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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민 기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이미 다 팔만한 물건은 다 팔아서 매물은 씨가 말랐다고 봐야죠. 양도세 중과로 인한 여파가 있기보다 지금은 매수세가 꺾인 게 더 문제인것 같습니다. 간혹 한 두건 호가(집주인이 팔기 위해 부르는 가격)를 낮추는 매물도 나오지만 매수자들이 안 붙고 있거든요. 매수, 매도 둘 다 자취를 감춰 그야말로 거래절벽입니다.” (마포구 도화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올 들어 아파트값 상승세가 뜨거웠던 서울 강북권 트로이카 일명 마용성(마포구·용산구·성동구) 매매시장에도 냉기류가 드리워지고 있다. 이달 초부터 집을 여러 채 갖고 있는 다주택자가 집을 팔 때 양도소득세를 최고 62%까지 물리는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집값 조정을 기대하는 매수자들의 관망세가 더 깊어졌기 때문이다. 종전보다 1000만~2000만 정도 호가를 낮추는 매물이 나와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5일 기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가운데 하나인 성동구의 아파트값이 이번 주 처음으로 0.06% 떨어졌다. 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피로감으로 거래가 끊기면서 6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마포구와 용산구는 전주 대비 각각 0.11% 올랐지만 지난주(0.20%, 0.12%)보다 오름폭이 줄어들면서 둔화세를 이어갔다.
성동구 내에서는 올해 들어 가격이 급등했던 단지에서 호가를 낮추는 단지들이 등장하며 하락세를 이끌었다. 3~4개월만에 1억원 가까이 매맷값이 올랐던 옥수동, 금호동 일대 신축 단지에서 1000만~2000만원씩 소폭의 하향조정이 있었고, 성동구2가 청구강변 아파트 등지에서도 내림세를 보였다. 성동구2가 D공인 관계자는 “매수자들이 없다 보니 집주인이 매매 계약시 1000만원 정도 가격을 낮추는 것은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마용성은 일종의 엘로우칩(중소형 우량주)으로 우량주인 블루칩(강남3구)의 대체 투자처로 꼽히지만 지구력이 약해 강남의 상승세가 멈추면 이들 지역도 결국 멈추게 된다”며 “당분간 매수자, 매도인 간 가격조정 불일치로 거래절벽이 이어지고, 하반기 보유세 개편 방향에 따라 시장 분위기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으로 매물이 줄어들면 희귀성으로 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지만 문제는 이를 받쳐줄 매수자들이 사라졌다. 여기에 올 들어 대출을 더 옥죄는 대출 규제(신DTI·DSR) 등으로 매수자들의 자금 마련 부담까지 겹쳐지면서 당분간 거래절벽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거래가 끊기면서 기존 아파트는 가격 조정을 받는 곳이 있겠지만, 생각만큼 큰 폭의 하락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