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life]기관투자자 주주제안으로 달라진 주주총회 풍경

주주제안권 실효성 갖춰야
논의안건 간 형평성 확보 등 제도적 뒷받침 필요
  • 등록 2019-03-09 오전 7:11:00

    수정 2019-03-09 오전 7:11:00



[송태원 DB금융투자 변호사] 바야흐로 3월 슈퍼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주주총회는 전년도 사업의 재무성과에 대한 결산보고와 배당 승인, 회사 경영을 담당할 임원의 선임, 사업목적 변경 등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이고 경영진과 주주가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된다.

그럼에도 주주총회라고 했을 때 쉽게 떠오르는 장면은 주총꾼들의 훼방을 막기 위해 회사 직원들에게 한 주씩 나눠주어 총회장에 들어가 자리를 채우게 하거나 의사진행도 회사가 정한 안건에 대해 의장이 간단한 설명을 하면 가결의 의미에서 박수로 화답하는 형식적인 모습들이다. 실제 주주총회가 이렇게만 운영되고 만다면 회사와 주주 간에 소통은 없게 되고 주주가 회사 경영에 관심을 갖고 주주로서 권리행사를 하기 어렵게 된다.

최근 우리는 주주총회의 새로운 풍경을 보고 있다. 한진그룹 대주주 일가의 도덕적 해이 사태에서 비롯된 경영진 교체요구가 주주제안으로 공식화되면서 금융자본이 재무적 투자자 역할에만 머무르는 게 아니라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지배구조 관점에서 보다 적합한 경영진 선임을 제안하는 것이다. 이른바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KCGI의 최근 활동은 재무적 투자자가 경영권 감시에 소극적이었던 한국 자본시장에서 적극적인 감시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주주제안이란 주주총회 의제와 안건을 이사회가 독점적으로 결정하는 상황에서 경영에서 소외된 일반 주주들이 일정 요건 하에 주주총회 안건을 제안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주주제안 제도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증권거래법에 상장회사에 한정해 마련됐다가 이듬해 상법 개정으로 회사법상 주주의 권리로 인정됐다.

주주제안권이 인정되기 전에는 일반 주주가 이사회가 상정한 안건에 대해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소극적인 역할만 할 수 있었다. 주주제안권을 통해 경영진에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주주제안권은 소수주주들이 대주주 및 경영진의 전횡을 견제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돕는 것이므로 장려될 필요가 있다.

주주제안이 도입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이는 주주제안권이 경영권 분쟁상황에 있는 소수주주가 자신의 이해관계에 유리하게끔 활용하기 위한 수단으로 일반 주주의 이익과는 크게 상관이 없는 것으로 인식 되거나 주주로서의 적극적인 권리행사는 경영권 감시활동을 하는 시민단체 등 소수 사람들의 역할인 것처럼 인식되었기 때문인 측면이 있다.

또 제도 도입 당시 제도 운영의 실효성보다는 주주와 회사의 소통이라는 명분을 세우는 정도로만 제도 마련이 됐기 때문인 측면이 있다.

이번 KCGI의 주주제안은 한진칼 경영진의 거부 조치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법의 의안상정 가처분 결정으로 주주총회에서 논의하는 것이 가능케 됐다. 주주제안 제도는 이제 일반 주주들이 제안한 안건이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될 수 있도록 하는 수단에만 머무르는 게 아니라 이를 넘어 제안된 안건들이 주주총회에서 내실있게 논의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거듭나는 게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소수주주들이 제안한 안건이 대주주 및 경영진이 제안하는 안건과 동등하게 논의될 수 있게 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유고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원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6년간 상장회사들의 주주제안 안건에 대한 표결결과를 분석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소수주주들이 제안한 안건은 경영진이 상정하는 안건보다 후순위로 표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경영진 교체안건과 같이 경영진이 제안하는 안건과 상충되는 동일 이슈의 안건이 후순위로 표결될 경우에는 부결 비율이 거의 10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주주제안 안건이 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경영진의 이해와 상충될 경우 주주총회 진행권한이라는 명목으로 부당하게 차별 취급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어렵게 주주제안이 받아들여졌음에도 불구하고 의사진행에서 차별을 받아 부결될 가능성이 현저히 높아진다면 주주제안이 거부되는 것과 마찬가지 결과가 된다.

현재 우리 상법은 주주제안권에 대해 행사요건 및 시기 등에 대해서만 정하고 주주제안을 받은 회사의 절차진행이나 제안거부에 대한 주주의 구제수단 및 의사진행의 형평성 확보방안에 대해선 구체적인 규정이 없어 제도의 장점을 살리는데 한계가 있다. 주주제안권이 실효성 있게 보장될 수 있도록 이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함을 제언한다.

☞송태원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36기 △삼성증권 선임변호사 △네이버 변호사 △기업지배구조원 준법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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