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실패보고서]②인력·전문성·소통 총체적 부족

식품·의약품·의료기기 안전 책임지기엔 인력 태부족
업체 점검 전적으로 시군 공무원에 의존
장관도 차관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
과학적 신중함 좇다 신속한 소통 놓쳐
  • 등록 2017-08-28 오전 6:00:10

    수정 2017-08-28 오전 6:00:10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살충제 계란, 생리대 휘발물질 등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무능력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전에 위험요소를 차단하기보다는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일이 터지고, 이마저도 뒷북대처로 제대로 수습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식약처가 사건발생을 원천 차단하며 선제적으로 제 역할을 하기보다 사후대처에 급급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부족한 인력에 내년부터는 1회용품 관리 업무까지

지난해 말 식약처 인력은 충북 오송 본부와 6개 지방청, 산하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등을 합쳐 1770명이다. 식품, 의약품, 의료기기 등 주요 업무에 따라 인원이 나뉘는데, 식품안전 관련 인력은 약 360여명으로 전체의 20% 안팎이다. 전체 직원 1만6000여명 가운데 80%를 식품안전에 배정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크게 대비된다. 일상생활의 안전은 더 중요해지는데 안전관리 예산은 쪼그라들고 있다. 올해 식약처 예산은 작년보다 5.1% 늘어난 4518억원이다. 하지만 안전관리 예산은 의약품안전관리에서 15억원, 식품안전관리에서 7억1000만원, 의료기기안전관리에서 6억7000만원, 수입축산물 검사에서 5억6000만원, 의약외품안전관리에서 4억8000만원, 수입수산물 검사에서 3억6000만원, 화장품 지도점검에서 2000만원 등 전년보다 43억원 가량 줄어 들었다.

설상가상으로 내년 4월부터는 1회용 기저귀, 면봉, 1회용 컵이나 수저, 업소용 물티슈 등 1회용 위생용품 17개 품목에 대한 안전관리도 식약처 소관이 된다. 이를 담당할 식약처 소비자위해예방국은 1회용품 관리를 위해 기획재정부에 ‘3개과 신설 및 45명 충원’을 요청했지만 최종 확정된 것은 과 신설 없이 본부, 평가원, 지방청 다 합쳐 11명 증원이다. 김장열 소비자위해예방국장은 “인력운영을 최소로 한다는 전제로 꼭 필요한 인력을 충원해 달라고 했던 것”이라며 “일단 급한 대로 현재 업무의 우선순위를 다시 검토해 1회용품 관리 업무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체 인력 부족도 문제지만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것이 작금 사태의 본질이라는 게 중론이다. 특히 식품담당 업무를 맡는 분야에서 전문가가 태부족이라는 문제는 시급하다. 한 전직 보건복지부 고위 공무원은 “의사와 약사 등 전문직종은 특별 채용 형식으로 공무원이 될 수 있지만 식품분야는 연구직 외에 식품전문가가 공무원이 되는 길은 행정직 시험뿐”이라며 “전문가가 없다보니 식약처 내부에서도 식품관리를 불량식품 관리업무만 있는 것으로 생각해 식품안전을 전체적으로 판단하고 기획하는 것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살충제 계란 문제가 오래 전부터 제기됐다면 이에 대해 사전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전문가가 없고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지다 보니 감시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지자체에 감독 의존…머리와 손발 따로 움직여

식약처 본부는 각 지방청의 의견을 수렴해 업체에 대한 1년 치 점검 계획을 세운다. 실제 점검은 각 지방 식약청과 시군 위생담당 공무원의 몫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사전에 만들어 놓은 점검관리표를 가지고 각 지방청 인력과 시군 공무원이 각 항목에 대해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점검을 한다”며 “샘플분석이 필요한 경우 기존에 하던 검사는 각 시군 보건환경연구원이 맡고 새로 도입된 검사는 이들이 서툴 수 있으므로 지방 식약청에서 샘플을 수거해 직접 분석한다”고 말했다.

처음 살균제 계란 문제가 불거졌을 때 처음에는 생산단계인 농가에서만 살균제 계란이 검출됐다. 당시 한 식약처 관계자는 “유통단계는 각 시군과 협조체제를 구축해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통 중이던 계란에서도 살균제 성분이 검출됐다. 이 관계자는 “각 시군에서 제대로 관리하고 있다는 얘기만 전해와 잘 관리되고 있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일정규모와 시스템이 갖춰진 제약사와 달리, 식품업계는 영세업체가 많아 꼼꼼한 현장관리가 힘들다. 식약처가 제대로 감독을 하지 않으니 지방 공무원과 업체간 유착도 우려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매년 똑같은 공무원이 점검을 오는 경우가 잦고 와도 서류만 검토하고 간다”며 “점검 방문 하루 전에 전 직원이 부랴부랴 공장 청소에 매달리는 것도 문제지만 눈대중으로만 훑고 가는 공무원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 전문가는 “식약처 자체 인력으로 모든 업체 관리가 불가능하다면 각 시군과 확실한 협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며 “각 지방청과 시도 현장의 일일 상황이 매일 본부에 취합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본부 인력이 각 지역의 상황을 손금 들여다 보듯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상생활 안전 관리 도맡기에는 어정쩡한 위치

식약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회 4대악 중 하나로 불량식품을 지목하면서 2013년 1월 청에서 처로 승격했다. 국민 건강을 보다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의도였다. 식약처장은 장관이 대상인 국무회의에 들어간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장관은 아니다. 인사청문회 대상도 아니고 급여도 장관과 차관의 중간이다. 최근 문제가 된 살충제 계란은 농림축산식품부와, 휘발물질 생리대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조를 해야 한다. 하지만 부처간 힘겨루기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한 전직 공무원은 “식재료의 생산부터 소비까지 전 과정에 대한 안전을 책임지려면 식약처가 일원화해 관리를 하던가 각 부처에 지시를 내릴 수 있어야 하지만 현재 체제에서는 불가능하다”며 “사실상 컨트롤 타워의 역할을 못 하다 보니 총리가 나서서 교통정리를 하고 있는 꼴”이라고 말했다.

◇과학적 연구에 치중하느라 소통 부족

식약처가 연구중심의 기관이다 보니 과학적인 근거 마련에 치중하느라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생리대 휘발물질의 경우 20년 전 마련한 기준만 강조하다 새로 밝혀진 물질의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된 상황인데, 식약처는 ‘검사법이 없고 이를 마련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불신은 한정된 정보와 미흡한 소통 때문에 생기는 법”이라며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면 ‘오늘은 이런 작업을 했고 앞으로 이런 일을 할 계획이다’와 같이 적극적으로 소통한다면 국민도 충분히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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