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박승 한국은행 총재 신년사

  • 등록 2002-12-31 오전 9:05:47

    수정 2002-12-31 오전 9:05:47

[edaily] 親愛하는 韓國銀行 가족 여러분! 오늘은 새로운 희망과 각오로 癸未年 새해의 업무를 시작하는 날입니다. 먼저 지난해에도 맡은 바 직무를 성실히 수행해 주신 직원 여러분들의 노고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돌이켜 보면 지난해는 우리 경제가 금융위기의 충격과 불안에서 벗어나 선진경제의 문턱에 들어서기 위해 첫 걸음을 내딛은 한 해였습니다. 그동안의 공적자금 투입과 강도 높은 내부개혁으로 금융시스템의 체질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해졌습니다. 기업부문도 내실을 중시하는 경영풍토가 자리잡으면서 재무구조와 수익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습니다. 금융·기업 구조조정의 성과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경기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해 당행이 저금리 정책을 유지함에 따라 우리 경제는 지난해 연초부터 강한 회복세를 보였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금융완화정책으로 인한 부작용도 나타났습니다. 낮은 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을 배경으로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나고 부동산가격도 매우 빠른 속도로 상승하였습니다. 부동산가격이 가계신용 확대와 맞물려 급등하면 거품이 발생하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높아지면서 가계대출 수요가 더욱 커지는 악순환이 발생합니다. 당행은 이에 대처한 선제적 조치로서 지난해 5월 콜금리 목표를 4%에서 4.25%로 인상하였습니다. 하반기 들어서도 가계신용을 중심으로 유동성이 계속 큰 폭으로 증가하고 주택가격의 높은 오름세가 이어져 정책금리의 추가인상 필요성이 제기되었으나 대외경제여건이 급격히 악화됨에 따라 당행은 콜금리 목표를 4.25%에서 유지하였습니다. 미국 회계부정사건의 파문 확산과 저조한 기업실적 등으로 투자자의 신뢰가 크게 떨어진 가운데 미-이라크 전쟁 위험이 가세하여 미국 등 주요국 증시가 속락하고 세계경제의 회복전망도 불투명해졌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대외환경이 순탄치 않은 가운데서도 지난해 우리 경제는 상반기에는 소비와 건설투자가, 하반기에는 수출이 경기상승을 주도하면서 6% 내외의 성장을 이룩하였습니다. 물가는 집세 및 임금의 높은 상승세, 자연재해로 인한 농산물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낮은 수요압력과 원화절상효과 등으로 根源인플레이션율이 목표범위 내인 3%에 머무는 안정세를 보였습니다. 경상수지도 여행수지를 비롯한 서비스수지가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였으나 정보통신제품을 비롯한 상품수출의 호조로 70억달러 수준의 흑자를 나타내었습니다. 한은 가족 여러분! 올해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은 지난해보다 다소 호전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불확실성을 안고 있습니다. 주요 선진국 경제는 당분간 미약한 회복세를 보이겠으나 중반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아시아 경제도 중국의 고성장, 미국경기 및 세계적인 IT수요 회복 등에 따라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견됩니다. 이에 반해 미-이라크간 긴장관계의 전개양상에 따라서는 국제유가가 크게 상승하고 세계경기의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대내적으로는 물가와 경상수지 상황이 상대적으로 악화될 우려가 있습니다. 금년중 소비자물가는 원화환율이 대체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수요압력도 크지 않겠으나 높은 임금 상승세 지속에 따른 단위노동비용 증가, 그 동안의 주택가격 급등의 영향,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연평균 상승률이 3%를 웃돌 것으로 보입니다. 경상수지 또한 경기상승세 지속으로 상품수입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여행수지를 중심으로 서비스수지 적자폭이 확대됨에 따라 흑자규모가 30억달러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계대출 억제 및 부동산가격 안정대책의 효과와 영향도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특히 금융기관들이 가계신용공급을 동시에 기피하면 만기도래분의 기한연장이 순조롭게 이루어지지 않아 부분적인 신용경색현상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가운데 가용자금까지 급격히 줄어들 경우 민간소비가 예상보다 크게 둔화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는 그간 다져온 기초체력을 토대로 올해에도 잠재성장률 수준인 5%대의 성장을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건실한 금융시스템이 실물경제 활동을 든든히 뒷받침하고 있는 데다 경제활동의 주축인 기업의 경영효율과 대외경쟁력이 크게 향상되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1,200억 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은 국제금융환경의 악화 등 예상외의 외부충격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충분히 흡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성장의 내용도 한층 양호해질 것입니다. 지난해에는 소비와 건설투자가 경기상승을 견인하였으나 새해에는 수출과 설비투자가 성장을 주도하게 될 것입니다. 수출은 주요 선진국의 경기회복과 중국, 아세안 등의 고성장에 힘입어 높은 신장세를 유지할 전망입니다. 설비투자도 대내외 여건의 개선으로 투자심리가 호전되고 수출수요의 꾸준한 증가로 투자확대압력이 높아짐에 따라 뚜렷한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은 가족 여러분! 이와 같은 대내외 여건에 비추어볼 때 금년도 우리 경제의 최우선과제는 외부충격에 대한 적응력과 자체의 成長動力을 키워 지속적인 안정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부는 경제의 모든 부문에서 시장원리에 의한 공정한 경쟁체제가 정착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비효율과 부실화 요인이 그때그때 시장에서 걸러지는 상시적인 구조조정 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하겠습니다. 이는 우리 경제의 효율성과 耐性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활력을 유지시키는 기반이 될 것입니다. 기업은 기술혁신과 신상품개발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합니다. 이미 우리의 몇몇 상품들은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모두 한발 앞선 기술개발과 기존관념을 뛰어넘은 창의적 발상이 가져다 준 성과입니다. 아울러 기업의 지배구조와 경영방식도 글로벌 기준에 맞춰 개선해야 하겠습니다. 투명한 경영은 低評價되어 있는 기업의 시장가치와 신용등급을 회복하는 또 다른 자산이 될 것입니다. 노사관계도 보다 성숙해져야 합니다. 대립이 아닌 공생관계에 의해서만 노사 모두 勝者가 될 수 있다는 인식과 문화가 확산되어야 합니다. 