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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년 대비 0.87% 포인트 떨어진 수치로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퇴직연금의 실질수익률은 2년 연속 마이너스다. 최근 5년 연평균 수익률은 1.88%로 2014년 가입 기준 5년 만기예금 이자율 연 3.14%보다 수익률이 훨씬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8%를 밑도는 최하위권이다.
금융사의 운용능력도 문제거니와 가입자의 무관심, 제도의 미흡 등이 복합적으로 빚어낸 결과다. 개인책임형(DC형) 상품 가입자의 91.4%(약 42조원)가 운용 지시 변경을 하지 않았다. 가입자의 무관심 속에 국민 노후 자금이 방치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퇴직연금을 구하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투자자들의 성향을 분석해 자동 투자하는 디폴트 옵션제와 기금형 퇴직연금제도의 도입을 위해 법제화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을 누가 질지, 노동계를 설득해 제도의 연착륙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가시밭길은 여전하다.
당·정 연내 새 퇴직연금 制 도입
민주당과 정부는 연내 금융회사가 퇴직연금 가입자의 자금을 알아서 굴려주는 ‘디폴트 옵션(자동투자 제도)’과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위한 법제화 작업을 통해 내년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 특별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14일 “최근 디폴트 옵션과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위해 위원회 내에서 진지하게 논의했다”며 “두 제도를 점진적이고 신중하게 추진하자는데 의원들의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디폴트 옵션 도입을 추진하는 배경은 높은 수익률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가 미국과 호주 사례를 통해 디폴트 옵션 도입에 따른 수익률을 단순 계산한 결과 도입하지 않았을 때보다 연 6.4%포인트 차이가 났다. 디폴트 옵션이 정착된 호주의 최근 5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9%에 달한다.
금융당국도 디폴트 옵션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자본시장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도 지난해 기금형 퇴직연금을 도입을 위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고용노동부와 금융위 등 부처 간 ‘합동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수수료를 합리화하는 작업도 해나가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근로자가 의무 가입하는 만큼 과한 운용 수수료를 낮추고 수익률에 따라 운용 수수료를 책정하는 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순탄치 않을 도입 과정…가시밭길 예고
당정의 이러한 노력에도 도입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손실이 발생하면 책임을 두고 법적 공방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데다 제도도입을 위해 넘어야 할 큰 산인 노동계가 여전히 부정적인 태도다.
이어 “노동계에서 디폴트 옵션을 두고 근로자의 퇴직금을 볼모로 자본시장 활성화 수단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주장이 있다”며 “마이너스 수익률에 근로자의 노후 재산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노동계도 제도 도입에 적극적으로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디폴트 옵션제의 성공 여부는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리는 데 있다고 지적한다.
한 대형 증권사 연금사업본부장은 “사업자로선 손실이 났을 때 누가 책임질지 가장 민감한 사안”이라며 “퇴직연금을 개편하기 위해선 수익률 제고안도 중요하지만 가입자를 보호할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기금형 퇴직연금도 노동계의 이해를 이끌어 내는 게 관건이다.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처럼 별도 조직(수탁회사)에서 운용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노동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듣고 퇴직연금의 효과적인 운영을 위한 최선의 방안을 마련토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