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예대금리 인상효과 제한적

연쇄적인 긴축정책 후속타..어느정도 효과 기대
그러나 기업투자 억제엔 부족..결국 위안화 절상?
  • 등록 2006-08-20 오후 4:21:20

    수정 2006-08-20 오후 4:21:20

[이데일리 강남규기자] 중국의 예금과 대출(예대) 금리인상이 경제를 안정시킬 수 있을까?

중국이 지급준비율 인상에 이어 지난 18일에는 2년 만에 예대금리를 동시에 인상했다. 지급준비율을 높여 은행의 여신능력을 축소했고, 예대금리 인상으로는 시중의 자금을 흡수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중국 금융시장의 후진성 탓에 기준금리 인상이 잘 안 먹힌다는 점에 비춰볼 때 여수신 금리인상 조처는 환율정책을 빼면 가장 강력한 처방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중국 정부의 긴축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내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진단 이후에 나온 금리인상이어서 긴축효과가 더해질 가능성은 배제하기 힘들다.

그러나 HSBC의 피터 모건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요한 점은 하찮은 금리인상만으로는 효과를 낼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 과열은 기업의 공격적인 투자 탓

전문가들은 지준율과 예대금리 인상이 상징적인 조처 또는 변죽 울리기라고 지적한다. 두 조처만으로 경제를 과열 국면으로 이끌고 있는 기업투자를 억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은 지난 1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현 중국의 성장이 소비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기업투자에 기인한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상반기 고정자산 투자(실질)가 30% 가까이 급증했는데(왼쪽 그래프), 이 투자가 경제성장에 기여한 몫이 50% 수준에 이른다.

더욱이 기업이 이 투자를 위해 끌어들이는 자금 가운데 대부분이 자기자본이다. 기업의 배당성향이 높지 않아 눈덩이처럼 불어난 유보이익을 동원해 고정자산을 확충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 정부의 이번 대출금리 인상은 기업의 자기자본을 동원한 투자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 금리인상에 코웃음 치는 中 기업들

중국 정부의 예대금리 인상에는 또 다른 목적이 있다. 예금금리를 올려 기업의 여윳돈을 흡수해보겠다는 심산이다. 그러나 하늘을 찌를 듯한 기업의 자본 수익률(ROE)에 비춰볼 때 이는 턱도 없는 처방이라는 지적이다. 
                                                                   
세계은행이 분석한 중국 기업의 2006년 상반기 평균 ROE는 28%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9% 포인트 늘어났다.

특히 세계 원자재 값 상승으로 중국 광공업 평균 ROE는 40% 선에 이른다.(오른쪽 그래프) 미국과 일본 기업 가운데 가장 잘 나가는 기업의 ROE가 10~15% 수준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중국의 평균 ROE가 얼마나 높은지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예금 금리를 2.25%에서 2.52%로 올린다고 해서 여윳돈을 은행에 맡겨 이자수익을 기대하는 기업 경영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 남은 카드는 환율 변동폭 확대..효과는 미지수! 

중국 정부가 이후에 쓸 수 있는 냉각재는 기준금리 인상과 환율 변동폭 확대이다. 아직 사회주의 흔적이 남아 있는 중국의 중앙정부는 긴축 방침에 거슬러 기업의 투자를 부추기는 지방 정부의 책임자를 형사처벌하는 등 비경제적인 정책을 쓸 수 있고, 기업의 투자방향을 바꿀 수 있는 재정적-행정적 정책을 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정책이 효과를 내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발등의 불인 경기과열과 과잉투자를 막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카드는 기준금리 인상과 환율 변동폭 확대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

불행히도 중국 금융시장이 성숙되지 않아 기준금리 인상 카드가 잘 먹히지 않는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금융시장은 기준금리 인상에 아주 더디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남은 카드는 환율 변동폭 확대라고 할 수 있다. 변동폭 확대로 위안화 가치를 높일 경우 수출감소-수입증가 효과를 낼 수 있다. 또한 현재 수출산업 위주로 급증하는 기업투자를 내수산업 쪽으로 유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들불처럼 일고 있는 기업투자와 과도한 경제성장이 과연 환율정책 처방으로 진정될 수 있을지 여전히 의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위안화가 절상됐다고 해서 기업이 그 높은 ROE를 한 순간에 포기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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