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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나와서 잠만”…수능 이후 고3 풍경 매년 되풀이
지난달 14일 수능이 종료된 이후 고3 교실은 어수선함 그 자체다. 학생 대부분은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거나 잡담을 하며 시간을 때운다. 책걸상을 한쪽으로 밀어내 바닥에 담요를 깔고 잠을 청하는 학생들도 많다. 정시 지원을 제외하곤 사실상 입시 준비가 끝났기 때문에 학교에서도 간혹 진행하는 예비사회인 프로그램 외엔 별다른 수업을 진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학생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굳이 학교를 나와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야 하느냐는 불만이 크다. 학교가 체육활동이나 자기계발, 예비사회인 프로그램을 진행하려 해도 그간의 입시준비로 인해 쌓인 피로 때문에 학생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학사 일정을 진행해야만 하는 교사는 곤혹스럽기만 하다. 학생·학부모들은 학교를 안 나가면 안되냐는 민원을 넣고, 반대로 교육당국은 학사운영을 내실화 하라며 운영비와 프로그램까지 지원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수능 이후 약 5주간 학사 일정을 진행하기엔 운영비와 프로그램이 부족한 데다 피로하다는 학생을 억지로 끌어내기조차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교육부가 마련한 방안은 △예비사회인 프로그램 제공 △학생 안전 특별기간 운영 △탄력적인 학사운영 등이 골자다. 도로교통공단과의 협조를 통해 학생·학교의 희망에 따라 면허취득에 필요한 교통안전교육을 제공하고 학생 수요에 따라 워드프로세서·컴퓨터활용능력 실기시험도 탄력적으로 개설한다. 이 밖에도 금융·노동 교육 등 맞춤형 프로그램 70여개를 제공한다.
“고교 학사일정 조정 등 수능 이후 공백기 줄여야”
하지만 교사들은 올해도 대부분의 고3 교실 풍경은 예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입을 모은다. 운전면허 안전교육의 경우 올해는 전국에서 △서울(도봉·서부·강남·강서) △경기(용인·안산·의정부) △강원(원주) △경북(문경) 등에서만 제공된다. 다른 맞춤형 프로그램들도 대도시 위주로 운영되거나 선착순 모집을 하고 있어 모든 학교가 이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다른 지원보다 수능 이후 공백기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수능을 11월 말이나 12월로 옮기거나 수업 일수 및 학년·학기별 이수단위를 조정해 수능 종료 후 최대한 빨리 방학에 들어가야 한다는 얘기다. 수업 일수 및 이수단위 조정이 가능은 하지만 쉬운 문제는 아니라는 게 학교의 입장이다. 한 교육과정 부장 교사는 “여름방학을 줄이는 방법이 있지만 급식 조리사 근무와 교사들의 시간표 배정, 학생들의 휴식 등 모든 부분이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교육당국은 수능 시행일 조정은 더욱 힘들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11월 말이나 12월에 수능을 실시할 경우 기상 악화로 인해 수능 시험 운영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육지로 나와 시험을 치러야 하는 도서 벽지 학생들의 응시에 변수가 생길 수 있고 감기 등 질병 유행 확률이 높아져 고사장 관리도 힘들어진다”고 밝혔다. 이어 “대입 전형 일정도 모두 뒤로 밀리게 돼 현실적으로 조정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교육당국이 고교 학사 일정을 자율·탄력적으로 운영하게끔 지원해야한다”면서 “대학에 진학할 학생들을 위해서는 학점인정 수업을 제공하고 곧바로 취업활동을 학생에게는 직업활동 관련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더욱 실질적인 예비사회인 프로그램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