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오너의 전횡을 막는다는 취지에서 불합리한 지배구조 개선의 당위성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나친 규제는 독이 된다는 점이 문제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제가 도입되면 외국계 헤지펀드가 국내 10대 대기업 가운데 6곳의 감사위원을 싹쓸이할 것이라는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이 단적인 예다. 집중투표제 역시 투기자본의 먹잇감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 미국계 해지펀드 칼 아이칸이 KT&G에 사외이사 1명을 내세워 부동산 매각, 자사주 소각 등을 요구하며 수천억원의 차익을 챙긴 2006년의 사례가 얼마든지 재연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일본·영국 등 선진국은 대주주의 경영권 보호를 위해 차등 의결권 제도 등을 도입하고 있다. 워런 버핏의 클래스A 주식은 의결권이 1만개라고 한다. 집중투표제의 부작용으로 미국에서는 이를 의무화한 주가 7개 주에 불과하며, 일본도 1974년 자율화로 전환했다고 한다. 우리는 거꾸로 가는 셈이다.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과잉 규제는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뿐이다. 야권이 수적 우세를 믿고 밀어붙이기 식으로 처리할 일이 아니다. 개정안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살펴 재검토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