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장 밑엔 못 들어가" 경호실 집단 반발

문건 만들어 여야의원들에게 돌려
"독립기관 지위 인정해 달라" 요구

  • 등록 2008-02-01 오전 8:05:02

    수정 2008-02-01 오전 8:05:02

[조선일보 제공] 대통령경호실이 31일 대통령직 인수위가 추진 중인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따라 경호실이 대통령실의 산하조직이 되는 데 대한 문제점을 담은 문건을 여야 의원들에게 배포하는 등 새 정부의 조직개편에 집단반발하고 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따르면, 대통령경호실장은 차관급인 경호처장으로 격하돼 대통령실장(옛 비서실장)의 지휘를 받도록 돼 있다.

대통령의 신변 안전 문제를 최근접 거리에서 다루는 대통령 경호실이 이처럼 자신들의 위상 문제를 갖고 정치권을 상대로 호소하고 나선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경호실은 이날 A4 용지 8장 분량의 문건에서 ▲경호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해 경호처장의 지휘권·작전권, 인사·징계권을 보장하고 ▲소속기관(부속기관) 개념이 아니라 독립적인 운영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정부조직법상 '경호처 설치 근거'를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대통령실장의 지휘를 받지 않는 독립적인 정부기관으로서의 지위를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경호실은 "대통령 경호뿐 아니라 외국 국빈(國賓) 경호 업무가 추가되고, 향후 셔틀외교로 인해 해외 국빈 방한 비중이 커졌다"고 밝혔다. 경호실은 "경호행사를 위해서는 강력한 지휘권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경호실은 인수위가 추진 중인 법안대로 개정될 경우, "대통령 경호업무의 전문성이 약화되고, 국가기밀이나 대통령가족 사생활 등에 대한 보안유지가 어려워진다"며 "대통령실장이 정치이념이 다른 당선인과 전직 대통령의 경호책임을 맡으면서 정치적인 논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이는 통폐합 예정인 정부부처 직원들의 로비 행태를 비판해온 이명박 당선자측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돼 이 당선자측이 경호실의 처신을 어떻게 처리할지 주목된다.

1963년 12월 박정희 대통령 때 창설된 경호실은 그동안 힘과 권력의 상징이었다. 경호실장들은 '하늘의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소문이 날 정도로 위상이 대단했다. 64년 경호실장에 임명됐던 박종규 실장은 일부러 총신이 긴 권총을 두 자루씩 차고 다니면서 정부와 여당 관계자들을 겁주고 길들였다고 한다.

박 실장의 뒤를 이은 차지철 실장은 경호실장을 장관직으로 격상시켰고, 사설 정보팀도 운영하면서 김재규 부장의 중앙정보부를 무력화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 서거 후 잠시 주춤했던 경호실은 전두환 대통령 시절 다시 권력의 중심으로 떠올랐고, 이어 김영삼 대통령 취임 이후 경호실은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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