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아티스트다] 화수 조영남 "그림 그린지 어언 40년"

1973년 첫 개인전
지난 5월 40주년 기념전 '코카콜라 프렌즈' 열어
그림은 여자친구 안 만날 때 그리는 것
"호당 50만원 됐으니 이젠 나도 중견화가"
  • 등록 2013-08-16 오전 9:01:25

    수정 2013-08-16 오전 9:07:11

조영남(사진=김정욱 기자 98luke@)
[이데일리 김인구 기자] 조영남(68)은 거침없다. 민감한 사회·윤리 문제에서도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을 드러낸다. 때문에 몇 차례 호되게 곤욕을 치렀다. 그의 인생 전반이 그랬다. 내일모레면 고희지만 도대체 ‘쉼표’란 없다. 1970년 번안곡 ‘딜라일라’로 가수 데뷔한 지 43년, 1973년 첫 개인전 이후 그림을 그린 지도 40년이 됐다. 인생서 한 가지 이루기도 힘든데 그는 이미 두 가지 분야에서 남들이 인정하는 성공을 거뒀다. 어디 그뿐이랴. ‘이상은 이상 이상이었다’ ‘현대인도 못 알아먹는 현대미술’ 등의 저자로, 라디오 DJ로, 또 각종 방송 프로그램과 영화에서 종횡무진했다. 가수이자 화가로서 원조 멀티테이너의 모습을 개척한 조영남은 “재미있어서 그림 그린다. 이거 말고 뭐가 더 필요한가”라며 웃었다.

조영남은 일명 ‘화수(畵手)’로 불린다. 그림 그리는 가수라는 뜻이다. 그동안 화투를 소재로 한 그림으로 본업인 가수 이상의 화제를 모았다. 지금까지 치른 개인전만 수십여차례. 1973년 한국화랑에서 연 첫 번째 개인전 이후 벌써 40년이 됐다. 이를 기념해 그는 지난 5~6월, ‘코카콜라 프렌즈(COCACOLA Friends)’ 특별전을 열었다. 이제 ‘화개장터’의 조영남보다 화가 조영남이 더 익숙해진 그를 청담동 자택에서 만났다. 그가 사는 빌라는 영동대교가 바로 밑에 내려다보이는 넓고 전망 좋은 곳으로, 매년 연예인 최고가 주택 1위에 꼽히는 집이다.

조영남 집안의 작업실(사진=김정욱 기자 98luke@)
▲“언제 그리냐고? 여자친구 안 만날 때”

미친 듯한 날씨가 기승을 부리던 날이었다. 약속시간에 집 앞에서 전화를 했더니 받질 않았다. 게다가 갑자기 시커먼 소나기가 쏟아졌다. 경비실 직원에게 인터뷰 약속을 밝히며 조영남의 행방을 물었다. “1시간 전쯤 자전거 타고 운동 나갔다. 올 때가 됐다.” 몇 번 통화를 시도하다가 어쩔 수 없이 문 앞에서 대기했다. 그러자 저쪽 골목 끝에서 비에 흠뻑 젖은 조영남이 자전거를 끌고 나타났다. “어, 왔어? 많이 기다렸지? 어서 들어갑시다. 따라와요.”

조영남은 평소 자전거 운동을 즐긴다(사진=김정욱 기자 98luke@)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바로 앞의 현관을 통해 안으로 들어서자 넓직한 룸이 눈에 들어왔다. 거실이자 작업공간으로 쓰는 스튜디오였다. TV와 소파, 테이블, 자전거와 승마 운동기구를 빼곤 온통 캔버스뿐이었다. 화투·바둑판·카드·태극기 등을 그린 그림이 많았다.

“벌써 40주년이 됐더라. 코카콜라가 제안을 해서 콜라보레이션을 했다. ‘딱지의 추억’이라고, 코카콜라의 둥근 병뚜껑을 활용하거나 동그란 만화 딱지를 썼다. 데미언 허스트의 물방울 무늬를 보고 영감을 얻었던 것 같다.”

조영남은 특별한 스케줄이 없는 날엔 주로 집에서 그림을 그린다. 그는 그걸 “여자친구를 안 만날 때”라고 표현했다. 여전히 직설적이고 숨기는 게 없었다. 그동안 몇 차례 말을 잘못하는 바람에 ‘설화’에 휘말리기도 했으나 그는 “그런 게 바로 인생”이라는 표정이었다.

조영남 ‘딱지의 추억’(사진=김정욱 기자 98luke@)
▲“이혼·부친의 투병, 지금의 나를 만들어”

그래서 내친김에 한 인터뷰에서 논란이 됐던 그의 발언을 슬쩍 꺼냈다. 그는 “전 부인인 배우 윤여정과 이혼한 게 결과적으로 더 좋은 점이 많았다”고 해 비난과 찬사를 동시에 들은 바 있다. 팬들은 사회도덕에 반하는 이혼에 대해서는 욕하면서도, 일흔을 앞둔 나이에 왕성하게 활동하는 용기에 대해선 박수를 보냈다.

