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경찰관과 소방관 등 특정 직업군의 사람들에게 보험사가 보험 가입을 거부하는 것은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 국가인권위원회 청사 전경. (사진=인권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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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는 최근 상임위원회를 열어 보험사가 운영하는 생명보험과 실손의료보험에 대해 특정직업군들의 가입을 거부하는 실태를 확인하고 제도를 개선할 것을 금융감독원장에게 권고하기로 의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인권위 조사 결과 실손의료보험을 판매 중인 생명보험사 92.9%와 손해보험사 60%가 가입거부(제한) 직업군을 운영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 보험사의 경우 해양경찰관, 특수병과군인, 군무원, 소방관, 산불감시원, 교통경찰관, 우편 집배원 등 공익적 업무를 수행하는 직업군을 의료비 사고 발생률이 다른 직군에 비해 높다는 이유 등으로 보험가입 거절 직군으로 운영하고 있다. 환경미화원과 재활용품 수거업자, 자동차영업원, PC설치기사 등도 보험가입 거절 주요 직업군에 포함됐다. 생명보험을 판매하는 25개 생명보험사 중 29.2%는 도덕적 해이나 위험률 등을 이유로 보험 관련 직업, 운전 관련 직업, 종군기자, 스턴트맨 등의 직업을 가입 거부 직업군으로 운영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보험가입 희망자의 직무 행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고려해 가입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행위가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이나 인권 침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보험사들도 ‘이 같은 직종의 보험가입을 승인할 경우 보험금 지급이 폭등해 다른 가입자들에게 보험료 상승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며 일반 가입자 보호 차원에서 가입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인권위는 “헌법재판소, 대법원 판례 및 학설 등에 따르면 ‘직업은 사회적 신분의 하나로 차별 금지 사유에 해당한다”라며 “보험계약에 있어 합리적 이유 없이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특정한 사람을 불리하게 대우할 경우 차별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인권위는 좀 더 구체적인 제도 개선 권고를 위해 관련 실태 조사와 해당 기관들의 정확한 보험 가입 거부 사유 등을 파악해 권고안에 반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