산업평화는 자본과 노동생산성 향상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데 제1차적인 요소가 되기 때문입니다. 한은 가족 여러분! 이제 우리 한국은행이 올해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통화신용정책 방향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새해에는 실물경제의 견조한 상승세가 이어지는 한편 물가는 상승압력이 높아지고 경상수지는 흑자폭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대내외 여건의 높은 불확실성으로 인해 경기추이와 물가 및 경상수지의 향방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통화신용정책은 성장과 안정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유연하고 신중하게 운용해 나갈 계획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돌지 않도록 하면서 물가가 3% 내외의 목표범위에서 안정되고 경상수지도 상당폭의 흑자기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경기상승속도나 설비투자 등 총수요의 변화는 곧바로 물가와 경상수지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거시경제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선택에 있어서는 각 목표간의 균형을 신중히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다른 정책과 마찬가지로 통화신용정책도 정책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국민의 두터운 지지와 신뢰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중앙은행이 정부·정치권 또는 민간이해집단의 영향에서 벗어나 중립적인 위치에서 정책을 펴 나가야 합니다. 그린스펀 미 연준 의장은 지난해 11월 멕시코에서 열린 BIS총회의 기조연설에서 “그 나라 거시경제정책의 적정성과 효율성은 중앙은행의 중립성 보장 정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IMF 등 국제기구에서도 최근 한국에 대하여 통화신용정책의 중립성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 중앙은행의 중립성은 최근 수년간 향상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미흡한 부분이 많으며 이러한 문제들은 새해에 해결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통화신용정책의 효율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경제상황에 대한 판단의 정확성, 정책방향과 정책수단의 합리성, 그리고 정책집행의 적시성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겠습니다. 또한 지난 5년간의 물가안정목표제의 운용경험과 성과를 되돌아보고 보완할 점이 있는지 점검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현행 연간목표제를 2~3년 視界의 중기목표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통화정책의 파급시차를 감안하여 보다 긴 안목에서 정책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일반의 정책신뢰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선진국과 같은 중기목표제로의 이행이 긴요한 과제입니다. 그리고 금융시장의 선진화 차원에서 요구불예금에 대한 금리규제를 폐지하여 1991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해 온 금리자유화 조치를 완결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할 것입니다. 저금리기조의 지속과 함께 금융시장이 전반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은행의 수신기반도 크게 넓어져 있어 요구불예금 금리를 자유화하더라도 별다른 부작용은 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통화정책의 운용수단도 개선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최근의 달라진 중소기업 금융환경에 맞추어 총액한도대출의 지원체제를 효율적으로 조정하고 재할인제도의 정통적인 금리공시기능과 유동성 조절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금융기관 장단기 수신구조의 균형을 유도하고 전자화폐의 확산에 대비하기 위하여 지준제도도 합리적으로 정비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금융기관에 대한 정책검사를 더욱 활성화해야겠습니다. 수감기관의 부담을 고려하면서 통화신용정책 효과의 파급경로를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고 관련정보를 다시 정책수립에 반영함으로써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확보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한은 가족 여러분! 지금은 개인은 물론 어떤 조직도 경쟁력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는 시대입니다. 우리 모두 국내의 어떤 조직이나 외국의 어떤 중앙은행과 견주더라도 뒤지지 않는 실력을 갖추기 위해 분발해야 합니다. 우리의 능력이 부족하면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직원 개개인과 조직 전체의 역량 강화는 앞으로의 인사정책과 조직관리의 핵심이자 기본원칙이 될 것입니다. 특히 인사는 능률과 공정성의 원칙에 따라 이루어질 것이며 이러한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는 그 어떤 것도 결코 용인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여러 차례 말씀드린 바 있지만 저의 소망은 한국은행을 高度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갖춘 최고의 인재집단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가장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소신과 열정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직원들 각자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은행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아울러 당행의 모든 업무분야에 경쟁과 비용·편익 개념을 도입하여 낭비와 비효율적 요소를 제거하고 능률을 높여 나가야 하겠습니다. 공공적 성격을 지닌 조직일수록 이러한 인식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 직원 한사람 한사람은 국가와 사회에 봉사한다는 자세로 항상 효율과 능률을 염두에 두고 일상업무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친애하는 한은 가족 여러분! 새해는 우리 모두가 합심하여 우리 한국은행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한 해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우리 스스로와 한국은행 그리고 우리나라를 위해 신명을 바쳐 일합시다. 희망찬 새해는 한은 가족 모두에게 마음의 평화와 건강 그리고 행복이 함께 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03년 1월 2일 총 재 박 승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이제야 웃는 민희진
  • 나락간 '트바로티' 김호중
  • 웃으며 시작
  • 디올 그 자체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