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서가]①신에 도전하는 '사피엔스'의 행복은?

국가·종교 만들어내며 사고와 공감능력으로 생존한 인류
다른 종 변형·개조하는 단계에 도달한 신이 된 동물
훌륭한 리더란 '꿈꾸게 하는 것' 책 통해 직원들과 소통·공감
  • 등록 2016-12-21 오전 6:30:00

    수정 2016-12-21 오전 6:30:00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명사의 서가’ 박영범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인터뷰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이 뭐냐는 질문이 좀 형식적이지 않나요. 우리 나이에 책을 고르라는 것이 좀 그래요.”

명사의 서가에 올릴 책을 소개해 달라는 요청에 박영범 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이 내놓은 답변이다. 꽃마다 향기가 다르듯이 책은 읽는 사람에 따라 의미가 다른 데 굳이 골라야 하겠냐, 직설적인 대답이 그답다.

박 이사장은 책 이야기로만 2시간 넘게 대화를 이어갔다. 노동계를 오랫동안 연구한 학자에서 노동계 관료로 변모한 박 이사장은 책의 종류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넘나들었다. 10여 권이 넘는 책 한권마다 의미를 부여하면서 자세히 설명해 나갔다.

‘사피엔스’ …신이 된 동물

그가 가장 먼저 소개한 책은 히브리대 역사학교수인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다. 이 책은 페이스북의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가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으로 추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600만년 전 처음으로 유인원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고,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호모 루돌펜시스, 호모 에르가스터 등 7종으로 분화했지만 이 중에 살아남은 종은 오직 호모 사피엔스뿐이라고 합니다. 인류의 조상인 사피엔스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요. 그것은 신화, 종교, 국가, 의리 등 허구의 것을 상상하고 사고할 수 있는 능력, 또 사고능력을 공유할 수 있는 데서 비롯됐다고 하죠.”

“이를 바탕으로 인류는 발전해 왔고, 특히 500년 전에 일어난 과학혁명으로 비약적으로 발전했죠. 그 덕분에 인류는 초인적 힘과 사실상 무한한 에너지를 갖게 됐구요. 이제 다른 종을 변형시키거나 새롭게 만들고 스스로 개조하는 단계까지 왔잖아요. 영생불사를 실현하려는 사피엔스가 ‘신이 된 동물’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까. 과연 그러면서 인류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고민해 봐야 문제입니다.”

그는 이러한 힘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다.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는 채 불만스러워하며 무책임한 신들, 이보다 더 위험한 존재가 또 있을까’ 저자인 유발 하라리의 물음에 그가 공감하는 이유다.

시대를 뛰어넘어 대중심리를 꿰뚫은 ‘프로파간다’

박 이사장은 ‘프로파간다’ 최근 다시 읽어보면서 또 한 번 감탄했다고 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명사의 서가’ 박영범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인터뷰
현대 PR(홍보)의 아버지로 불리는 ‘에드워드 버네이스’가 썼다.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조카로도 잘 알려진 에드워드 버네이스는 최초로 PR전문 사무실을 열고, PR의 개념을 정립했다. 그는 뉴욕대에서 최초로 ‘홍보’라는 교과 과정을 가르치기도 했다.

“최근 촛불집회 민심을 보면서 대중심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데, 프로파간다는 1920~1930년대 사례인데도 PR의 핵심을 잘 설명하고 있고, 지금 우리 현실에 대입해도 전혀 손색이 없습니다.”

저자인 버네이스는 1차 세계대전 전후 다양한 PR활동을 펼쳐 화제가 됐다. 1920년대 후반 여성들이 흡연을 시작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유명 담배인 ‘체스터필드’ 홍보를 위해 인기모델과 영화배우가 담배를 물고 등장하는 장면을 수시로 대중에 노출했다. 이때부터 여성들이 체스터필드를 비롯해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고, 버네이스 PR산업을 상징하는 인물로 부상했다.

