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증권이 주관한 서원인텍은 지난 11일 공모주 청약 최종 경쟁률이 0.59대 1을 기록하는 청약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이는 적정 공모가를 인정받으려는 발행회사-주간사가 싼값에 공모에 참여하고자 하는 기관의 인수 자격을 박탈하면서 기관 물량의 절반 이상을 일반투자자에게 넘기는 과정에서 실권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교보증권은 최고 35억원 규모의 실권주를 떠안을 가능성이 있다.
앞서 지난 10월 한화증권이 주간사였던 이엘케이도 0.62대 1의 경쟁률로 마감하며 청약분을 채우지 못했다. 당시 한화증권은 총액인수 방식으로 19억원 가량의 잔여분을 떠안았다.
연이어 터지는 공모주 청약 미달사태는 지난 7월 개별 증권사의 권한을 강화한 개정IPO제도 도입 이후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이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은 증권사의 공모가 산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증권사들은 수수로 수익을 높이기 위해 공모가를 지나치게(?) 자율적으로 책정, `공모가 인플레이션`에 한 몫 해왔다. 발행회사들도 적은 주수로 더 큰 자금을 마련할 수 있어 높은 공모가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문제는 개정IPO제도 도입 이후 투자자들이 공모가 산정의 구체적 배경을 알기 힘들다는 데 있다. 이는 공모를 위해 금융감독원에 제출하는 유가증권신고서 상에서도 뚜렷이 드러난다.
개정 이전에 증권사는 평가 기준일을 비롯해 발행회사가 속한 업종에서의 비교 가치, 유사 회사의 주가, PER와 PBR 등 밸류에이션 등을 명시한 뒤 공모가를 산출하는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기존에는 지나치게 많은 것을 공개하는 과잉공시였다"면서 "발행회사와 주간회사는 기관투자자의 수요예측을 바탕으로 적정한 공모가를 제시하면 되지 밸류에이션을 낱낱이 공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공모가 책정에 실패해 청약이 미달되면 인수회사가 책임지고 잔여분을 인수하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올해 하반기 공모주 44곳 가운데 현재가가 공모가를 웃도는 종목은 손에 꼽을 정도다. 풋백옵션 폐지로 공모주 투자 안전판이 사라진 상황에서, 투명하지 못한 공모가 책정은 투자자들을 한숨짓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