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계절' '행복하다' '삶은 공허해도'…3색 기획전

부암동 서울미술관서 8월9일까지
- '봄·여름·가을·겨울' 전
16명 작가의 개성있는 사계절 회화
- '가장 행복한 화가, 이대원' 전
이대원 '점묘다채' 독창적 화법 눈길
- '모든 것이 헛되다' 전
가짜명품...
  • 등록 2015-06-05 오전 6:41:00

    수정 2015-06-05 오전 6:41:00

이대원 화백의 ‘농원’ 연작 중 1997년에 발표한 작품(사진=서울미술관).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한 번 입장해 세 가지 색다른 기획전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 서울미술관이 오는 8월 9일까지 여는 ‘봄·여름·가을·겨울을 걷다’ 전, ‘가장 행복한 화가, 이대원’ 전, ‘모든 것이 헛되다’ 전이다. 서울미술관이 각기 성격이 다른 전시를 동시에 펼치는 건 개관 3년 만에 처음이다. 덕분에 한국의 근현대회화부터 외국작가의 최신 미디어아트까지 여러 장르의 작품을 한곳에서 감상할 수 있다.

△사계절 화폭에 다 있다…‘봄·여름·가을·겨울을 걷다’ 전

대한민국의 특별한 점이라면 뚜렷한 사계절이 있다는 것. 같은 동네라도 계절마다 풍경이 달라지기에 매년 새롭다. 덕분에 이 땅의 화가들도 사계절의 각기 다른 풍경을 즐겨 그렸다. ‘봄·여름·가을·겨울을 걷다’ 전은 서울미술관이 향후 1년 동안 진행할 동명전시를 앞두고 기획한 일종의 프리뷰다. 작가 16명의 회화 21점이 걸렸다.

봄을 주제로 한 작품에는 김덕기·전병현·오치균·김종학·김병종 등의 그림이 걸렸다. 사석원의 ‘망양대가 온통 꽃무더기니 어쩌냐?’는 제목부터 봄 향기가 가득하다. 금강산 망양대의 봄 풍경을 반추상적인 기법으로 그렸다. 도성욱·주태석·김종학 등의 작품으로 꾸민 여름에는 이숙자의 ‘청맥-보라빛 엉겅퀴’가 눈에 띈다. 푸른 보리밭에 핀 엉겅퀴를 통해 여름의 활기를 담았다. 가을에는 손장섭·이마동 등이 나섰다. 한지에 수묵채색으로 그린 유근택의 ‘가을의 리듬’은 노란 은행잎이 가득한 가을녘 공원의 정취 그대로다. 광부들의 애환이 서린 강원 사북의 겨울풍경을 담은 오치균의 ‘눈길’을 비롯해 황재형의 ‘12월’은 겨울의 쓸쓸함을 고스란히 전한다.

사석원 작가의 2007년 작 ‘망양대가 온통 꽃무더기니 이를 어쩌나?’(사진=서울미술관).


△과일처럼 영근 행복…‘가장 행복한 화가, 이대원’ 전

2013년 12월 ‘전두환 전 대통령 추징금 환수를 위한 특별경매’가 열렸다. 이날 경매에서 가장 화제가 된 작품은 이대원(1921~2005) 화백의 ‘농원’. 최고가인 6억 6000만원에 팔렸다. 이 화백의 타계 10주기를 맞아 마련한 이번 회고전에는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작품 22점을 모았다. 유년시절의 추억을 담은 초가를 소재로 한 1970년대 작품인 ‘초가’ ‘농원’ ‘나무’를 비롯해 500호 대작인 2000년 작 ‘배꽃’ 등이 나왔다.

이 화백은 이중섭·박수근·장욱진과 함께 한국적인 구상회화의 명맥을 잇는 작가로 명성이 높다. 미술에 재능이 있었지만 집안의 반대로 법대에 진학했다가 결국 화가의 길을 걸었던 일화도 유명하다. 화가로선 드물게 대학총장까지 지냈다.

전시에선 동양화의 점묘다채 화법을 활용해 후기로 갈수록 대담하고 화려한 색상으로 생명력 가득한 자연풍경을 담아낸 이 화백의 작품세계를 한눈에 훑을 수 있다. 생전 그가 즐겨 불렀다는 동요 ‘과수원길’이 배경음악으로 흘러 감상의 분위기를 돋운다.

이대원 화백의 500호 대작 ‘배꽃’(사진=서울미술관).


△삶의 허무를 옮겨오다… ‘All(is) Vanity: 모든 것이 헛되다’ 전

17세기 유럽은 흑사병으로 고통받고 종교가 강요하는 금욕주의에 숨죽여 살아야 했다. 그 시기 네덜란드 폴랑드르의 화가들은 시대의 불안과 혼란을 해골, 책, 꺼진 촛불, 시든 꽃으로 담아냈는데 후세 사람들은 이를 ‘바니타스’ 양식이라 불렀다. ‘바니타스’는 현대미술에도 영향을 끼쳤다. 과거보다 풍요로워졌지만 정작 정신적인 빈곤으로 삶의 허무를 느끼는 현대인의 초상과 맥을 같이 해서다. ‘All(is) Vanity: 모든 것이 헛되다’ 전은 바니타스에 주제의식이 맞닿은 작품들을 모아놓은 전시다.

한승구의 ‘미러 마스크’는 빔프로젝트를 활용한 미디어아트 작품이다. 매순간마다 다른 얼굴로 타인을 마주하는 현대인의 허상을 표현했다. 정현목은 ‘스틸 오브 스눕’ 연작을 통해 바니타스 정물화 양식을 차용, 꽃처럼 아름다워 보이는 대상 옆에 가짜 명품을 끼워놓아 현대인의 허영과 그릇된 욕망을 표현한다. 호주 출신 샘 징크는 의료용 실리콘을 이용해 중년의 남성이 노인을 안고 있는 모습, 엎드린 아기들의 모습 등을 통해 육신의 쇠락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전시장은 자못 철학적이다. 주변 벽이나 바닥 곳곳에 ‘당신은 오늘 어떤 가면을 쓰고 있었습니까’ ‘당신은 명품입니까’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은 모두 진실입니까’ ‘당신은 노년의 시간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습니까’ 등의 문구를 붙여놔 삶의 본질에 대한 사색을 유도한다. 성인 9000원, 학생 5000원. 02-395-0100.

한승구 작가의 2014년 작 ‘미러 마스크’(사진=서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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