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20·21]비정규직·약자부터 무너졌다

경제 덮친 코로나…비정규직·저임금 노동자부터 내몰아
열악한 노동환경 수면 위로…"기형적 노동구조 개선해야"
  • 등록 2021-01-01 오전 9:44:00

    수정 2021-01-01 오전 9:44:00

오랜 시간이 지나도 2020년은 ‘코로나의 해’로 기억될 것입니다. 1월 초 ‘우한 폐렴’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했던 코로나19는 1월 19일 국내 1번 확진자가 나온 이래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습니다. 이데일리는 코로나19가 바꾼 우리의 일상을 되짚어 보고 2021년에는 어떤 삶이 이어질 지 3회에 걸쳐 전망합니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지난 2월 11일 40대 남성이 서울 영등포구 마포대교 다리 위에 올랐다. 다리 밖으로 몸을 던지려던 찰나 출동한 경찰에 구조된 이 남성은 건설 현장에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로 드러났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일감이 줄고 생활고에 시달리자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역 부근 도로에서 중대재해법 입법과 비정규직 해고 금지 등을 요구하는 차량시위가 경찰에 가로막혀 있다.(사진=연합뉴스)


경제 덮친 코로나19…비정규직·저임금 노동자 내몰려

2020년 한 해를 공포에 몰아넣은 코로나19는 약자부터 쓰러뜨렸다. 경제 위기 앞에서 경제·사회적 약자의 열악한 현실이 적나라하게 수면 위로 떠올랐다.

비정규직·일용직 노동자들 먼저 일터를 잃었다. 10년 넘게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며 잔뼈가 굵어진 김모(53)씨도 코로나19를 피해 갈 순 없었다. 김씨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지만, ‘대마찌(일이 없어 집에 돌아가는 일)’ 맞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살면서 처음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이후 비정규직 3명 중 1명(31.3%)이 실직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정규직(4.3%)보다 7배나 많은 비정규직이 실직을 경험한 셈이다.

생존의 위협을 받자 비정규직 노동자 단체 등은 거리로 나왔다. 비정규직 노동자 단체와 시민사회단체 등이 모인 ‘코로나19 비정규직 긴급행동’은 지난 6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와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지난 26일에는 ‘비정규직 공동행동’ 등 단체가 경찰의 집회 금지 통고에도 차량집회 행진을 강행하기도 했다. 이들은 ‘중대재해법 입법’과 ‘비정규직 해고 금지’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지난 10월 21일 서울 서초구 CJ대한통운 강남2지사 터미널 택배분류 작업장에서 택배기사들이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국회사진기자단)
◇1.2.3…16번째 과로사...열악한 택배 노동 환경 수면 위로


‘언택트’ 사회로 바뀌면서 택배 주문량이 폭증하자 택배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택배연대노조에 따르면 올해에만 16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로사로 쓰러졌다. 코로나19로 택배 물량이 살인적으로 폭증하자 과중한 업무를 떠안고 있던 택배노동자들이 현실에 노출된 셈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일 CJ대한통운(000120) 등 대형택배 업체 4곳 1862명의 택배기사를 대상으로 업무여건 실태를 조사한 결과 택배기사들은 장시간 고강도 업무에 신음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루 평균 14시간 일하고, 하루 평균 배송물량은 350개에서 400개 정도로 집계됐다. 10명 중 9명은 점심시간·휴게시간 등 명목으로 30분 이상 쉬지 않는다고 답했다.

과로사로 택배노동자들이 차례로 쓰러지자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은 10월 총파업을 감행했다. CJ대한통운 등 사측은 사과문을 내며 과로사를 막기 위한 대책을 부랴부랴 발표했다. 정치권의 대응도 잇따랐다. 지난 24일에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이른바 ‘택배법’이 통과됐다. 택배 노동자의 과로를 방지 의무화·표준계약서 도입·종사자 쉼터 설치 등의 내용을 담았다.

전문가,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논의 이뤄져야”

전문가들은 원래도 심각했던 비정규직의 열악한 근로 여건이 코로나19로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새해에도 이 문제가 계속 심각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코로나19 재난을 계기로 새해에는불평등한 노동 구조를 개선하고 노동 약자를 보호하는 안전망을 구축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남신 서울노동권인센터 소장은 “우리나라의 위계질서가 고착화된 노동구조 때문에 경제 위기가 오면 항상 약자에게 피해가 집중되는 양상을 보인다”며 “코로나 재난 시기에 이것이 또렷하게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해에는 경제·사회적 약자를 위한 안전망을 구축하고 기형적으로 양극화된 노동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도 “코로나19로 가려졌던 노동자 등 취약계층이 드러났다”며 “계층 구조가 있더라도 사회적 안전망을 잘 갖춘 나라는 코로나19 같은 위기가 와도 사회적으로 보호받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로 누구라도 실업자가 될 수 있다는 경험을 했으니 노동 취약 계층을 구할 수 있는 방안을 활발히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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