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현의 브랜드25시) 녀석의 유혹은 무죄다

  • 등록 2008-01-03 오후 1:10:10

    수정 2008-01-03 오후 1:10:10

[이데일리 박준현 칼럼니스트] 새벽 3시
졸릴만한 시간이다. 그러나 오랜만에 나선 거리,
감기는 눈꺼풀에 힘을 주고 겨우 볼 수 있을 만큼만 뜬 내 눈에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광경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12월 새벽바람을 상의는 노출한 채 부츠 하나로 견디어 내는 젊은 여자들과
힙합 바지, 가죽 재킷 속에 하얀 런닝 하나로 활보하는 젊은 남자들
그 사이 사이 파란 눈, 검은 피부를 가진 외국인들 까지
시시각각 변하는 신호등 색깔은 무시한 채 거리를 가로 지르며 자동차와
뒤엉킨 채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촛불 시위를? 아니면 2002년 월드컵 4강의 거리 응원 재현을?
질서 무시, 계절 무시, 시간 무시. 모든 것이 뒤엉켜 돌아가는 그들만의 세상.
간간히 눈에 띄는 경찰들이 오히려 딴 세상 사람들 같이 보였다.

도대체 이런 세상을 만든 녀석은 누구일까
이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우고 세상의 질서 대신 무한자유를 쥐어 준 녀석은 분명히 스타워즈 다스 베이더, 반지의 제왕 골룸, 사탄의 인형 척키, 13일의 금요일 제이슨 보다 몇 수 앞선 악당임에 틀림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녀석의 실체를 찾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악당을 이기는 영웅이 영화 속 주인공이듯이 이참에 주인공이 되어 이 무질서를
방조한 그 악당 녀석을 찾아 무찔러야한다. 정의감이 솟아올랐다.

“넌 이제 죽었어~!!!”

한 때의 무리들이 몰려있는 곳을 향해 돌진해갔다.

“아저씨, 표 있어요? 표가 있어도 안 되지만...”

빡빡머리에 반팔 티셔츠를 입은 산 만한 놈이 나를 가로 막으며 가소롭다는 듯
내려 보며 말했다.

“표는 무슨... 지금 돈 내면 안 되나?...”

악당의 끄나풀이 분명한 빡빡머리는 클럽데이에는 절대로 물 흐리는 아저씨는 안 된단다.

이런 걸 뻰찌 먹는다고 하는건가?

클럽 데이, 매달 넷째 주 금요일 약 15개의 클럽이 자유이용권 한 장으로
공동 이용이 가능한 홍대로데오거리 댄스 힙합, 사운드 축제.

축제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탈선의 현장이라고 비판 받는 클럽데이
외국인들이 가장 손쉽게 우리나라 여성들과 하룻밤을 지낼 수 있다는 소문이 자자한 원조 이태원을 능가했다는 그 곳 그 날, 클럽데이.

그 녀석은 악당임이 분명하다.
녀석은 달콤한 유혹으로 이성을 마비시키고 스스로 제물이 되고 있다는 것을 망각케 하여 끝없는 쾌락의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강한 힘을 가졌다. 그래서 이제는 쉽게 이겨 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사실에 맥이 풀리고 말았다.

차라리 인정해 버리자.

비록 악당 브랜드이지만 녀석에게 열광하고 호응하는 소비자와 녀석의 주변에서 상업적인 이득을 취하는 추종자가 늘어나는 한 녀석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을 것이다.

어쩔 수 없지만 그것이 녀석이 가지고 있는 브랜드의 힘이기에 녀석의 유혹은 무죄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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