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부시 감세안의 허와 실

  • 등록 2003-01-06 오전 9:17:43

    수정 2003-01-06 오전 9:17:43

[뉴욕=edaily 이의철특파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번주 대규모 감세안을 포함한 구체적인 경기부양책을 발표할 모양이다. 경기부양책의 세부사항들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간 알려진 것보다 훨씬 파격적인 내용이 될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예상하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부시 행정부가 최고 6000억달러의 감세안을 포함한 경기부양책을 제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당초 예상됐던 감세안(10년간 3000억달러)의 배에 달하는 규모다. 감세를 지렛대로 한 이같은 경기부양책의 시초는 지난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2001년 5월 미국 의회는 부시 행정부의 첫 감세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감세법안의 핵심은 2001년 1월부터 10년간 한시적으로 1조3500억달러의 세금을 깎아주는 것이다. 이미 낸 세금의 상당부분을 돌려주고 세율도 지난해 7월을 시작으로 2004년에 1% 포인트, 2006년에 추가로 2% 포인트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번주(7일 부시 대통령의 시카고 경제클럽 연설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발표되는 감세안은 이같은 일정을 더욱 앞당기거나 그 폭을 확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근로소득자의 소득세율은 내년부터 2%포인트의 감면이 바로 적용될 것으로 보이며 부동산 세금도 당초 2010년부터 없어질 예정이었으나 곧바로 폐지될 가능성이 있다. 일부 감세안은 2010년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게 아니라 영구적으로 시행된다. 이번 감세안엔 투자자와 기업에 대한 소득 공제혜택을 늘리는 방안이 포함될 전망이다. 특히 고소득층(연소득 31만1950달러 이상이 기준이다)에 적용하는 소득세율 38.6%도 하향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율은 레이건 대통령때 28%까지 내려갔다가 클린턴 대통령 시절엔 39.6%까지 올라갔다. 부시가 집권한 이후 이를 38.6%로 낮췄으나 이번에 추가로 하향조정하는 것이다. 공화당과 민주당, 누가 집권하느냐에 따라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율이 내려갔다 올라갔다 하는 점이 흥미롭다. 각 정당이 어떤 계층을 대변하느냐가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배당금에 대한 이중과세를 조정하는 것도 이번 감세안의 핵심적인 내용중 하나다. 현행 미국세법 하에선 기업이 배당을 실시하면 배당을 받는 주주들을 물론 기업들도 세금을 내야한다. 기업들은 순익측면에서, 주주들은 수익측면에서 세금을 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행 세법 하에서 기업들의 배당에 대한 의욕은 줄어든다. 부시 행정부는 현행 38.6%에 달하는 배당세율을 20%로 낮추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또 배당금에 대한 세금의 절반은 기업이 이미 냈다고 간주해 주주들에게 실제 배당소득의 50%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예를 들어 500달러를 배당받았을 경우 250달러에 대해서만 세금을 매기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의 이같은 경기부양책은 개인소비와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시켜 성장률을 견인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공화당식 해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경기부양책이 성공하기 위해선 세금을 내지 않아 여윳돈이 많아진 소비자와 기업이 각각 소비와 투자를 늘리고 이것이 성장률을 끌어올려 소득을 높이는 "선순환"궤도에 진입해야 한다. 만약 이같은 선순환 고리가 작동되지 않으면 재정적자가 확대되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 나아가 미국 경제는 디플레이션의 악령을 만날 수도 있다. 미국은 지난 2002회계연도(2001년 10월∼2002년 9월)에 1600억달러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부시의 경기부양책이 넘어야 할 또 다른 장애물은 대규모 감세안이 이른바 "부자만을 위한 정책"이란 비판이다. 민주당의 톰 대슐 상원의원은 부시 행정부의 이같은 감세정책에 대해 "잘못된 시기의 잘못된 방안"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감세안에 대한 공화당의 이론적 배경은 감세가 경제의 자극제가 될 수 있다는 이른바 "침투효과"에 기반하고 있다. "경제를 지탱하는 이들의 짐을 덜어줘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부자에게 보다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지만 이를 통해 경제가 활력을 찾으면 실업자들이 직장을 얻을 수 있고 결국 혜택은 고르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중산층을 희생시켜 부유층을 살찌우는 정책"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특히 "부자들을 통해 경제를 살린다"는 공화당의 논리는 케케묵은 경제학이론에 불과하며 상대적 빈곤을 확대 재생산하는 "부자들의 논리"라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도 이같은 비난을 충분히 의식하고 있다. 지난주 휴가지인 텍사스 크로포드 목장에서 경기부양책에 대한 언급을 하면서 부시는 "이번 감세안은 모든 미국인들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정치가로서의 수사일 뿐(감세를 통한 경기부양책은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중요한 디딤돌이다), 경제학적인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모든 정책은 특히 경제정책은 언제나 계층별로 불균등한 이익을 제공하는 것이다. 만인을 위한, 그래서 만인을 공평하게 만족시키는 경제정책이란 애당초 없다. 경제정책은 선택의 문제다. 90% 이상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이 있다면 더 바랄 나위없지만 최악의 경우 51%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정부가 모든 국민들을 만족시키는 정책을 펴겠다는 것 자체가 "위선"에 가깝다. 경제정책, 특히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안에 대한 정책일수록 "원칙"이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새로 출범하는 노무현 정부가 갖가지 개혁정책을 야심차게 입안하고 실행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모든 이를 만족시키는 경제정책은 없다는 점 또한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위선적"인 개혁정책의 뒤끝이 얼마나 초라했던가는 그간의 경험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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