에서 생긴다. 최근엔 국내외 기업 50여군데서 구애를 해왔단다. 콜라 협찬도 받았다. “‘오늘 뭐하고 놀지’ 고민할 뿐인데 이전 직장 기준 수입은 2~3배다. 일흔 살이 넘어서도 할 거다, 손주랑. 완전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

24일 수십만명의 팬을 거느린 1인 창작자 허팝 군이 서울 서교동 ‘다이아TV 스튜디오’에서 자신이 찍은 동영상을 편집하고 있다. 영상에 자막을 입히고, 음악을 삽입하는 과정을 거친다. CJ E&M은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 편집할 수 있는 공간인 ‘다이아TV’의 스튜디오를 지난 5월 문을 열고 허팝처럼 파트너십을 맺은 1인 창작자들에게 무료로 제공·운영 중이다(사진=한대욱기자 doorim@).
▶ 관련기사 ◀
☞ [1인미디어 전성시대①] '원맨머니쇼' 콘텐츠 큰손 뜬다
☞ [1인미디어 전성시대②] 먹판 끝판왕 허팝 '1인방송' 만들기
☞ [1인미디어 전성시대③] 뷰티 크리에이터 씬님의 24時
☞ [1인미디어 전성시대④] 스타BJ의 힘…MCN에 돈 몰린다
☞ [1인미디어 전성시대⑤] 애청자 86만…인기BJ 베스트5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상큼 플러팅
  • 공중부양
  • 이강인, 누구와?
  • 다시 뭉친 BTS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