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그러나 복지 확대를 통한 노조 설립 무력화에 총력전을 펴겠다는 입장이다.
1938년 삼성상회로 출발한 삼성그룹은 73년간 무노조 경영을 해왔다. 삼성SDI를 비롯한 일부 계열사에서 몇 차례 노조 설립 움직임이 있었지만 사측의 ‘방해작업’으로 모두 무산됐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작성한 ‘2009년 노동조합 조직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중공업, 에스원, 메디슨, 삼성정밀화학, 삼성생명보험, 삼성증권, 호텔신라 등 삼성그룹 7개 계열사에 노조가 설립돼 있다. 그러나 이들 노조는 실제 활발하게 활동하지 않는 ‘페이퍼 노조’거나 그룹에 편입될 당시 함께 옮겨온 노조다.
그러나 7월 복수노조 시대를 맞아 삼성의 노조 활동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삼성 관계자는 “민주노총도 삼성 계열사의 노조 설립을 지원하는 분위기”라며 “일부 계열사에서도 노조 설립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있어 7월 이후 각 계열사에서 어떤 형태로든 노조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백혈병 환자가 발생한 삼성전자와 일부 계열사의 경우 노조 설립을 추진 중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특정 계열사에 노조가 설립될 경우 82개 계열사로 파급력이 급속하게 확산될 수 있다. 삼성그룹이 복수노조 시대를 맞아 노조 무력화에 나선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국제노동기구(ILO)에 ‘노조가 아닌 근로자 대표제’의 요건에 대해 공식 질의했다.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이 노조가 아닌 ‘임의단체’도 사측과 교섭할 수 있다는 ILO의 해석을 받아낼 경우 노조 설립보다는 임의단체 설립을 유도할 목적으로 이 같은 내용을 질의한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 측은 “노조 존립의 목적이 직원들의 복리후생 증진인 만큼 노조 이상으로 회사가 직원들을 챙기면 노조가 필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