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집 짓기", "부인 소유"…고위직 신도시 땅 보유 왜?

“상속받은 땅”·“집 지으려고” 등 투기의혹 부인
"고위공직자로 확대해야" 정부조사 구멍 지적도
인사처장 “위법혐의 발견 시 수사기관 의뢰”
  • 등록 2021-03-25 오전 3:00:00

    수정 2021-03-25 오전 5:21:05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뿐 아니라 공직자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고위공직자 중 일부도 3기 신도시나 인근 지역에 토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도시에 토지를 소유한 공직자들은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을 비롯해 정부부처 전 방위에 걸쳐 포진해 있었다.

이에 부동산 관련 업무 담당 기관의 직원만을 대상으로한 정부합동조사단의 조사가 실효성이 없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위공직자도 내부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만큼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11일 오후 3기 신도시 개발 예정지인 경기도 광명 가학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관계자가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1차 전수조사’ 결과 발표 브리핑을 시청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3기 신도시 관련 토지 소유자 수두룩

25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2021년 공직자 정기 재산변동사항에 따르면 3기 신도시에 편입된 토지를 보유한 중앙부처 고위 공직자는 3명이다. 우선 박성재 행정안전부 이북5도 위원회 황해도지사는 본인 명의로 경기도 광명시 광명동 전답 1907㎡를 소유하고 있다. 현재 가액으로 6억 4838만원이다. 박 황해도지사는 “1984년 10월6일 취득한 뒤 보유한 지 30년이 넘었다”며 “신도시에 포함은 됐으나 투자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박현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도 배우자 명의로 경기도 하남시 교산동 임야 3281.49㎡를 소유하고 있다. 현재 가액으로 6497만원이다. 박 원장은 “해당 임야는 1988년 배우자 가족 5명이 공동으로 10~20%씩 지분을 상속받아 소유하고 있는 땅”이라며 “3대째 갖고 있는 선산”이라고 해명했다. 박정렬 해외문화홍보원장은 경기도 과천시 주암동 토지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지난해 공공 수용됐다. 해외문화홍보원 측은 해당 토지가 2010년 상속받은 것으로 투기와는 관련 없다고 설명했다.

3기 신도시에 편입되진 않았지만 신도시 개발 예정지 인근 지역의 토지를 보유한 고위공직자도 적지 않았다.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은 배우자 명의로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 외방리 임야 1119㎡를 소유하고 있다. 현재 가액으로 3억 420만원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 정무수석이 남양주로 거주지를 옮기면서 해당 지역에 건물 짓고 있는 중”이라며 “정무수석으로 오기 전인 지난해 5월 31일자로 땅을 계약했다”고 해명했다.

또 박선원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은 배우자 명의로 경기도 하남시 감일동 일대의 대지와 임야, 도로 등 총 152.12㎡(3억 1546만원)을 소유하고 있다. 국정원 관계자는 “박 실장이 공무원 임용 전인 2015년에 장인이 사망하면서 상속을 받은 토지”라며 투기가 아니라고 전했다.

김용석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차장도 배우자 명의로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 임야 116㎡(1109만원)를 신고했다. 김 차장은 “2014년 군무원이었던 장인이 군인주택을 지으려고 매입했던 토지를 상속받은 것”이라며 “20~30년 동안 임야로 유지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최근 땅값이 대폭 오른 세종시에 땅을 가진 공직자는 다수였다. 박형구 한국중부발전(주) 사장은 배우자 명의의 세종시 장구면 답지, 임야, 도로 등 5억 1211만원가량의 토지를 신고했다. 최은옥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장은 4억 8755만의 토지를 신고했는데, 이 중 3억 3600만원가량은 세종시 연동면 대지와 답지다.

신명식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장은 세종시 금남면 원봉리 도로, 임야 등 3억 700만원 상당의 토지를 신고했다. 또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은 지난해 세종시 장군면 산 181.80㎡를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공시지가는 3135만원이다. 김 원장은 “지인의 권유로 노후 생활을 위한 주택을 짓기 위해 구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정부합동조사단 조사 구멍’…“고위공직자 충분히 정보 얻을 위치”

재산공개 대상인 고위공직자 중에서도 3기 신도시에 편입된 토지나 인근 토지를 소유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부합동조사단 조사 대상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무총리실 중심으로 꾸려진 합조단은 부동산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만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국토교통부와 LH, 경기·인천 3기 신도시 관련 지자체 담당 공무원과 지방공기업 직원 등이 대상이다.

다만 해당 조사는 직원의 배우자 등 가족이 아닌 본인 명의로 거래한 토지만 조사할 수 있었다. 조사 과정에서 필요한 개인정보이용 동의를 가족에게는 받기가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1·2차 조사 결과 2만여명의 조사대상자 중 LH직원 20명과 지자체 공무원·지방공기업 직원 20명 등 투기 의심자 40명을 확인하는데 그쳤다.

특히 합조단의 조사는 부동산 관련 업무 기관에만 한정하면서, 국정원이나 고위직 공무원 등 충분히 부동산 관련 사전 정보를 취득할 가능성이 있는 공직자을 제외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은 “부동산과 직접 관련된 기관이 아니더라도 고위공직자라면 충분히 내부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며 “이들이 몇 년 이내 토지를 취득했는지 등 토지 취득 경위나 자금 출처 동향을 조사해야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수준의 조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직자 재산집중심사단 운영…“위법혐의 발견 시 수사기관 의뢰”

한편 정부는 이번에 공개된 공직자의 재산형성과정을 집중심사하기 위한 ‘공직자 재산집중심사단’을 운영하기로 했다. 부동산 관련 기관의 재산공개자 등은 6월 말까지 심사하고, 나머지 재산공개자 및 비공개자는 이후 집중심사 할 계획이다. 심사대상은 도시개발 지역 내 토지 및 건물 소유자, 토지 신규거래자 중 이상 거래 의심자 등을 우선 선정해 취득일·취득경위·소득원 등 재산형성과정에 대해 심사할 예정이다.

황서종 인사혁신처장은 “집중심사과정에서 직무상 비밀의 이용 등 위법혐의가 발견된 경우, 즉시 직무배제 요청과 수사기관 조사를 의뢰하겠다”며 “심사결과, 위법사항이 확인된 경우에는 징계의결을 요구하고 고발하는 등 강력히 조치해 동일 사안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특별취재팀=김경은 최훈길 이명철 김영환 김상윤 김미영 한광범 정다슬 정두리 강민구 이소현 원다연 최정훈 김호준 기자, 김대연 김민표 이상원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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