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낮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혼합미’의 구매 비중이 줄고 단일품종의 비중이 높았다. 특히 단일품종 중에서 ‘신동진’과 ‘골든퀸3호’의 구매 비중은 최근 가파르게 증가했다. ‘골든퀸3호’는 향미(香米)로서는 처음으로 국내에서 성공한 쌀이자, kg당 5000원을 넘는 고가쌀로 포지셔닝했다.
소비자들과 인터뷰를 해봤더니 “집에서 밥을 직접 지어 먹는 횟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과 가족의 입맛에 맞는 쌀을 조금 더 비싸더라도 구매한다”는 답변이 많았다. 일상재 영역에서 가격 경쟁만 하던 쌀 시장에도 소비자들의 취향이 분명해지며 ‘상품 기획’의 개념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토마토도 소비자들의 취향이 생기며 구매 행동에 변화가 생기고 있는 품목이다. 우리가 흔히 먹던 토마토의 비중은 줄면서 ‘기타’ 품종에 대한 소비자들의 구매가 증가하고 있다. 자신의 입맛과 용도에 맞는 토마토에 대해 기꺼이 프리미엄 가격을 지불하는 행동을 보였다. 이에 생산자들은 구매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다양한 신품종 토마토를 재배하며 새로운 시장 기회를 노리고 있다. 영월에 위치한 토마토 농장인 ‘그래도 팜’은 지난해 여름 신품종 토마토 20여 종을 재배해 단 며칠 만에 고가에 직거래 완판했다. 규격화된 품질로 도매시장에서 높은 낙찰가를 노리는 것이 일반적인 신선 농산물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주는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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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도 자신의 취향에 맞는 품종에 프리미엄 가격을 지불하는 구매 트렌드가 생기고 있다. 이마트에서는 기존의 삼원교배종 돼지고기(YLD)보다 지방 함량이 더 높고, 육향이 더 강한 YBD 교배종을 ‘얼룩도야지’라는 상품명으로 주요 매장에 출시했다. 큰 인기를 누렸던 이베리코 돼지로 소비자들도 돼지가 품종이 다르고 사육 환경이 다르면 그 맛도 다르다는 것을 학습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돼지고기 관련 구매 행동이 달라졌다. 이후 우리나라 토종돼지 품종인 난축맛돈은 전문 식당과 함께 온라인 쇼핑몰에서 높은 가격대로 판매되고 있다. 소비자의 취향 소비로 상품 기획의 영역이 크게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동물복지 인증 축산물은 살충제 사건 이후 계란에서만 통용되는 반쪽짜리 인증제도로 전락해 있었다. 그러나 마켓컬리에서는 고객들에게 동물복지의 가치를 전달하며 동물복지 우유를 상품화하는 데 성공했다. 계란 이외에 동물복지 인증 상품이 성공한 첫 사례다. 동물복지 우유는 지난해 2월에 출시해 10개월 동안 65만 팩이 팔리며 마켓컬리 전체 상품 중 판매량 기준 4위를 차지했다. 고객들은 이 동물복지 우유를 사기 위해 굳이 마켓컬리에 접속해 주문한다고 했다.
간편식의 소비가 늘어남에 따라 오히려 김치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간편식을 먹을 때 다른 반찬은 올리지 않아도 냉장고에서 보존성이 좋고, 어떤 음식이랑도 잘 어울리는 김치는 한국인의 밥상 위에 빠질 수가 없다. 이에 제조 포장 김치에 대한 판매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배추김치부터 시작해서, 총각김치, 갓김치, 파김치 등 모든 종류의 김치의 판매가 증가했다. 이와 더불어 사라져 가던 김장 문화도 다시 부활하고 있다. 김장용 절인배추의 판매가 2016년 이래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전통적인 가족 김장이라기 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모여 몇 포기씩 내 입맛에 맞는 김장을 담궈 나눠 가져가는 신(新)김장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간편식의 확산으로 때문에 오히려 김치에 대한 관여도가 더 올라가는 독특한 상황이다.
이처럼 2021년을 맞이하는 대한민국의 식품 소비자들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상품에 대해 기꺼이 프리미엄 가격을 지불을 하며 해당 상품 카테고리에 관여도를 극도로 끌어 올리는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모든 상품 카테고리에서 이런 모습을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앞서 언급한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그런 구매 행동이 나타나고 있고, 그 카테고리는 확장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식품산업에서 상품 기획의 영역도 확장되고 있으며, 그 방향도 품질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다양하고 까다로운 취향을 만족하게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