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있는’ 아파트라더니..절반은 ‘애물단지’

  • 등록 2015-08-09 오전 11:49:20

    수정 2015-08-09 오후 5:58:36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아빠, 우리도 수영장 있는 아파트로 이사가는 거야?” 2012년 수영장이 있다고 광고한 경기도 용인시 A단지에 입주하기로 한 준혁이가 기대에 부풀어 한 말이다. 하지만 지난해 입주 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준혁이는 수영장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다.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입대위)에서 수영장 운영 방법을 결정하지 못해 문을 잠겨놓고 있기 때문이다.

울산 북구에 있는 B아파트는 입주자들끼리 수영장 운영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수영장 이용료를 세대 공통으로 부과하자는 입대위와 실제 이용자들이 전적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일부 주민들이 맞서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럴 바엔 아예 수영장을 없애버리자”는 의견도 나온다.

수도권 신도시와 지방권의 1000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커뮤니티 시설로 수영장을 설치한 단지들이 늘고 있다. 시행사들이 아파트 가치를 높이면서 분양률도 끌어올리려는 목적에서 수영장을 단지 안에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수요자들 입장에서도 ‘수영장 있는 아파트’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입주하고 나면 수영장이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수영장 운영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시설물을 관리하기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아파트 안에 수영장을 설치한 단지들이 늘고 있지만 절반 이상이 운영상 어려움으로 실제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단지 내 수영장 전경.
9일 아파트 전문관리업계에 따르면 단지 안에 수영장이 있는 아파트는 전국에 걸쳐 수십 곳에 이르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이 수영장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비싼 비용 때문이다. 보통 25m 길이 4레인짜리 수영장을 운영하려면 한달에 1억원 정도 비용이 들어간다는 게 전문업체의 설명이다. 2000가구 규모의 단지라면 가구당 5만원씩 부담해야 유지할 수 있다. 전용면적 84㎡짜리 가구가 한달에 관리비를 10만~15만원 정도 내는 것을 감안하면 수영장 운영으로 관리비가 30~50% 오르는 셈이다. 적은 비용이 아니다보니 수영장을 이용하지 않는 입주자들이 불안을 가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 있는 C단지의 경우 수영장 운영을 위해 매월 가구당 1만 5000원과 공동전기료·공동수도료를 가구별로 똑같이 나눠 부담하고 있다. 인근에 있는 비슷한 규모의 단지 보다 매월 2만~2만5000원 정도의 관리비를 더 내고 있다.

안전관리도 쉽지 않다. 수영장의 특성상 전문 안전요원이 항시 대기하고 있어야 하다보니 인건비와 인력 관리 부담이 만만찮다. 게다가 안전사고라도 나면 관리 주체에 따라 입대위 회장이나 관리업체 대표가 형사처벌 등 법적 책임도 져야 한다.

수영장으로 인한 주민 갈등은 아파트의 이미지와 집값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울산 북구 B아파트는 대단지에 수영장까지 갖춘 커뮤니티 시설에 대한 소문이 나면서 입주 초기 집값이 인근 단지보다 전용 84㎡ 기준으로 3000만~5000만원 정도 더 비쌌다. 하지만 수영장 운영 갈등이 불거진 후 지난 4월 3억 3000만원 선이던 전용 84㎡형 아파트값이 계속 내려 지금은 3억 1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인근 W공인 관계자는 “이 단지는 고급 커뮤니티 시설을 갖추고 있는 게 큰 장점이었는데 최근 수영장 문제로 시끄럽다는 소문이 돌면서 아파트 매물을 찾는 사람들이 확 줄었다”고 전했다.

정상적으로 수영장을 운영하려면 입대위가 직접 운영을 담당할 것이 아니라 아파트 전문관리업체나 체육시설 전문위탁업체에게 맡기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지난해 관련 법이 바뀌면서 주민운동시설의 경우 전체 입주민의 과반수 동의를 얻어 외부 전문업체에 운영을 맡길 수 있게 된 만큼 이를 잘 활용하면 좋은 아파트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커뮤니티 시설의 운영을 전문업체에 맡기고 있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아파트는 가구당 2만원씩 관리비를 더 내는 방식으로 커뮤니티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총 3410가구에서 매월 걷는 관리비가 6800만원이고, 나머지는 개인 레슨 등을 통해 월 2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 반포 자이 관리실 관계자는 “전체 커뮤니티 시설 운영에 월 2억원이 들어가고, 매월 남는 돈은 커뮤니티 시설 유지·보수 충당금으로 쌓고 있다”고 말했다.

박승국 라이프테크(주택임대관리 전문업체) 대표는 “수영장이 있는 아파트를 매입할 경우 실제 운영이 잘 되고 있는지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는 커뮤니티 시설에 대한 위탁 운영 계획 등이 있는 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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