또 1920년대초 머리망 제조회사인 베니다 헤어넷의 의뢰를 받아 여성 노동자가 길게 풀어헤친 머리카락이 공장 기계 등에 끼일 수 있어 위험하다는 사실을 널리 알렸다.

일부 주에서는 여성 노동자가 반드시 머리망을 공장에서 착용해야 하는 법률까지 제정했다.

버네이스는 여권운동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홍보 의뢰를 받은 월도프 애스토리아 호텔의 숙박부에 아내의 이름을 처녀 시절 성으로 기재하고 그곳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250여개 신문이 ‘사상 처음으로 부인이 남편과 다른 성으로 숙박 등록을 한 사례’로 대서특필했다.

세계의 석학인 MIT석좌교수 에이브럼 노엄 촘스키는 이 책을 추천하면서 “전체주의는 폭력을 휘두르고 민주주의는 선전을 휘두른다”라고 썼다.

“책을 통해 직원들과 공감, 가족과 소통”

박 이사장은 생활 속에서 가족, 직원, 사회와 책을 매개로 소통한다. 그는 산업인력공단 내 허리를 담당하는 팀장급 150여명을 10명 단위로 나눠서 독서간담회를 매월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끌지 말고 따르게 하라’는 인지심리학 책을 소재로 직원들과 토론을 했다.

그는 “다수가 소수를 움직인다고 생각하지만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다. 훌륭한 리더는 ‘어떻게(HOW), 왜(WHY)’ 등 끊임없이 이유를 고민하고 가치를 먼저 제안해야 한다는 내용을 직원들과 공유하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또 박 이사장은 “사과를 해야 한다면 시간을 끌지 말고 감동을 줘야한다. 사과를 승부의 개념으로 보지 말라. 진심으로 용서받은 사과는 기억으로부터 해방이라는 커다란 선물받는다”는 말에도 공감했다고 한다.

박 이사장은 “리더의 핵심은 정직을 바탕으로, 말을 통해 꿈꾸게만들고 우리가 함께 실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산업인력공단의 본사가 있는 울산과 서울, 세종시를 오갈 때 남는 자투리 시간에는 주로 책방을 찾는다. ‘독서광’인 맏딸이 부탁한 책을 대신 구매하는 시간도 바로 이때다.

박 이사장은 주변 지인들에게 명절이나 생일, 연말연시에 책을 선물한다. 그는 “한 권은 유행하거나 화제가 되긴 하는데 구매하기 비싸거나 애매한 것으로, 또 다른 한 권은 선물 할 사람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의미 있는 책을 고른다”고 했다. 그만의 노하우다.

“불필요한 스펙쌓기 벗어나야”

박 이사장은 취임이후 공공기관 특유의 경직된 조직문화를 일학습병행제, 시간제일자리 등 새로운 사업에 부합하는 유연한 기관으로 변화시키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여성의 유연하고 수평 중심의 마인드가 공단 조직문화 개선에 큰 원동력이다. 현장에서도 여성의 친화력과 부드러운 대화의 기술이 신규 사업의 확대와 정착에 힘이 된다”면서 “승진자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채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는 직무보다 사람 중심이어서 옆자리에 사람이 보이지 않으면 불안하게 느끼는 경향이 있어요. 여성 취업률 제고를 위해서는 시간제 일자리를 많이 늘려야 합니다. 능력중심의 채용확산과 일학습병행제 등으로 청년들이 불필요한 스펙 쌓기에서 벗어나 고용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공단이 지원해 나가겠습니다.”

박영범 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1956년생 서울 출생으로 서울고를 졸업하고 한국외대에서 영어학·경제학을 전공했다. 미국 코넬대학에서 1986년 경제학 석·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 등에서 연구활동을 했다. 1997년 한성대 경제학과로 옮겨 교수로 재직했으며, 서울노동위원회 공익위원,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 국가기술자격정책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이어 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선진화위원회 위원장, 청년고용촉진특별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2011년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원장을 거쳐 2014년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현재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이사장, 한국직업방송 대표, 국제기능올림픽대회 한국위원회 회장으로도 함께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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