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증권 등 일부 증권사에서 판매 중인 ‘일본 국채 투자상품’에 거액자산가들의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일본 국채의 이율은 연 0.2~0.5% 정도로 거의 제로에 가깝기 때문에 부자들이 투자할 이유가 전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머리 좋은 증권사들은 복잡한 금융공학 메커니즘을 활용해 한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약 3.5%포인트)만큼을 외환 거래 차익(환 차익)으로 둔갑시킴으로써 연 3.7~4.0%의 수익을 내는 금융상품으로 만들었다.
특히 환율 변동과 관계없이 무위험 수익을 올릴 수 있는데도, 겉 포장은 비과세(非課稅) 항목인 ‘환 차익’으로 돼 있어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장점이 있다.
또 채권 이자에는 15.4%의 이자소득세를 공제하지만, 환 차익에 대해선 세금이 없어 세후(稅後) 실제 수익률은 연 3.7% 정도 된다. 특히 연간 금융소득이 4000만원이 넘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최고 세율 40%)의 경우 절세(節稅) 효과를 감안하면 연 6% 수준의 고수익을 내는 것과 동일하다.
이 때문에 일본 국채 투자자의 대부분은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증권의 경우, 일본 국채 투자가 가능한 최소 투자금액이 1억6000만원에 달하며, 1인당 투자금액이 많게는 수십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세 여부 논란될 수도
그러나, 일본국채 투자 상품은 과거 은행들이 비과세라며 판매했다가 나중에 정부로부터 과세 판정을 받은 ‘엔화 스와프 예금’과 흡사한 구조를 갖고 있어 과세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엔화 스와프 예금은 2002년부터 은행들이 ‘비과세’라는 점을 내세워 판매 경쟁을 벌여 한때 7조원 정도까지 팔렸다. 그러나 정부는 2005년 이 예금에 대해 뒤늦게 “과세 대상” 판정을 내렸다. 예금과 선물환 계약이 ‘통합된 거래’로 이뤄졌기 때문에 과세 대상이 된다는 논리였다. 이에 투자자들이 크게 반발하자 은행들은 정부에 과세 불복 소송을 추진 중이고, 일부 은행은 투자자들에게 세금을 대신 물어주기도 했다.
이 같은 전례를 의식, 삼성증권 등 최근 일본 국채 상품을 판매하는 증권사들은 상품 안내장에 ‘환 차익이 나중에 과세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식으로 고지(告知)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설사 과세 판정이 나더라도 천하의 삼성이 안 내도 된다던 세금을 나중에 내라고야 하겠느냐”면서 뭉칫돈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 국세청 관계자는 “일본 국채 투자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차익을 ‘유사(類似) 이자’로 간주해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지 여부는 구체적인 거래 구조를 분석해 봐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