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리스크 줄이기 급급…국민연금 '투자나침반' 기능 퇴색

대한항공, 국민연금 반대에도 정관변경안 가결
지난해 국민연금 반대의결권에도 99%는 주총 통과
주주와 괴리 지적 나오지만…"주주권행사 필요"
  • 등록 2021-01-07 오전 12:11:00

    수정 2021-01-07 오전 12:11:28

[이데일리 조해영 이광수 기자] LG화학에 이어 대한항공까지 굵직한 표대결에서 국민연금이 반대한 안건이 잇달아 가결되자 자본시장에서 국민연금의 무게감이 상당히 가벼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다른 기관투자자나 연기금의 나침반 역할을 했던 것과는 많이 달라진 풍경이다. 실제 지난해 국민연금이 반대의결권을 행사한 안건 가운데 실제 부결된 비중은 1.34%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국민연금이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반대한 안건이 주주총회에서 가결된 이후 되레 주가가 오르면서 주주가치 개선으로 이어진 사례도 많다. 결국 자본시장과 동떨어진 판단을 한 탓에 영향력도 줄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2대 주주 국민연금 반대에도 정관 개정


6일 대한항공은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발행주식의 총수를 기존 2억5000만주에서 7억주로 늘리는 정관 일부개정 안건을 상정해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날 주총에는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의 55.73%가 출석했으며 이 가운데 69.98%가 찬성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유상증자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을 마련하는 등 통합 절차를 밟아나갈 수 있게 됐다.

앞서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탁자위)는 “인수계약 체결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실사 없이 인수를 결정한 점, 아시아나항공의 귀책사유를 계약해제사유로 규정하지 않아 계약 내용이 대한항공에 불리할 수 있는 점 등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다는 부정적 의견이 제시됐다”며 반대 의결권 행사를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를 앞두고 내부에서 의결권 방향을 결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외부 위원들로 구성된 수탁자위에 의결권행사 방향 결정을 요청할 수 있다. 수탁자위는 상근 전문위원 3명과 사용자·근로자·지역가입자가 추천한 2명씩 총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국민연금 반대 의결권 1.34%만 유효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권 행사가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내역을 살펴보면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해 실제로 부결된 비중은 △2016년 0.33% △2017년 1.88% △2018년 1.11% △2019년 3.36% △2020년 1.34% 등이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0월에는 LG화학(051910) 배터리부문 분사 안건을 두고 “지분 가치 희석 우려가 있다”며 수탁자위가 반대의결권을 결정했지만 82.3%(발행주식 총수 62.7%)라는 높은 찬성률로 안건은 주총을 통과했다. 이 밖에도 지난해 하반기 삼광글라스(005090)의 합병·분할계획과 한일시멘트(300720)의 HLK홀딩스 합병 건, 한국콜마(161890)의 제약 CMO·CDMO 사업부문 양도 건에 반대표를 던졌지만 가결됐다.

지난해 주총 시즌 이후인 5월부터 12월까지 국민연금이 반대의결권을 행사한 14개 기업 주총 중 KB금융(105560)지주 한곳에서만 부결로 이어졌다. KB금융지주의 경우 이사 선임 건으로, 우리사주조합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2명에 대해 “장기적으로 주주가치 증대에 기여할 수 있는지 불확실하다”며 반대표를 던졌고 실제로 이 안건은 주총을 통과하지 못했다.

“주주와 괴리”vs“무게중심 잡아야”

이 때문에 자본시장에서 상당한 지배력을 가지는 국민연금이 시장과 괴리되는 선택을 이어가면서 영향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민연금 결정의 영향력은 있지만 주주 의견을 이해하고 이에 부합하는 결정을 수탁위에서 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기관투자자나 소액주주가 찬성하고 있는 부분을 수탁위가 잘 짚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반대했지만 부결 후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LG화학은 주총 당시 60만원대였던 주가가 89만원선까지 올랐고 한일시멘트도 8만1000원대애서 최근 10만원대로 상승했다.

한국콜마는 국민연금이 반대의결권을 행사한 제약 사업부문 양도건에 대해 작년 9월10일 주총을 열고 승인했는데 주총일부터 나흘 연속 상승세를 보여 27.7% 올랐다. 당시 4만원대 중반이었던 주가는 현재 5만원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일각에선 과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곤욕을 겪은 국민연금이 리스크를 최소화했다는 시각도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당시 찬성표를 던지면서 비판을 겪었기 때문에 인수·합병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영향력과 무관하게 리스크를 줄이는 선택을 한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주주권 행사가 주목받는 시점에서 국민연금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관계자는 “관심이 쏠린 사안이어서 국민연금도 내부에서 결정하지 않고 외부 수탁자위에 올려서 결정하는 것”이라며 “가이드라인이 공개돼 있고 이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어서 주주권 행사 활동의 필요성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고양이 닮은꼴...3단 표정
  • 아스팔트서 왜?
  • 한혜진 시계가?
  • 이런 모습 처음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