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티 노출이 유행이라고? 바지 좀 올려!

  • 등록 2006-05-11 오전 8:51:59

    수정 2006-05-11 오전 8:51:59

[조선일보 제공] 2년 전, 오트 쿠튀르 패션쇼 참석차 파리에 간 적이 있었다. 백 스테이지를 방문한 나는 한 젊고 잘생긴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인사를 나누다가 웃음을 참느라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했다. 로우 라이즈 진바지를 입은 그 청년의 팬티가 거의 다 드러나 있었던 것. 그것도 헐렁한 트렁크 팬츠가 딱 붙는 스키니 진 위로 튀어나와 있는 꼴(그러니까 바지 윗부분은 골반이 아니라 엉덩이 아래 걸려 있었다는 이야기다)이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은 그 다음에 벌어졌다. 생각보다 많은 남자들이 팬티의 끝 부분에 바지를 걸치고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는 것이었다! ‘설마 이런 것이 유행이 되진 않겠지’라는 나의 순진한 바람은 여지 없이 뭉개졌다. 순식간에 전염병처럼 세계로 퍼져나간 이 룩은 심지어 여자들마저 가세하여 지 스트링 팬티의 윗부분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지경에 이르렀고, 작년 미국 루이지애나는 아예 팬티를 노출시키는 패션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켜야 할 정도가 되었다.

90년대 초반, 당시 랩퍼로 활동하던 배우 마크 월버그가 팬티 밴드를 노출한 채 등장한 캘빈 클라인 언더웨어 광고는 전세계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근육으로 다져진 마크 월버그의 상체도 큰 이슈였지만 무엇보다 흑인 랩퍼들에게만 한정되어 있던 속옷 밴드 노출 패션이 급격하게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의 반응은 ‘O.K’였다. 은근슬쩍 바지 상단위로 삐져 나온 팬티 밴드는 그때 한창 유행이었던 브랜드 로고 패션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였을 뿐 아니라 상당히 섹시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다지 보고 싶지 않은 엉덩이 틈과 팬티 전면마저 노출시키는 ‘2000년대 팬티 룩’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무엇 때문에 젊은이들은 그토록 자신의 은밀한 속옷을 노출하고 싶어하는 것일까?

일단 인터넷에 돌고 있는 정보와 내가 아는 노출 패션의 선구자들로부터 얻어낸 정보를 종합한 결과, 나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이유를 찾아낼 수 있었다. 첫째, 이성의 관심을 제대로 끌기 위하여. 둘째, 입고 있는 청바지보다 비싼 새로운 팬티를 자랑하기 위하여. 셋째, 사회적 관습과 부모에게 반항하기 위하여. 하지만 가장 커다란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이 룩이 트렌디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동안 트렌드에 대해 써 온 사람으로서 단언하건데, 유행이 끼치는 좋은 영향(패션산업의 발전으로 인한 소득증가와 점차 스타일리시해지는 사회 환경 등)이 있지만 한편으론 나쁜 영향(사치 조장 등)도 존재한다. 모든 오락의 선과 악을 두부 자르듯이 판단할 수 없는 것처럼, 패션 트렌드 역시 전체적인 맥락에서 이해하고 적절히 수용만 한다면 사는 즐거움을 배가 시켜준다. 하지만 오, 절대 이것에만큼은 트렌드라는 말을 절대 붙이고 싶지 않다. 왜냐고? 수치심을 가리려 했던 아담과 이브에서부터 패션이 시작됐다고 볼 때, 이 팬티 룩은 솔직히 본디의 목적을 상실했을 뿐 아니라… 어여쁜 팬티와 탄력 있는 엉덩이를 자랑하기에 적당한 공간은 백주대로가 아닌 다른 곳이기 때문이다. 거기가 어디냐고? 세 살 먹은 어린아이에게 물어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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