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의 눈]한중정상회담은 만능 열쇠가 아니다

  • 등록 2017-12-13 오전 6:00:00

    수정 2017-12-13 오전 6:00:00

[베이징= 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요즘에도 사람 별로 안 와요. 아니, 요즘이 더 없는 거 같아요.”

지난주 베이징의 한인타운이라 할 수 있는 왕징의 한 네일아트 가게를 찾았다. 점원들이 모두 중국인이긴 하지만 사장이 한국어가 유창한 조선족이다 보니 주재원들의 가족이나 한국 유학생이 주로 찾는 곳이다. 나 역시 한국에서 온 주재원 가족에게 소개를 받고 다니게 된 것이니 말이다. 그러나 점원들은 통 손님이 안 온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들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이후 경색됐던 한중관계가 풀린다고 듣긴 했다는데 조만간 한국에 들어가게 됐다고 작별을 고하는 손님이 더 많다는 것이다. 그 말이 틀리지 않다는 걸 증명하듯이 내 손톱 위에 붙어 있던 색깔을 지우고 다른 색으로 새로 입힐 때까지 다른 손님은 한 명도 들어오지 않았다.

음식점이라고 해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삼겹살, 돼지갈비 등을 파는 한 고깃집 사장님은 원래부터 한국사람이 7명이면 중국사람은 3명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한중 관계가 경색되며 그 3명이 2명으로 줄고, 또다시 1명으로 줄었다는 것. 하지만 여전히 중국 손님이 통 늘어나는 것 같진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내가 봐도 바뀐 게 없는 것 같다는 말에 가게 사장님은 해가 지나야 분위기가 바뀌지 않겠느냐고, 그래도 기대라도 할 수 있는 게 어디냐고 웃었다.

지난 10월 말 양국 정부가 사드 문제에 대한 인식 차이를 이해하기로 하고 다시 교류 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이곳 한인사회의 시선은 차갑다. 물론 기업들이 철수를 하고 택시에서 승차거부를 당하던 지난 봄보다는 훨씬 나아졌지만 10·31 이후 가시적인 변화가 있느냐 묻는다면 없다는 게 더 정답에 가깝다. 이미 중국 국민들은 한국 물건이나 가게로부터 등을 돌린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나며 반한 감정은 특별할 게 없는, 일상이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 관영매체들은 우리 정부가 3불(不·사드 추가 배치 불가, 미국 주도 미사일 방어체계불참, 한·미·일 군사동맹 비추진)을 ‘약속’했다며 이를 반드시 실행해야 한다고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도대체 한국은 언제 사드를 철수하는거냐며 되묻는 중국인도 간혹 있다.

이 가운데 문 대통령이 13일부터 3박 4일간 중국 베이징과 충칭을 방문한다. 특히 14일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연다. 물론 두 정상의 회담은 지난 5월 독일 베를린과 11월 베트남 다낭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그러나 다자간 모이는 국제회의장이 아닌, 두 나라 정상만이 만나는 자리는 처음인 만큼 더욱 의미가 깊을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국빈’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하는데다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큰 목적이 한중관계를 복원하는 것인 만큼, 양국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 역시 한국과의 교류를 재개해야만 한반도 문제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만큼 기존의 고압적인 자세를 유지하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두 정상이 만나 미소를 짓고 악수를 한다고 두 나라의 관계가 드라마틱하게 바뀌는 것은 아니다. 이미 벌어져 버린 거리와 팽배해진 불신은 한 차례 회담으로 덮을 수 없다. 사드 문제 역시 양국의 입장 차이는 여전하다. 지난 1년간 두 나라의 인식을 좁히는 단계에 이제 막 돌입했을 뿐이고 사드 문제 역시 서로 대화를 통해 해결해 나가기로 기틀을 마련한 것 뿐이다. 그만큼 한중 정상회담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하고 공과를 계산하기보단 일단 이번 회담 이후 어떤 모습으로 양국이 바뀔지에 주목해야 한다. 이번 회담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걸음이란 점을 염두에 두고 두 정상의 이야기를 지켜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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