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관객과 通하다

작품이 내 마음대로 ‘인터랙티브 아트’… 미술과 놀이展
  • 등록 2006-07-18 오후 12:00:00

    수정 2006-07-18 오후 12:00:00

▲ ICU 디지털미디어랩의‘손뼉치기’. 관객이 손뼉을 치면 컴컴한 벽에 잠자리 모양의 불빛이 들어온다.
[조선일보 제공] “보통 미술전시라면 관객이 아름다운 이미지를 바라보면서 감탄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지금 우리가 추구하는 미술은 관객이 함께 이미지를 만들면서 재미있게 노는 것이에요.”

‘미술과 놀이전’(8월 20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02-580-1275)에 참여한 핀란드 작가 한나 하슬라티(Hanna Haaslahti)는 자신의 작품 ‘흰 공간(White Space)’을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이 작품은 그냥 허옇게 텅 빈 스크린이다. 하지만 관객이 그 앞에 서면 화면에 관객의 그림자가 생기고, 원피스 입은 어린 소녀가 갑자기 튀어 나와 그림자 속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하며 뛰어 논다. 관객이 팔을 위로 올리면 소녀는 위로 달리고, 아래로 내리면 아래로 달린다. 관객과 화면 속 소녀가 하는 술래잡기 놀이 자체가 바로 작품. 관객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작품이 달라지는 셈이다.

‘인터랙티브 아트(Interactive art)’는 작가가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게 아니라 관객과 상호 소통하는 미술이다. 이 전시의 감윤조 큐레이터는 “현대미술의 유희적 성격에도 잘 맞아서 요즘 미술관 전시가 추구하는 경향”이라고 말했다.

이 분야의 세계적 선구자 중 하나인 프랑스 작가 미겔 슈발리에(Miguel Chevallier)의 작품 ‘디지털 파라다이스(Digital Paradise)’도 관객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작가가 컴퓨터로 디자인한 꽃과 나무 이미지가 전시실 벽 3면을 둘렀다. 높이 3m 길이 36m짜리 대형 화면 앞에 관객이 서서 몸을 한쪽으로 숙이면 꽃과 나무도 관객을 따라 몸을 숙인다. 마치 바람에 따라 쓰러지고 일어서는 듯 보인다.

▲ 미겔 슈발리에의‘디지털 파라다이스’. 관객이 왼쪽 작품 앞에 서서 움직이면 오른쪽 사진 처럼 화면 속 꽃과 나무도 따라서 춤추듯 움직이는‘인터랙티브 아트’다.

“오늘, 내일, 모레, 볼 때마다 제 작품은 매번 달라집니다. 현대사회에서는 움직이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미겔은 “현대의 미학은 실시간의 움직임인데, 물감과 캔버스로는 이 움직임을 보여줄 수 없다. 결국 나의 인터랙티브 아트는 움직임과 소통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관객을 미술제작에 끌어들인다고 해서 관객의 손에 붓과 물감을 쥐여줄 수는 없는 일. 그래서 인터랙티브 아트는 컴퓨터 프로그램, 빛, 센서 등을 사용한다.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작품이 반응하기 때문에 관객의 몸이 작품 완성의 도구인 셈이다.

전시실 한쪽에 있는 컴컴한 텐트 안에는 벽에 전구가 줄줄이 붙어 있는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그 안에서 힘껏 손뼉을 치자 전구에 불이 깜빡깜빡 들어와 별 모양 잠자리 모양의 작품 이미지가 뚜렷이 나타난다. 그룹 작가 ‘ICU 디지털미디어랩’이 만든 ‘손뼉치기’다.

인터랙티브 아트는 결국 미술이 어떻게 하면 조금 덜 심각해지고 조금 더 재미있을까를 고민한다. 그래서 이 전시에는 팝콘, 게 껍데기 등 튀는 재료를 사용한 조각, 동물을 가지고 동화 속 나라를 꾸민 설치작품처럼 관객을 재미나게 해주려는 미술이 같이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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