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와 판소리로 풀어낸 '맥베스', 정육점 이야기로 재탄생

국립극장 기획공연, 김미란 각색·연출
6명 농인 배우·4명 소리꾼 한 무대
내달 13~16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 등록 2024-05-24 오전 7:45:00

    수정 2024-05-24 오전 7:45: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셰익스피어 비극 ‘맥베스’가 수어와 판소리로 풀어낸 연극으로 무대에 오른다. 국립극장은 연극 ‘맥베스’를 오는 6월 13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국립극장 연극 ‘맥베스’ 콘셉트 이미지. (사진=국립극장)
제58회 백상예술대상 젊은 연극상을 받은 연출가 김미란이 각색과 연출을 맡았다. 원작 희곡 속 주요 독백을 수어와 판소리로 풀어내면서 현대 정육점 가족의 이야기로 재창작했다.

원작은 스코틀랜드 장군 맥베스가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듣고 국왕을 살해해 왕위에 오른 뒤 서서히 파멸해가는 이야기다. 김미란 연출은 정의·관계·규범이 모호해지는 현대인의 잔혹함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과감한 변화를 꾀했다. 등장인물의 관계는 대대로 정육점을 운영하는 집안으로 바꾸고, 배경을 한국의 장례식장으로 옮겨왔다.

표현방식도 텍스트 중심의 전통적인 연극과 다르다. 원작의 주요 독백을 16개 장면으로 연결해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농인 배우들의 연기가 만들어내는 시각적 이미지와 소리꾼들의 음악을 중심으로 전개한다. 콘서트처럼 분절적인 장면들이 모여 하나의 주제를 담아내는 연극을 완성할 계획이다.

김미란 연출은 “수어를 두고 ‘아름답다’ ‘따뜻하다’라고 이야기하는 이들이 많다”라며 “역으로 ‘맥베스’처럼 차갑고 잔혹한 언어로 쓰인 작품을 선보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6명의 농인 배우가 주요 인물을 연기하고 4명의 소리꾼이 무대 위 사건을 노래한다. 6명의 배우 중 5명이 여성 농인 배우다. 맥베스를 포함해 원작에서 남성으로 그려진 인물을 모두 여성 배우가 연기한다. 2023년 국립극장 기획공연 ‘우리 읍내’에서 활약한 박지영과 김우경이 각각 막(원작 맥베스)과 리(원작 레이디 맥베스) 역을 맡았다. 무당 역을 맡은 남성 농인 배우 우지양은 드랙퀸 퍼포머로 분한다.

음악은 입과손스튜디오의 대표 이향하가 맡았다. 4명의 소리꾼 김소진·김율희·이승희·추다혜가 직접 작창하고 작품의 흐름을 노래하는 해설자로 출연한다. 거문고·베이스 기타·고수까지 3명의 연주자가 함께 무대에 올라 작품의 생동감을 더한다.

이번 ‘맥베스’는 농인 배우의 연기를 소리꾼의 노래로 음성 해설하고, 가사를 영상 속 한글 자막으로 제공한다. 공연 예매 단계에서는 국립극장 홈페이지와 유튜브에서 수어 통역과 음성 해설, 자막이 들어간 공연소개 영상과 공연장 안내 영상을 제공하며, 공연 당일 점자가 포함된 프로그램북을 마련한다. 이번 공연 이후 오는 7월 4일과 5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2024 세계농예술축제(The Festival Clin d’Oeil)에서도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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