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서민에게 외면받는 서민금융상품

청년전세대출·월상환고정주담대
적기 지나 출시…타깃도 불명확
새 변동금리 대출도 효과 물음표
  • 등록 2019-07-10 오전 6:00:00

    수정 2019-07-10 오전 8:03:00

(그래픽=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이정환 주택금융공사 사장은 지난 5일 부산 대학가 앞에서 청년 맞춤형 전·월세 보증대출 거리홍보에 나섰다. 후텁지근한 날씨 속에서도 가입자를 늘리려 최고경영자(CEO)까지 상품 알리기에 나선 것이다. 만 34세 이하 청년층의 안정적 주거환경에 도움을 주겠다며 지난 5월 나와 지금까지 930억원어치가 팔린 이 상품은 대출 한도(1조1000억원)치의 10%를 채우지 못했다. 주금공은 출시 2개월 성적치곤 나쁘지 않다며 여름철 바짝 홍보하면 본격적인 이사철인 가을에는 판매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이 상품을 판매하는 은행권의 시각은 좀 다르다. 애초 기대보다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한다. 상품이 어중간하게 설계됐기 때문이다. 특히 잠재 수요자가 많은 수도권에서는 인기가 없다. KB금융의 부동산플랫폼 리브온에 따르면 서울에서 전세로 신혼집을 구하는 데는 평균 1억8400만원이 필요하다. 청년 전세대출은 소득요건(합산소득 7000만원 이하)이 까다롭고 대출 가능금액도 최대 7000만원 밖에 안된다. 이 대출을 한도까지 받아도 나머지 1억원 넘는 돈을 어디선가 구해와야 하니 다른 상품으로 눈을 돌린다는 것이다.

청년 전·월세 대출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지난 3월 서민의 금리변동 위험을 낮춰주겠다며 내놓은 월 상환액 고정형·금리 상한형 주택담보대출 등은 아예 외면받고 있다. 월상환고정형은 5대 시중은행에서 지금까지 15건 14억원 어치, 금리상한형은 5건 약 4억원 어치가 판매됐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정책상품이 효과를 거두려면 대출 타깃(목표)를 분명히 하고 시장 상황에 맞춰 적기에 상품을 내놔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란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거창한 계획을 앞세우다보니 은행권 의견 조율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다 타이밍을 놓치거나 한정된 재원을 많이 배분하려다 지원이 꼭 필요한 계층에게는 별 도움이 안되는 경우가 많은데 금융당국은 이런 목소리에는 귀를 닫고 정책효과 자랑에 치중한다는 것이다.

당장 이달 16일 나오는 새 잔액 코픽스금리 연동 상품도 비슷한 운명을 밟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금융위는 올해 1월 은행권 변동금리 대출의 지표가 되는 새 코픽스금리를 공개하며 직간접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최대 1조원의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6개월 지난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고정금리 연동형 금리가 급락하면서 새 코픽스에 연동하는 변동형 대출금리가 0.2~0.3%포인트 떨어진다해도 소비자들이 이 상품을 선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은행권의 전망이다. 장밎빛 전망과 달리 초라한 성적표가 나온다면 정책 신뢰도만 갉아먹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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