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유동성이 해외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투자로도 이어지고 있다. 기업공개(IPO) 시장이 뜨거워지자 상장 이전 단계에서부터 될성부른 떡잎을 찾아 나서겠다는 ‘서학 개미’들의 전략이다. 특히 지난해 뉴욕 증시에서는 스팩을 통한 상장이 금액 기준 46%에 달했다. 지난해 쏟아진 다수 성공 사례와 ‘아래는 막혀 있고, 위로는 열려 있는’ 스팩의 상대적 안정성이 투자 매력을 더한다. 증권가는 스팩 열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판단하면서 주가 하락과 희석 등의 위험을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슬라 경쟁자 사볼까…CCIV 이달 700억원 순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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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IV’는 시티그룹 전 CEO인 마이클 클레인이 이끄는 처칠 캐피탈의 스팩이다. 당초 AT&T의 산하 다이렉트TV와 협상 중이란 소문이 있었지만 최근 전기차 업체 루시드 모터스 인수설이 불거지면서 뜨거운 종목으로 떠올랐다. 처칠 캐피탈 측은 아직 공식 발표를 내놓지 않았지만, 처음 소식이 나온 지난 11일 이후 19일(현지시간) 기준 78.46% 올랐다. 테슬라의 대항마를 자처하는 루시드 모터스는 테슬라 출신 피터 롤린스가 CEO로,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가 10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올해 2분기부터 첫 양산 승용차 모델인 ‘루시드 에어’를 출시할 계획이다.
“실패해도 원금 보장, 합병 대상 확실해야”
스팩은 비상장기업의 인수와 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명목회사다. 주식 공모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 기업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한다. 스팩이 상장하면 모인 자금은 신탁계정에 보관되고, 약속한 기간(미국 2년, 한국 3년)에 합병이 진행되지 않으면 투자자는 공모가 수준의 원금과 약간의 이자를 돌려 받는다. 보통 주당 10달러(한국은 2000원) 정도인 공모가에서 매입했다면 원금 보존이 가능하다. 직상장 대비 상장 기간이 비교적 짧다는 장점도 있다.
물론 스팩이 능사는 아니다. 합병 발표 전에는 발기인의 경력, 향후 인수합병(M&A) 방향성 등 비교적 제한적 정보 내에서 투자를 결정해야 하고, 합병 완료 후에는 일시적인 수급 부담으로 변동성이 커지기도 한다. 또 스팩은 워런트(신주 인수권)가 따로 거래되는데 행사가가 낮고 물량이 많으면 기존 스팩 투자자가 보유한 가치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임지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합병 대상을 알 수 없는 단계에서 너무 높은 가격에 매수하면 합병 불발이나 기간 연장시 스팩의 주가가 공모가 수준으로 하락할 수 있다”면서 “합병 발표 후에도 최종 딜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여러 호재로 주가가 상승하는 사례도 있어 합병 발표 후 대상 기업을 분석하고 성장성에 베팅하는 방법이 차선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