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국내 고속차량 제작사인 현대로템이 지난해 정부의 인천발 KTX와 수원발 KTX 고속차량 입찰에 수량이 적고 가격이 낮다는 이유로 불참하면서, 정상 개통 시점이 2025년에서 2027년으로 미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공사는 당초 일정에 맞춰 진행되고 있음에도 차량 확보에 차질을 빚으면서 개통이 늦어지게 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국회의원이 한국철도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철도공사는 오는 11월쯤 인천·수원발(16량)과 평택~오송(120량) 등 고속열차 136량(동력분산식 EMU-320)에 대한 입찰 공고를 낼 계획이다. 배정된 예산은 7623억원(량당 단가 55억4000만원)이다.
이 가운데 인천발 KTX와 수원발 KTX 차량의 납품 기한이 2026년 11월 30일까지 설정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사실상 당초 계획했던 2025년 개통이 무산된 것이다. 인천발·수원발 KTX 사업이 이렇게 차질을 빚게 된 것은, 지난해 공사가 발주한 차량 입찰에 현대로템이 수량이 적고 가격이 낮다는 이유로 응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허 의원실은 전했다.
| 수원인천발 고속차량 2021년 입찰 경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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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철도공사는 2025년 개통 계획에 따라 구입 예산 822억원(정부와 공사 50%씩 부담)을 세우고, 고속차량 2편성(16량)을 단독 발주하기로 결정했다. 철도업계는 현대로템이 지난 2016년 12월 똑같은 차량(2편성 16량)을 591억원에 계약한 전례가 있어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8월과 9월, 12월 등 세차례에 걸쳐 진행된 입찰에 응찰하지 않아 결국 차량 구매 계약이 성사되지 못한 것이다.
허 의원실은 이 과정에서 현대로템이 ‘가격 부풀리기’를 했다고 지적했다. 공사의 발주 가격은 량당 단가 51억4000만원이었으나, 현대로템은 당초 예산 대비 37.5% 높은 70억7000만원을 제시한 것이다. 공사가 3차 입찰 때 량당 단가를 54억9000만원으로 상향했지만 현대로템은 끝내 70억7000만원을 고수했다.
그는 앞서 진행된 입찰과 납품 현황을 살펴보더라도 이 같은 사례가 비일비재했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20년 서해선 및 동해선용 고속차량(EMU260) 30량 입찰에도 세 차례 무응찰로 유찰됐고, 지난해 12월 단가와 수량이 각각 31억1000만원에서 46억2000만원으로 증액, 30량에서 84량으로 증차해 계약한 바 있다. 차량 계약을 맺고도 제때 공급하지 못한 사례도 여럿 있었다. 지난 2006년 KTX-산천을 시작으로 2016년 KTX-이음(EMU-260)까지 7개 사업 가운데 납품일자를 지킨 건 2건에 불과했다. 납품일자를 지키지 못한 4건의 계약에 대해서 현대로템이 낸 지체상금은 1794억원이다. 지난 2016년 계약한 동력분산식 고속차량(EMU-320, 16량)의 경우 납품기한이 2021년 3월인데 지금까지 제작이 지연됐다. 공사는 33개월이나 지연된 2023년 12월에 최종 납품이 될 거라고 설명했다.
허종식 의원은 “혼자 유찰시키고 수의계약으로 사업을 따내는 행태가 10년 넘게 반복되면서, 정부는 독점사업자의 요구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며 “독점사업의 폐해나 부작용에 대해 정부가 정확하게 사태를 파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