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자지라의 아성 위협하는 `알 아라비야`

아랍인의 눈으로 세계와 소통한다
  • 등록 2003-10-25 오후 9:49:00

    수정 2003-10-25 오후 9:49:00

[오마이뉴스 제공] "두 방송사는 당분간 과도통치위원회 활동이나 공식적인 기자 회견을 취재할 수 없다. 두 방송사의 기자들은 2주간 정부 관청 건물에도 출입할 수 없다."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 대변인은 말을 이어갔다. 그는 "이 방송들이 반미 폭력을 고무하는 것에 대한 경고"라며 2개 아랍 방송에 대하여 일시적인 취재 금지 조치를 내린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에게 익숙해진 <알 자지라 방송>과 <알 아라비야 방송>이 그 당사자이다. 지난달 9월 하순의 일이다. 알 아라비야 방송. 이제 이 방송은 최소한 중동에서 알 자지라와 어깨를 겨루는 방송으로 도약하고 있다. 그것도 전파를 내보낸 지 채 반 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세계적 명성의 알 자지라 방송과 겨루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를 두고 아랍 언론들은 알 자지라 방송의 라이벌은 더 이상 CNN이나 BBC가 아니라, 아랍에미레이트(UAE)에 있는 두 개의 방송, 아부다비의 <아부다비> 채널과 두바이의 <알 아라비야> 채널이라고 지적할 정도이다. 알 아라비야 방송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들어오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알 자지라가 CNN의 아성을 누르고 세계의 언론으로 자리매김을 한 이라크 전쟁터였다. 세계의 언론이 너나 할 것 없이 전황 보도에 열을 올리고 있던 지난 4월 초, 갑작스럽게 사담 후세인이 TV 화면에 등장했다. 그것도 전쟁의 한복판이었던 바그다드의 알 만수르 거리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면서 말이다. 적전에서 한바탕 무력 시위를 한 것이었다. 알 아라비야 방송의 보도였다. 이후 알 아라비야 방송은 사담 후세인의 육성 테이프는 물론 사담 후세인 일가의 감춰진 비밀 테이프 등을 독점 보도하면서 주가를 올렸다. 심지어 알 카에다 조직원이나 반미 테러를 주장하는 조직원들의 육성과 비디오 화면을 보도하기도 했다. 일면 알 자지라 방송이 아프간 전쟁에서 부상한 배경이 되었던 알 카에다 오사마 빈 라덴의 비디오 테이프 효과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렇지만 알 아라비야 방송과 알 자지라 방송은 크게 구별되는 대목이 있다. 일부에서 지적하듯이 알 자지라 방송은 다소 공격적이고 이슈 중심적이며 다분히 선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 "아랍의 옷을 입은 서구 언론"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반면 알 아라비야는 덜 자극적인 언어로, 아랍의 정서를 아랍의 옷을 입고 보도하려고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알 자지라는 카타르 왕실의 자금줄 위에 서 있기에 완전한 자유 독립 언론이라 평가할 수 없다. 반면 알 아라비야는 향후 5년간 투입될 3억 달러의 자금을 사우디 아라비아, 레바논, 쿠웨이트, 아랍에미레이트 등지의 민간 투자자들이 충당할 예정이다. 알 자지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독립 언론의 틀을 갖춘 민간 방송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아직 어떤 판단을 내리기에는 섣부른 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 겨우 반 년이 지났기 때문이다. 지난 2월 20일 첫 전파를 발사하고 3월 3일 24시간 종일 방송을 시작한 알 아라비야는 이라크 전쟁을 겪으면서 알 자지라의 아성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독재와 극단적 이슬람주의를 바꾸어 나가는 데 일익을 담당하는 것을 중장기적 목표로 삼고 있는 알 아라비야 방송의 소유주는 다름아닌 사우디인 왈리드 알 이브라힘(43)이다. 사우디 파드 국왕의 처남인 왈리드는 레바논의 재벌 하리리 가문과 합작으로 91년 아랍 최초의 위성 방송인 중동방송(MBC)을 만들어 운영해 왔다. 알 아라비야의 주력 부대는 여타 아랍 방송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아랍인들의 정서를 십분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라크 미군정청(CPA)과 과도통치위의 취재 제한 조치에 대해 이들의 입장은 단순하다. 이라크에서 자유와 민주주의, 열린 정보가 넘쳐흐르는 중심지로서의 참 면모를 보여줄 수 있다면 그것은 다른 여타 아랍 국가에 강한 메시지를 던져줄 수 있다는 것이다. 알 자지라 같은 아랍 방송도 세계적인 방송의 위치에 올라설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한국의 독자들이라면 이제는 알 아라비야 방송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덜 선정적이면서 더 균형 잡힌, 아랍어로 전달되는 뉴스, 대안을 제시하는 방송을 모토로 알 아라비야는 대양주를 가로질러 전세계를 겨냥하고 있다. 그 새로운 실험이 성공할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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