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신변 안전 문제를 최근접 거리에서 다루는 대통령 경호실이 이처럼 자신들의 위상 문제를 갖고 정치권을 상대로 호소하고 나선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경호실은 이날 A4 용지 8장 분량의 문건에서 ▲경호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해 경호처장의 지휘권·작전권, 인사·징계권을 보장하고 ▲소속기관(부속기관) 개념이 아니라 독립적인 운영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정부조직법상 '경호처 설치 근거'를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대통령실장의 지휘를 받지 않는 독립적인 정부기관으로서의 지위를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경호실은 "대통령 경호뿐 아니라 외국 국빈(國賓) 경호 업무가 추가되고, 향후 셔틀외교로 인해 해외 국빈 방한 비중이 커졌다"고 밝혔다. 경호실은 "경호행사를 위해서는 강력한 지휘권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는 통폐합 예정인 정부부처 직원들의 로비 행태를 비판해온 이명박 당선자측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돼 이 당선자측이 경호실의 처신을 어떻게 처리할지 주목된다.
박 실장의 뒤를 이은 차지철 실장은 경호실장을 장관직으로 격상시켰고, 사설 정보팀도 운영하면서 김재규 부장의 중앙정보부를 무력화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 서거 후 잠시 주춤했던 경호실은 전두환 대통령 시절 다시 권력의 중심으로 떠올랐고, 이어 김영삼 대통령 취임 이후 경호실은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