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시티 서울]"대한민국은 힐링앓이 중"

출판·방송·산업 '치유'를 팔다
가족해체 등 아픈 현실 방증
"힐링, 꼭 떠나야만 하는가"
  • 등록 2012-10-19 오전 9:01:24

    수정 2012-10-19 오전 9:46:42

외국계 항공사를 다니고 있는 강혁신씨가 취미로 시작한 사진찍기는 이젠 마음의 위로가 되고 있다. 사진은 아마추어 사직작가 강씨가 찍은 작품.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힐링’의 모습은 제각각이다. 누구는 주변인들과의 관계 회복에서 해답을 찾고, 혹자는 대화를 통해 치유하기도 한다. 10년 넘게 외국계 항공사에 다니고 있는 강혁신(39·남)씨는 업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2007 년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이제 회사 밖에서 ‘차장’이라는 직함 대신 아마추어 사진작가라고 불린다. 최근엔 자신의 이름을 내건 두번 째 사진전도 열었다. 강씨는 “조금 무료했던 일상에 변화를 주기 위해 취미로 시작했던 것인데 도리어 마음의 위로가 되고 있다”면서 “단돈 오천원에 행복해질 수 있는 게 진정한 힐링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요즘 어딜 가나 ‘힐링(healing: 치유)’이 대세다. 이 생소했던 낱말이 어느날 문득, 밥상머리 대화에 올라왔다. 몇 년 전까지 ‘잘 먹고 잘 살자던’ 웰빙(wellbeing)이 화두였다면 ‘바쁜 일상에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것’이 관심사가 됐다.

힐링의 존재가 뚜렷해진 것은 작년부터다.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동료애나 집단의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는데서 힐링이 조금씩 부각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심 교수는“불황이 장기화되고 가정이 해체되는 등 일자리를 못 찾는 여러 복합적인 문제가 얽혀 있다”면서 “예전에는 사주나 점괘 등에 기대는 경우도 있었지만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현대인들이 힐링에 눈을 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힐링을 모티브로 한 이 공중파 프로그램은 대선 후보자들이 앞다퉈 출연해 화제가 됐다. 잘난 점만 부각하는 것이 아니라 아픈 과거나 정치인으로서의 삶의 고단함을 주제로 얘기하면서 대중들과 공감대를 얻어냈다는 평가다. (사진=뉴시스)
서점 귀퉁이에 앉아 한동안 읽지 않았던 책을 마주하는 것도 힐링의 한 방법이다. (사진=뉴시스)
출판·방송계도, 산업계도 매한가지다. 힐링음악, 힐링여행, 힐링서적 등 너나 할 것 없이 힐링을 팔고 있다.

실제로 한국출판인회의가 지난 5~11일 교보문고·영풍문고·반디앤루니스·예스24·알라딘 등 9곳의 전체 서적 판매량을 보면 ‘비워라’ ‘천천히’ 등 하나 같이 위로의 말을 전하는 책들이 상위권 차트에 올라왔다. 매사추세츠주 햄프셔대의 한국인 스님 교수 혜민의 에세이집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7주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김난도씨의 ‘아프니까 청춘이다’(8위)와 ‘천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2위), 시인 이병률씨의 여행 산문집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3위), ‘안철수의 생각’(4위)도 상위권에 랭크됐다.

국내 최초 힐링전문 여행사도 작년 5월께 등장했다. 노매드 힐링트래블은 말 그대로 심신치유가 가능한 여행상품을 판다. 이 여행에는 ’관광 가이드’ 대신 ‘심리치유사’가 동행하는 식이다. 최근들어서는 삼성, SK, LG 등 굴지의 대기업들도 기존의 부서별 팀빌딩 대신 힐링을 화두로 한 단체 워크숍을 많이 찾는다.

윤덕현 노매드 힐링트래블 팀장은 “힐링이 뜨는 건 마음이 헛헛한 사람들이 많다는 방증”이라며 “힐링여행이란 걷기나 명상, 글쓰기 등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방식을 연습하는 과정”이라고 해석했다.

보건복지부 ‘2011년 정신질환실태조사’를 보더라도 18세 이상 성인중 ‘최근 1년간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경험한 사람’은 519만명이나 됐다. 경제협력기구(OECD) 회원국 34객국 가운데 행복지수는 26위, 자살률은 1위라는 성적표도 이를 뒷받침한다.

반면 힐링의 지나친 상업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힐링을 표방하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작 내용이 부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덕현 팀장은 “힐링 이름만 붙인 상품이 많아져 본래 이미지가 많이 손상됐다”며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는 제도적 마련은 물론 사회적으로 저지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한 힐링 관련 상품들 역시 지나치게 감성에 의존하거나 주관적 경험과 주장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며 “어떤 객관적인 내용과 입증할 만한 이론이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심영섭 교수는 “자본주의 특성상 지나치게 상업화돼 너무 아픈 점만 내세워 부추기거나 자칫 자기합리화에 빠질 수 있다”며 “스스로에게 맞는 해결 방법을 찾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힐링의 한 예시”라고 말했다.

[용어설명]힐링(healing)=힐링의 의미는 사실 이율배반적이다. ‘아프다’ 하지만 ‘스스로 치료할 수 있다’는 모순되는 두 명제가 공존하기 때문이다. 사전적 의미는 몸과 마음의 치유(治癒)다.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치료해 병을 낫게 하는 일’이란 뜻이다. 한마디로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고 온전한 심신 상태로 회복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에둘러 말하는 용어가 된 셈이다.

혜민스님이 지난 7월30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인촌기념관에서 열린 ‘혜민스님과 함께하는 마음치유 콘서트’에서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10대부터 70대 이상의 다양한 연령대들이 갖고 있는 고민 해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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