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 CB` 두달새 50% 수익…손가락 빤 기관들

BBB+로 등급강등…기관투자자들 익스포저 회피
정관상 최대 발행한도로 CB 찍어…`전화위복`
  • 등록 2020-08-20 오전 12:10:00

    수정 2020-08-20 오전 12:10:00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현대로템(064350) 전환사채(CB) 투자로 두 달만에 50% 이상의 고수익을 손에 쥔 개인투자자들. 2400억원의 자금조달은 물론 대부분 자본화하면서 재무구조를 개선한 현대로템도 승자다.

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큰 손 기관들은 속이 쓰리다. 지난 6월 발행 당시 현대로템 대주주인 현대차(005380)를 비롯해 국민연금 등 큰 손 기관투자자들이 나란히 실권해 이같은 수익을 누리지 못한 탓이다. 6월 말 기준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주요주주는 최대주주인 현대차(43.36%) 밖에 없다.



◇ 기관들은 그래도 `절레절레`


국민연금 등 큰 손 기관들은 시간을 다시 돌린다고 해도 실권할 수 밖에 없다. 현대로템의 재무구조가 지속적으로 악화되면서 신용등급이 ‘BBB+’로 강등된 무렵이기 때문.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4월 8일 현대로템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하향했다. 기존에 보유한 채권도 헐값에 넘기지 않는 한 만기보유하는 상황에 추가로 익스포저를 늘릴 수 없었다는 전언이다. 2400억원 중 구주주 청약금액은 745억원(31%)에 그쳤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큰 기관들은 모두 부담스러워 실권한 것으로 안다”며 “현대로템의 실적이 계속 악화됐던 만큼 추가 투자는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반기보고서 기준 현대로템의 회사채 발행잔액은 8100억원에 달한다. 현대로템의 영업손실은 2018년 1962억원에서 지난해 2799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현대차 등 그룹 계열사는 낮은 전환가액으로 인해 참여시 특혜 논란에 휘말릴 수 있고, 기존 주주들이 상장계열사 지분 확대엔 회의적이라 실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당 전환가액이 9750원으로 정해진 것도 증권신고서가 지난 3월 25일 제출된 영향이 크다. 당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증시가 폭락하던 상황에 자금을 조달해야 했던 만큼 매력적인 가격이 필요했다. 실제 지난 6월 초 CB 발행이 임박했을 때 현대로템의 주가는 1만6000원을 웃돌 만큼 급등한 상태였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당시 기업어음을 비롯해 차입금 만기가 도래했고, 운영자금도 부족했던 상황”이라며 “유상증자든, 전환사채 발행이든 자금 조달이 시급했다”고 밝혔다.

실제 현대로템은 정관상 보통주 전환 최대금액인 2400억원의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정관을 변경하지 않는다면 현재로서 추가 보통주 전환 CB 발행은 불가능하다.

두달만에 수익률 50% 웃돌아…누이좋고 매부좋고

코로나19 국면 하에서 리스크를 짊어진 개인들과 일부 고수익 추구 기관들은 두 달만에 50%라는 매우 높은 수익(혹은 평가익)을 가져갔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19일 전일대비 0.34%(50원) 오른 1만4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만약 CB에 100만원을 투자해 주식으로 전환한 투자자가 이날 종가에 차익실현을 했다면, 수익은 주당 5100원(52.3%)에 달한다.

BBB급 등급 강등에 기관들의 외면을 받던 현대로템(064350) 역시 자금 조달과 자본확충 두 마리 토끼를 손에 쥐었다. 핵심은 `콜옵션(조기상환청구권)`에 있다.

지난 6월 2400억원 규모의 공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할 당시 회사는 행사 개시 이후 보통주 주가가 전환가액(9750원)을 15거래일 연속 140%이상(1만3650원) 웃돌 경우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게 장치해뒀다. 회사가 콜옵션을 행사하기 전에 빨리 주식으로 전환하라는 메시지다. 전환가액 대비 최근 주가를 따질 때 당연히 주식으로 전환하는 게 수익률이 높기 때문. 현대로템은 19일(이날)까지 전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은 CB 투자자들에게는 연 3.70%에 해당하는 이자를 일할 계산해 원금과 함께 24일에 상환할 계획이다.

현대로템이 발행한 2400억원 CB는 공모로 발행된 만큼 발행일로부터 한 달 뒤인 지난달 17일부터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까지 주식으로 전환청구된 물량은 무려 1904만3912주로 발행된 2400억원 CB 물량(2461만5384주)의 77.4%를 차지했다. 이 주식은 지난 14일 상장됐다. 2차(8월 3~14일)로 전환된 주식은 8월 31일에 상장되며 3차(8월 17~19일) 전환물량은 9월 초 상장될 예정이다. CB가 모두 주식으로 전환된다면 기존 발행주식총수(8500만주)의 28.9%에 달해 일부 물량부담 우려는 남는다. 하지만 현대로템은 자금조달과 함께 2000억원가량의 자본 확충 효과를 거뒀다.

크레딧 업계 관계자는 “현대로템이 CB 발행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고, 차입금을 상환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만큼 등급하향 압력은 당분간 잦아들 것”이라며 “콜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로 잔여 전환 물량을 없앤 것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운용사 관계자는 “현대로템 CB는 소수의 주주가 아닌 다수의 투자자에게 높은 수익을 안겨줬다”며 “과거에 비해 재무부담이 나아지긴 했지만, 이머징 국가에 천착하는 회사로 변동성이 커 안정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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