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외람된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2021년에 올라온 뮤지컬 ‘광주’를 (지난해 초연과 비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면 좋겠다.”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광주’ 하이라이트 시연회에서 고선웅 연출은 5개월 만에 돌아온 재공연에서 달라진 점을 묻는 취재진 질문이 이어지자 부담을 느낀 듯 이렇게 말했다.
| 뮤지컬 ‘광주’의 한 장면(사진=라이브, 극공작소 마방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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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는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모티브로 삼아 5·18민주화운동 당시 권력에 맞섰던 광주 시민들의 이야기를 그린 창작뮤지컬이다. 지난해 10월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초연에 올랐다. 그러나 주인공인 박한수를 무력진압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투입된 계엄군인 편의대원으로 설정해 비판을 받았다.
초연에 이어 재공연에도 참여한 고 연출은 “초연 이후 관객 리뷰를 보며 창작진 의견을 수렴해 문제가 됐던 부분을 개선하고 보완하고 음악적으로도 정리할 부분은 정리하며 뮤지컬 자체의 완성도를 높였다”고 재공연의 연출 방향을 설명했다.
이날 하이라이트 시연회에서는 관객 비판을 받아들여 일부 수정 및 추가된 장면이 눈에 띄었다. 박한수를 광주 출신으로 설정해 편의대원으로 투입되기 전 고뇌를 노래하는 넘버 ‘여기 서서 생각해’를 추가했고, 결말에서도 박한수가 40년이 지나 자신의 행위를 반성하는 장면을 넣었다.
고 연출은 초연에 이어 재연에서도 주인공을 편의대원으로 설정한 것에 대해 “광주의 진실이 관객과 좋은 접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 연출은 주한미군 정보요원 출신 김용장 씨의 편의대 증언을 “인상적인 말이었다”고 언급하며 “광주의 진실을 이야기한다면 더 좋고 이로운 이야기가 있는 뮤지컬이 될 거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 뮤지컬 ‘광주’의 한 장면(사진=라이브, 극공작소 마방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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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장면은 달라졌지만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초연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광주 시민들이 독재자 타도를 위해 부르는 넘버 ‘훌라훌라’처럼 시대의 비극 앞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광주 시민들의 모습이 부각된 점이 그렇다.
고 연출은 “‘광주’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지난해 초연과 마찬가지로 ‘딛고 일어서서 노래하고 춤추고 사랑하자’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연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 5·18민주화운동이 잘못은 인정하고 진실을 받아들이고 애도하면서 현재진행형이 안 됐으면 한다”며 “춤추고 노래하며 행복한 ‘광주’ 뮤지컬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주인공 박한수 역은 초연에 이어 배우 민우혁과 그룹 B1A4 출신 신우가 새롭게 캐스팅됐다. 민우혁은 “‘광주’는 창작진과 배우 모두가 땀과 노력으로 만든 작품이며 좋은 작품으로 만들기 위한 책임감이 있다”고 “더 좋아질 작품을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신우는 “이번 작품 출연 전부터 관심이 많았던 사건이었기에 개인적으로 공부도 하고 실제 그 시대를 살아온 분들에게 자문과 조언을 구하며 공연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엔 민우혁, 신우 외에도 민영기, 김종구, 장은아, 이봄소리, 최지혜, 이정열, 박시원 등이 출연한다. 티켓 가격 6만~14만원. ‘광주’는 오는 25일까지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