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5월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에 출연해 한 말이다. 한국의 집요할 정도의 코로나19 추적 체계가 심각한 사생활 침해를 할 우려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한 반박이었다.
당시에는 박수를 받았던 말이었지만, 배우자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의 특별한 외출로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빛을 잃게 됐다. 이 교수는 지난 3일 요트 구입과 미국 동부 해안을 여행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외교부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해외여행 자제를 권고한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한 상황에서 공직자, 그것도 주무부처인 외교부 장관의 배우자가 여행을 간 것이 타당하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 교수는 자신의 여행을 둘러싼 논란이 가혹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그는 ‘아지트’처럼 사용하기로 하고 친구들과 함께 구입했던 오피스텔 지분을 파는 등 공직자의 배우자로서 어느 정도 희생을 감수해야했다.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동시에 강 장관이 지난 8개월간 K방역의 우수성을 국외에 알리기 위한 홍보대사로서 내뱉은 말에 대한 무게 역시 사라지게 됐다. 강 장관의 말은 그녀 개인의 것이 아니다. 8개월간 5000만 국민이 제대로 학교도 가지 못하고 지켜내 왔던 모두(공공)의 것이었다.
강 장관이 다시 한 번 해외에 가서 K방역의 우수성과 이를 지켜내기 위한 국민들의 노력을 설명할 때, 사람들은 과연 이전과 같은 눈으로 그 발언을 청취할 수 있을까. 아쉬움이 남는 것은 바로 그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