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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주민에 총리 경력 닮았지만 ‘기자·정치인 vs 검사·장관’ 다른 길
이 전 총리와 황 대표는 각각 진보·보수를 대표하는 유력 차기주자다. 총리 출신에 잠원동 이웃사촌으로 삶의 궤적은 닮은 구석이 적잖다. 이 전 총리는 문재인정부 초대 총리로, 황 대표는 박근혜정부 마지막 총리를 기반으로 정치적 근육을 키웠다. 이 전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 속에서 실세 책임총리로 활약했다. 황 대표 역시 총리 재직시절의 안정감을 바탕으로 정계에 입문, 지난해 2월 보수부활의 기수로 부상했다. 또 종로 출마 전에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 반포역을 마주보고 살았던 이웃사촌이기도 했다. 두 사람은 독설이 난무하는 정치권에서 상대적으로 절제된 언행과 신중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종로와의 인연도 깊다. 이 전 총리는 서울대 법대 재학 시절 동숭동 캠퍼스에 다녔다. 황 대표 역시 종로구에 위치한 경기고와 성균관대 법대를 나왔다.
법대 출신이라는 공통점에도 이후 두 사람의 행보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이 전 총리는 언론계에 입문, 동아일보 기자로 맹활약했다. 반면 황 대표는 사시 합격 이후 검사로 생활하며 공안통으로 이름을 날렸다. 이 전 총리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제안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4선 의원을 거쳐 전남지사까지 지냈다. 황 대표도 박근혜정부 시절 법무부장관에 이어 국무총리를 맡으며 승승장구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대통령권한대행 역할을 무난하게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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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정치권에는 ‘총리 출신은 대통령이 되기 어렵다’는 속설이 있다. 이 총리와 황 대표의 종로대첩은 차기 대권과 맞닿아있다. 여야 모두 대안부재론에 시달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승자가 차기 대권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된다.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쪽은 이 전 총리다. 차기 지지율에서 황 대표를 더블스코어 이상의 격차로 앞서고 있는 것은 물론 일찌감치 종로를 출마지역으로 선택하고 준비에 돌입했다. 뒤늦게 종로 출마를 결정한 황 대표는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부동산·경제·외교안보 등 문재인정부의 실정을 지렛대 삼아 대역전승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예측은 쉽지 않다. 종로는 여야의 텃밭도 험지도 아니다. 2000년대 이후 총선 성적표를 살펴보면 보수·진보가 번갈아 승리했다. 19·20대 총선에서는 정세균 현 총리가 연거푸 당선됐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승리했을 정도로 조직기반이 탄탄하다. 다만 16·17·18대까지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박진 의원이 내리 3선을 기록할 정도로 보수적 지지세도 만만치 않다. 4월 총선까지 남은 60여일도 변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부동산정책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등 여권발 악재에 해당하는 휘발성짙은 이슈에 따라 여론이 급변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9일 빅매치 성사 이후 첫 현장행보…이낙연 vs 황교안 총력전 돌입
여론조사상 우위에 놓인 이 전 총리는 차분한 선거운동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지역밀착형 선거운동으로 밑바닥 표심을 다지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당의 정권심판론에 직접 대응하기보다는 종로 주민들의 삶을 세밀하게 챙기겠다는 의지다. 이 전 총리가 “종로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선의의 경쟁을 기대한다”고 매번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이 전 총리는 종로 한 카페에서 열린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일을 제대로 해봤다”며 “과거 총리들과는 꽤 다르게 현장 문제의 본질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해결을 직접 모색하고 진두지휘했던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상대적으로 공세적이다. 특히 “종로 선거는 후보간 대결의 장이 아니라 무지막지한 무법왕(無法王) 문재인 대통령과의 대결”이라며 연일 정권심판론을 강조하고 있다. 황 대표는 현장행보 도중 기자들과 만나 “종로 경제를 반드시 살려내겠다”며 “잘못된 정책으로 망가트린 종로 경제를 되살려내겠다”고 공언했다. 지지부진하던 보수통합이 속도를 내는 것도 플러스 요인이다.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인 유승민 의원이 총선 불출마와 한국당과의 신설합당 추진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오는 4월 15일 과연 누가 먼저 웃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