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활동 가로막는 상법 개정안 안 된다

  • 등록 2017-02-20 오전 6:00:00

    수정 2017-02-20 오전 6:00:00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이 재벌개혁을 명분으로 기업 대주주의 권한을 축소하는 상법 개정안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강행처리할 방침이라고 한다. 개정안은 감사위원을 일반이사와 분리해 선출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이사 선임 때 주식 1주마다 선임할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주는 ‘집중투표제’, 다중대표소송제, 전자투표 의무화 등이 골자다. 하나같이 대기업 경영의 근간을 흔들 소지가 다분한 민감한 내용들이다.

재벌 오너의 전횡을 막는다는 취지에서 불합리한 지배구조 개선의 당위성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나친 규제는 독이 된다는 점이 문제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제가 도입되면 외국계 헤지펀드가 국내 10대 대기업 가운데 6곳의 감사위원을 싹쓸이할 것이라는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이 단적인 예다. 집중투표제 역시 투기자본의 먹잇감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 미국계 해지펀드 칼 아이칸이 KT&G에 사외이사 1명을 내세워 부동산 매각, 자사주 소각 등을 요구하며 수천억원의 차익을 챙긴 2006년의 사례가 얼마든지 재연될 수 있다는 얘기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개정안이 규제 대상으로 삼은 상장회사 가운데 대기업은 14%에 불과하고 대부분이 중소·중견기업이라는 사실이다. 재벌을 개혁한다며 재벌개혁과는 거의 연관이 없는 중소·중견기업들을 먼저 죽이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이 개정안에 반대한 것이 이 같은 정황을 잘 말해준다. 개정안이 재벌개혁이라기보다는 반기업 정서에 편승한 일방적인 기업 때리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일본·영국 등 선진국은 대주주의 경영권 보호를 위해 차등 의결권 제도 등을 도입하고 있다. 워런 버핏의 클래스A 주식은 의결권이 1만개라고 한다. 집중투표제의 부작용으로 미국에서는 이를 의무화한 주가 7개 주에 불과하며, 일본도 1974년 자율화로 전환했다고 한다. 우리는 거꾸로 가는 셈이다.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과잉 규제는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뿐이다. 야권이 수적 우세를 믿고 밀어붙이기 식으로 처리할 일이 아니다. 개정안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살펴 재검토하길 바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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