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CBS가 단독으로 입수한 '플로팅 아일랜드 조성 및 운영 사업협약서' 제64조 1항을 보면 "한강사업본부는 사업시행자와 대주단간의 본 사업 수행에 필요한 자금차입계약(재차입계약 포함)의 체결, 대주단의 대출실행 및 대출채권의 관리, 상환 등과 관련해 필요한 경우 이에 적극 협조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같은 조 2항에는 "대주단이 대출실행 및 그 관리를 위해 본 사업의 소유·운영권을 목적으로 하는 담보권을 사업시행자로부터 설정받고자 할 경우 한강사업본부는 사업시행자와 대주단의 등록신청에 따른 절차를 이행하고 대주단과 대주단의 권리를 승계한 자를 보호한다"고 나타나 있다.
여기서 대주단이란 '자금차입계약상의 채권단'을 말하는데, 사업시행자인 '플로섬(소울플로라 주식회사에서 명의 변경)'이 새로 돈을 빌리거나 갚을 경우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협조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특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문제는 플로섬이 전체 사업비의 82.8%를 이미 대출금으로 끌어썼다는 사실이다.
이 협약서에 나와 있는 재원조달계획에 따르면 총 사업비 964억원 가운데 플로섬의 자기자본은 165억원이고, 나머지 799억원은 금융기관차입금이다.
특히 플로섬이 앞으로 세빛둥둥섬을 운영하는 25년 동안 이자비용으로 지출하게 될 금액은 1천196억 6천300만원으로, 총 예상지출금액인 4천271억 400만원의 28%나 차지한다.
◇ 대관료·주차요금 연 4%씩 상승…시민에게 부담 전가
가장 큰 문제는 플로섬이 빚을 내가며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하는 바람에 시민들의 부담만 늘어나게 됐다는 점이다.
이 협약서상의 재무모델을 보면, 플로섬은 예상수입금액을 책정하면서 대관료와 주차요금을 해마다 4%씩 상승키로 했다.
또 서울시와 플로섬이 계약한 월 임대료는 8억 6천여만원인 데 반해 플로섬이 실제 운영을 맡긴 'CR101'과 맺은 임대차 계약서상에는 월 임대료가 2억 2천여만원 늘어난 10억 8천8천여만원으로 나타나 있다. 이른바 '가격사슬'의 끝에 놓인 시민들만 고스란히 부담을 떠안을 우려가 있는 것이다.
서울시가 플로섬에 제공한 특혜는 이뿐만이 아니다.
해당 협약서 제64조 3항에는 "한강사업본부는 사업시행자에 대해 대주단의 이해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중대하게 영향을 미치는 불리한 행정처분을 하고자 하는 경우 그 처분에 앞서 대주단에 그 취지를 사전 통지할 수 있고, 대주단이 사전에 이를 시정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할 수 있다"고 나타나 있다.
또 제7조 1항에는 "소유·운영권 설정기간은 본 협약에서 달리 정함이 없는 한 운영개시일로부터 25년간으로 한다. 단 운영기간 만료시점의 상황을 고려해 사업시행자와 한강사업본부가 상호 협의해 연장할 수 있다"고 나와 있는데, 이는 25년이 지나면 세빛둥둥섬을 기부채납 받는다는 서울시 발표내용과 다른 것이다.
아울러 플로섬은 당초 준공예정일인 지난해 3월 31일까지 공사를 마치지 못해 이행지체 보상금 71억원 상당을 물어내야 하지만, 서울시는 '불가항력적인 경우'에 해당한다며 부과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염형철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은 "불리한 행정처분을 사전에 통지하는 것은 플로섬이 생활폐수 무단방출 등 위법사항을 저질러도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는 특권에 해당한다"며 "서울시가 행정지도권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시가 SH공사의 부담금을 줄이기 위해 세빛둥둥섬에 대한 총 사업비를 감추려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달 초 서울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세빛둥둥섬이 전액 민자로 964억원에 조성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김정태 서울시의원(민주당)이 서울시로부터 제출 받은 '플로팅 아일랜드 조성사업 공사원가심사 현황' 자료를 보면, 총 사업비는 1천53억 1천100만원으로 조정됐다.
김 의원은 "총 사업금액에 따라 플로섬 지분 29.9%를 갖고 있는 SH공사의 투자금액도 달라진다"며 "총 사업비가 964억원이라면 SH공사는 285억여원을 투자해야 하지만, 1천53억여원이라면 투자금도 314억여원으로 늘어난다"고 이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여기에 세빛둥둥섬 부속시설인 미디어아트갤러리 조성 사업에 당초 계획보다 14억여원 늘어난 171억 2천만원이 투입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사업비로만 1천224억 3천만원이 들어갔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서울시가 천만 서울시민 모두가 누려야 할 한강을 단지 전시행정의 대상으로만 보는 바람에 무리한 협약 및 공사를 추진하게 된 것"이라며 "불공정 특혜 협약을 개정하고 운영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꼼꼼히 감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시 관계자는 "사업협약에서 자금차입과 관련된 조항을 둔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특혜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 "불리한 행정처분도 협약에 관해 대주단이 손해를 보는 상황을 말한 것이지 환경법상 위법사항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세빛둥둥섬은 컨벤션홀과 공연·전시 공간, 수상레저시설 등을 갖춘 3개의 인공섬(총면적 2만382㎡)으로, 오는 9월 준공을 앞두고 지난달 21일 전망공간이 먼저 시민들에게 개방됐다.
2일에는 개방 이후 첫 행사로 펜디가 주최하는 '초호화 모피쇼'가 열려 동물보호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