“이런 말을 하면 또 욕먹겠지만 내가 지금의 조영남으로 성공하게 된 데는 두 가지 원동력이 있었다. 하나는 아버지가 중풍에 걸려 오랫동안 투병하다 돌아가신 것, 다른 하나는 윤여정과 이혼한 거다. 도무지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겐 그게 진실이다. 아버지가 누워 계셔서 난 어려서부터 혼자 세상을 헤쳐나가야 했다. 또 이혼은 역설적이게도 나에게 자유로운 생각을 가져다줬다. 미안한 얘기지만 지금 이렇게 사는 것도 다 그 여자 덕분이다. 이거 욕 안 먹게 잘 써라. 하하.”

거침없는 표현이 구미를 당겼다. 조영남에게 자서전을 써보라고 제안했다. 그는 실제 준비를 했다고 했다. 그러나 라디오 프로그램 DJ를 다시 맡게 되면서 행여나 책 발간이 프로그램에 누가 될까 우려해 잠정 중단했단다. 대신 그는 출판사에 미안한 마음을 다른 책으로 보답했다. 그래서 나온 게 ‘현대인도 못 알아먹는 현대미술’(한길사)이었다. 기존의 딱딱한 현대미술사보다 훨씬 다이내믹하고 재미있다.

그림 앞에서 활짝 웃고 있는 조영남(사진=김정욱 기자 98luke@)
▲2000점 그려…호당 50만원 호가

다시 미술 얘기로 돌아갔다. 조영남이 지금까지 그린 그림은 2000점도 넘는다. 집과 복도도 모자라 빌라 지하창고에 가득 쌓아놨다. 그런데 그는 그림을 선물 안 하기로 유명하다. 오랜 벗이자 동료인 가수 이장희에게 준 네온사인에 휩싸인 교회 그림을 빼면 거의 내준 적이 없다.

“이상하게 그림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CD·책 선물은 자주 하는데 그림은 못하겠다. 그래서 쌓아둔다. 이장희에게는 한번 준 적이 있다. 그런데 얼마 후에 울릉도에서 이장희로부터 전화가 왔다. 도난당한 것 같다고. 이번 기회에 부탁 좀 하자. 그림 가져간 분 제발 돌려주시길. 그럼 경위 묻지 않고 후사하겠다. 다른 그림으로 바꿔주겠다.”

최근에는 조영남의 높은 그림값이 화제가 됐다. 한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해 “가격은 일체 손 안 댄다. 갤러리에 능력대로 팔라고 한다. 객관적으로 1000만원, 2000만원쯤 된다. 중견가는 됐다”고 작품가를 공개했다. 이는 호당 50만원 선으로 웬만한 중견작가를 넘어서는 판매가다.

“가격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사람들은 미술시장의 작품들이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한다. 하지만 터무니없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미술품 수사를 봐라. 그 일로 미술계가 또 비난받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난 오히려 무릎을 쳤다. 사람들이 또다시 미술품에 관심을 가졌을 것이고 역시 값비싸다는 인식을 알게 모르게 공유했을 것이다. 이건 미술계로선 호재다.”

조영남의 ‘비와 우산’(사진=김정욱 기자 98luke@)
▲ 9~10월에도 전시회는 계속

사회에 대한 남다른 시각, 재미를 추구하는 유별난 인생철학이 그의 그림에 바탕이 되는 것 같았다. 끊임없이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하는 추진력이 되는 것 같았다.

“나는 그저 심심할 때 붓을 든다. 아마도 DNA로 물려받았을지도 모른다. 재미를 추구하는 게 좋다. 누군가에게 등산·낚시가 재미있고 좋은 것처럼 나에겐 그림이 재미있다. 게다가 주변에서 칭찬까지 해준다. 얼마나 좋은가. 하하.”

그의 전시회는 9, 10월에도 줄줄이 예정돼 있다. 9월 5일부터 12일까지는 역삼동 라움에서 전시회를 열고, 10월 1일부터 16일까진 청주에 있는 현대백화점 충청점에서 초대전을 치른다. “2010년에 가벼운 뇌경색이 와서 치료한 후로는 술도 끊고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 가끔 모이는 ‘세시봉’ 멤버 중 적어도 전유성·김민기·이장희 3명은 제낄 수 있다. 그때까지 재미있게 살아야지.”

인터뷰가 끝나갈 즈음 점심시간이 됐다. 한 지인이 같이 식사하자며 방문했다. 조영남은 기자들을 집까지 불러서 그냥 보내기 미안했는지 2만원을 건넸다. “나가는 길에 밥 사 먹어. 우리도 여기서 1인당 1만원짜리 점심 시켜 먹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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